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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 앞에서는 명문대 졸업생도 힘못써
실업률 3년새 최고,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탁상공론 비판
 
홍성관   기사입력  2004/03/18 [15:32]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최 모씨(28세)는 "졸업할 즈음이면 걱정 없이 취직하는 시대는 정말 옛말"이라고 성토했다. 최씨는 "작년에 신문에서 서울대생이 수십 군데 원서를 넣고도 취직에 실패했다는 기사를 보고 동변상련을 느꼈다"면서, "이제는 해외파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서울대라는 프리미엄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위에 일반 기업에도 취직하지 못해 졸업을 미룬 동기나 후배들이 태반이고, 하다못해 서른이 넘어 고시를 시작한 선배도 있다"면서,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에서도 나이 때문에 퇴짜 맞은 적이 있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최고 명문으로 꼽는 서울대에서마저 취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다른 대학생들의 구직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한 소위 ‘이태백’들의 증가로 지난 2월 전체 실업률이 2001년 4월이래 최고치인 3.9%를 기록했다.
18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4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중 실업자는 90만 명으로 전월대비 4만 6천명(5.4%)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3.9%로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동월대비로는 실업자가 7만 8천명(9.5%) 증가했고, 실업률이 0.2%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동월대비로 보아 실업자와 실업률이 모든 연령계층에서 증가하였으나,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이  0.4%p 상승한 것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월대비로는 20대 졸업자의 구직활동 증가와 건설업 및 도소매·음식숙박업 부문 취업자의 실업 전환이 실업률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한편 취업자는 2천 200만 5천명으로 전월대비 6만 9천명(0.3%) 증가하였으며, 전년동월대비로는 50만 7천명(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년동월대비 취업자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453천명, 7.7%),  제조업(120천명, 2.9%), 건설업(30천명, 1.8%)에서 증가한  반면,  농림어업(-91천명,  -5.5%) , 전기·운수·통신·금융업(-7천명, -0.3%) 등에서는 감소하였다.
또 교육정도별로 보면 전년동월대비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중졸이하(34천명, 0.6%p), 고졸  (18천명, 0.1%p), 대졸이상(26천명, 0.1%p) 등으로 나타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증가폭이 컸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2월과 8월은 대학졸업생들이 대거 양산되는 달이기 때문에 실업자 수가 전달보다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업률이 6개월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전년동월과 비교해서도 0.2%p나 상승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어렵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고실업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뜻하며, 세계적으로 일고있는 '고용없는 성장'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업률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기획예산처는 올해 민생·대국민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공무원을 4000명 수준으로 추가 증원하고, 지방공무원 3000명을 증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공기업 및 산하기관도 올해 안에 2000명을 추가 증원키로 하고, 대상기관과 규모, 시기 등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안이 사전에 제대로 된 검토와 준비도 없이 탁상공론식으로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은 아닌지 반문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비효율성 증대, 행정적 준비 부족 등으로 말처럼 쉽게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도 모자라 한 조사업체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올 신입사원 채용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최근의 대통령 탄핵발의라는 어려운 정치국면까지 겹치면서 '이태백'들의 시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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