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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선일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발적 구독자는 60만에 불과, 정체성 폭로 부끄럽게 해야
 
김동민   기사입력  2004/01/06 [09:59]

언론재단의 김영욱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한 세미나에서 ‘신문의 질에 대한 독자 평가와 충성도’ 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한겨레 12월13일자). 조사대상은 서울 거주 20살 이상 성인으로 조선 중앙 한국 경향 한겨레 등 5개 신문 구독자 각각 100명씩과 비구독자 100명 등 모두 600명이었다. 이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진실성에서 5위, 독이성에서 3위, 심층성(중요성)에서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용성에서만 1위를 기록했는데 2~4위와의 수치상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한편 새해 들어 각 매체들이 일제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비율이 15~20% 사이를 맴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의 전국적 시장점유율은 70%를 상회한다. 반면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30%를 넘는데, 한겨레나 경향 등 개혁적 매체의 시장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당이나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모두 개혁적 성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개혁적 매체의 시장점유율과 차이가 너무 크다. 이는 신문의 성향과 국민의 정치적 태도 사이에 ‘부조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48.5%)와 이회창 후보(46.2%)에게 표를 던진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부조화의 갭은 더 커진다.

이것은 매체의 성향 및 구독실태와 국민의 정치적 성향 사이에 부조화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인간은 심리학적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자신의 태도를 협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개혁적 시민이 조선일보를 구독할 때는 인지부조화의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을 찾기 위해 조선일보를 끊든지 동화되든지 양단간에 선택을 하게 된다. 나 같이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는 이렇게 글로써 풀든지 욕이라도 하며 균형을 찾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자주 부딪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난’을 극복하고서 끊는 용감한 독자는 극소수에 머물고, 대다수는 자신의 태도를 조선일보에 맞추면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그게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조선일보에 중독된 독자들이 부지기수에 이른다. 중앙이나 동아는 그 아류로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조선일보식 사고에 물들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 한 역사의 진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제는 개혁적 또는 선량한 시민으로서 조중동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의 인지부조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자기 성향에 맞는 신문을 구독하고, 맞지 않는 신문은 구독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게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조중동을 구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숫자를 포함한 배경으로 조선일보권력이 행사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분리시켜주어야 한다.

문제는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공짜신문과 경품이 여전히 난무하는 가운데 끊기는 무척 어렵다. 작년 봄 어렵사리 신문고시는 강화해놓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관계로 이 같은 불공정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문제에 좀 신경을 쓰면 좋으련만 화풀이만 하다가 조중동의 기만 살려주었다. 결국 시민운동만이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위 김영욱 박사의 조사에서 조선일보 독자들의 충성도는 높게 나왔지만 약점은 있다. 자발적 구독의 비율이 낮고, 훨씬 많은 비율이 경품 등에 현혹되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도적으로는 경품을 법적으로 금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조선일보는 구독지속 의향과 높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진실성에서 꼴찌인 5위에 머무는 등 유용성(1위)을 제외하고는 독이성(3위)과 심층성(4위)에서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허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조사결과는 또한 조선일보의 실상을 알리는 일 이상으로 다른 차원의 실천적인 운동이 보다 더 요구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진성독자들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조중동의 시장점유율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는 40% 정도로 낮춘다고 했을 때, 조선일보의 비율은 15%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본의 아니게 구독하게 되어 중독된 비율이 많을 것이다.

김영욱의 조사결과에서 자발적 구독자 비율은 33%였다. 이 비율을 근거로 하자면 조선일보의 유가부수가 180만부이니, 그 33%인 60만부 정도가 진성독자의 구독부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여 향후 안티조선운동은 그 나머지 유동독자군을 진성독자군으로부터 분리해내고, 잠재적 독자군을 격리시키는 방향으로 운동을 해나가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문제는 진영의 합의와 방법론의 개발이다. 진영 내에서 이 전략을 위험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는데 보라, 조선일보는 벌써 도시빈민층을 공략하고 있지 않은가. 방법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조선일보를 한나라당과 등치시키면서 조선일보 독자의 정체성을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것이 지식인으로서, 나아가 양식 있는 시민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임을 주지시키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들과 논객들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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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6 [09: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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