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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에서 무대 위까지 올라가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 ‘도그맨
 
임순혜   기사입력  2024/01/25 [22:00]

영화 ‘도그맨’은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로,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연출, 제8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뤽 베송 감독은  ‘도그맨’에 대해 “지금까지 만든 영화 20편을 압축한 이력서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해 뤽 베송의 41년간의 영화 인생이 담긴 기대가 되는 영화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뉴저지의 한 도심, 핑크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던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15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져 관객을 놀라게 한다.

 

영화는 프랑스 작가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로 시작된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도그맨’은 소년 더글라스의 10세부터 15세, 20세, 25세를 거쳐 성장하는 한 남자의 여정이자 눈물겨운 투쟁기를 그리고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더글라스가 개와 친구가 되어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아버지로 인해 개 사육장에 갇혀 자란 소년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유일한 가족이자 구원 같은 존재인 개들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발견한다. 그는 개들과 함께 살며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두운 과거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무대를 완성한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도그맨’은 진흙탕에서 무대 위까지 올라가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더글라스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 자신에게 셰익스피어와 예술을 알려준 첫사랑에게 약혼자가 생기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변함없이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개들이 있다. 그가 위기의 순간을 맞을 때마다 늘 어디선가 개들이 나타나 그를 돕는다. 

 

신마저 외면해버린 것만 같은 가혹한 현실이지만 개들이 주는 진실한 사랑을 통해 더글라스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는다.

 

‘도그맨’은 더글라스와 개들의 순수하고 깊은 관계를 보여줘 관객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개와 교감하며 사랑을 나누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 더글라스는 2021년 영화 ‘니트람’으로 제74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슨이 맡아, 퇴폐적인 마스크와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케일럽 랜드리 존슨은 2007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자전거 타는 소년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2011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초음파 능력을 지닌 밴시 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2021년 ‘니트람’에서 총기 사건의 범인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며 제74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션 베이커, ‘겟 아웃’의 조던 필 등 거장들의 선택을 받아 뛰어난 연기력을 증명하고 있는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더글라스는 개들을 이용해 절도한 혐의로 체포되어 자신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고백하는데, 핑크색 드레스에 짙은 화장으로 치장하고 백여 마리의 개들을 몰고 다니는 독특한 비주얼로 강렬한 도전, 슬픔, 욕망 등 복잡한 내면까지 지닌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케일럽 랜드리 존슨은 끊임없이 변모하는 더글라스를 연기해 관객으로 하여금 찬탄하게 한다.

 

더글라스는 무대에 올라 화려한 모습의 마릴린 먼로가 되었다가 에디트 피아프도 된다. 그러나 무대 아래에서는 화장을 지운 수수한 모습으로 개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개들의 대부가 되는 등 다양한 면모를 연기해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한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주)엣나인필름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더글라스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청년이다. 매일을 살아가며 가능한 자주 탈출하고 싶어하고 동시에 매우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더글라스를 설명했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더글라스가 만들어내는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매 촬영에 최대한 집중하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4~5시간 동안 다음 씬을 준비하며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한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6개월 동안 더글라스를 준비하며 대부분을 휠체어 위에서 보내며 “장애인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한 캐릭터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가능한 오랫동안 휠체어와 함께 했다”고 밝혔다.

 

▲ 영화 ‘도그맨’을 연출한 뤽 베송 감독  © (주)엣나인필름

 

1월23일(화)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6시30분까지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뤽 베송 감독은 한국에서의 개봉 소감을 묻는 물음에 “개봉한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한국영화는 강렬함과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한국에서 어떻게 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뤽 베송 감독은 ‘도그맨’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4년간 어린 아들을 개와 함께 철창에 가뒀던 한 남자의 기사를 보고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유년기에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가 개들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다면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 상상하게 되었다”라며 영화를 구상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뤽 베송 감독은 “고통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고, 고통의 유일한 해독제는 바로 사랑이다. 개들의 사랑이야말로 치유제이자 기폭제"라며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후 있을 선택의 기회에서 테러리스트가 될지 마더 테레사가 될지 궁금했다”라고 말해 더글라스가 위기의 순간에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를 궁금케 하였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영화속 공간을 뉴저지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뤽 베송 감독은 “실화에 기반했다. 기사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공간은 시간성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을 생각했다.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버려진 것 같은 공간을 생각했다. 가난하고 버려진 도시로 미국의 뉴저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뤽 베송 감독은 “미국 기사를 접했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버려져 개와 갇힌 아이는 프랑스에서도 있었다. 어린소녀와 소년들이 탈출해 기사화 되었다. 그러나 기사화되지 않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른다. 영화의 출발선이다. 이 소년이 재기하고 얼마나 외롭게 살아가는지가 핵심 키워드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얼마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가가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뤽 베송 감독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성적 취향 등 다름을 겉으로는 포용하는 듯 하지만 실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영화에서 다루었다”고 밝혔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뤽 베송 감독은 케일럽 랜드리 존슨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세번째 식사에서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와 잘 맞아 확신을 가졌다. 6개월 동안 영화를 같이 준비했다. 영화가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4개월 동안을 매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뤽 베송 감독은 더글라스라는 인물 구상에 대해 “60%를 구상했으나 나머지는 어떤 배우를 선택하는가에 달렸다. 100% 상상 안 했다. 나머지는 배우와 함께 완성해 나간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뤽 베송 감독은 더글라스라는 인물에 대해 “주인공은 12살 이후 평생을 휠체어에서 살은 사람이다. 연기 교사를 만나 연극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일자리를 찾으나 안주었다. 캬바레에서 드래그 퀸 인물을 연기하고 살아간다. 자신이 사회에서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인공 연기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누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들었다. 가장 뛰어난 배우는 게리 올드만, 최민식 그리고 케일럽 랜드리 존슨, 이 세명이다. 최민식과 작업할 때 영어가 안 되었으나 소통하는 놀라운 재능 갖고 있어서 기억난다”고 말했다.

 

▲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110마리 개와 촬영하는 것이 어려웠었을 것이라는 물음에, 뤽 베송 감독은 “실제 124마리 였다. 매일 매일 기쁘고 난장판이었다. 난장판인 것 인정하고 촬영했다. 3개월 동안 강아지 전담해 훈련했다. 매일 아침 40-50분씩 시간을 보냈다.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 영화 ‘도그맨’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뤽 베송 감독은 1983년 영화 ‘마지막 전투’로 데뷔해 아보리아 국제 판타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등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미와 화려한 액션 스타일로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으며 대중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는 감독이다.

 

또한, 1996년 ‘레옹’으로 체코 사자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1998년 ‘제5원소’로 세자르상 감독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2000년 뤼미에르 영화제에서 ‘잔 다르크’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독특한 영상미와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묻는 영화 ‘도그맨’은 1월24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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