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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땅값과 이소룡, 그리고 말죽거리 풍경
'이소룡시대'의 노스탤지어 무비 '말죽거리 잔혹사' 인터뷰
 
취재부   기사입력  2004/01/07 [12:35]

교복, 교모, 디스코, 올리비아 핫세, 선도부, 각목구타 그리고 이소룡의 쌍절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이소룡 세대에게 바친다’등 인상적인 시를 쓴 시인이기도 한 유하감독이 이소룡 세대의 노스탤지어인 자신의 세 번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가지고 돌아왔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교복시대 혹은 이소룔세대의 노스탤지어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1978년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어머니의 성화로 말죽거리(지금의 강남)로 전학 온 현수(권상우)라는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구타가 일상화 된 억압적인 교내에서 농구시합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학교‘짱’ 우식(이정진)이와 친구가 된 현수는 하교 길 버스에서 만난 소녀 ‘올리비아 핫세’(한가인)를 짝사랑 하는 열병을 앓기도 하고 교사들을 등에 업고 폭력을 휘두르는 선도부와 갈등을 겪기도 하며 청년으로 성장해 간다.
권상우, 한가인씨 인터뷰 모습.  권상우씨는 "시나리오는 잘 쓴 것이라도 보통 두어번 읽으면 실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진 않았다"고 작품선택 이유를 밝혔다.   © 대자보

이 영화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1978년 이라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강남이 아직은 ‘말죽거리’라는 정겨운 강 건너 이웃동네였던 시절에 관한 추억과 낭만을 담으며 그 시절의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도 냉정하게 현실로 보여준다.
다음은 6일 오후 열린 기자시사회가 끝난 후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질문 : 이 영화는 유하감독의 개인적 체험을 다룬 것인가?
유하감독 : 물론 70년대를 배경으로 다뤘고 학창시절의 친구나 후배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와도 통하는 점이 있는 정형화된 면이 있는 캐릭터 들이다.
질문 : 한가인씨는 키스 씬 찍을 때 느낌이 어땠나?
한가인 :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웃음) 어렵고 별 느낌은 없었다. 실제로 촬영할 때는 스텝들도 많고 해서 잘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권상우씨랑 찍을 때는 물이 나오는 분위기 있는 장면이라 좋았다. 소원이 물이 있는 곳에서 키스 씬 찍는 것 이었으니까.(웃음) 이정진씨하고 찍을 때는 긴장하고 떨려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른다.
한가인씨,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한가인씨는 "영화 속 은주처럼 '삼각관계'에 놓인 적이 있으나 우유부단 하게 행동하진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자보

질문 : 배우들이 70년대 정서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이정진 : 내가 78년생인데 그 시대를 잘 안다고 하면 거짓말 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정서나 감성이 크게 다르다고 보진 않는다. (디테일 한 면은)연기하는 사이사이 감독님께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4~5개월간 노력했다.
한가인 : 70년대라고 해서 감정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고교시절의 생각들을 가지고 연기한 부분이 많다. 우리보다 스텝, 특히 미술 분야를 담당한 분들이 너무 고생을 하셨다.
권상우 : 학교 내의 갈등이나 문제는 70년대나 지금이나 같다고 본다. 주인공이 ‘다른 친구’라는 생각은 안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 맡은 배역과 달리 좀 눌리고 물러나 있는 성격이라 물론 감독님이 의도하신 거지만 초반에는 (연기하기가)답답하기도 했다. 연기측면에서 배운 게 많다.
질문 : 각자의 학창시절 성격은 어땠나?
이정진 : 학교 다닐 때 영화와 정반대 성격이라 힘이 들었다.(웃음)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하고 그렇다고 공부를 아부 잘하는 것은 아닌…… 평범한 학생이었다.
한가인 : 평범한 모범생이었다.(웃음)
권상우 : 그냥 보통학생이었다. 선생님도 무서워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질문 : 유하 감독은 세 번째 영화작업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혹 아쉬움은?
유하감독 : 첫 영화는 얼떨결에 했다. 두 번째는 9년만이라 ‘잘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다. 이번에는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지만 내 사춘기, 청춘이야기를 해서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나 불만은 없었다.
질문 : 한가인씨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삼각관계를 경험해 봤나?
한가인 : 그런 감정을 경험한 일이 있다. (웃음) 난 남자친구가 있는데 누가 날 좋아했다. 하지만 난 영화속 주인공처럼 우유부단 하지는 않았다.
질문 : 유 감독의 이번 작품에는 70년대와 교복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보인다. 현실을 도피하고 너무 (영화적인)과거에 매이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하감독 : 물론 노스탤지어가 있다. 거의 30대 후반에서 50대가 추억으로 여길 요소들이다. 하지만 (관객들이)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추억’도 있겠지만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는 힘이 생길 것이다. 힘든 우리나라 ‘학교생활’을 다시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다.
질문 : 권상우씨가 분한 현수가 감독의 어린시절 혹은 학생시절에 ‘되고 싶었던 아이’를 그린 것인가?
유하감독 : 현수는 당시에 학생, 아니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90%를 나타내고 대표한다. 우식은 한 10%정도를 차지하는 나머지 학생들을 대표한다.
질문 : 이소룡과 쌍절곤이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
유하감독 : 나도 쌍절곤으로 운동하다가 머리를 많이 맞곤 했다. (웃음) 주로 뒤통수에 많이 맞았는데……. 아버지, 형님 시대에는 이소룡 좋아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스타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와 같았다. 지금은 더 다양하고 여러 방향으로 나간 것뿐이라고 본다.
질문 : 70년대를 다룬 것이 흥행이나 표현에 제약이 되진 않았나?
유하감독 : 이런 점은 있다. 배우들의 연기를 지시하다 보니 교모를 쓰는 법도 내가 가르쳐야 했다. 그때 ‘아, 어린 배우들에겐 이게 사극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마 <용의 눈물>같은 드라마나 이 영화나 (연기하기)힘들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웃음)
질문 : 권상우씨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어떤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나?
권상우 : 지친 여러분에게 재미를 드릴 ‘영화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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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7 [12: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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