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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 근본적 물음 던진 '거미집'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영화 제작 과정의 대혼돈과 코미디 포착 '거미집'
 
임순혜   기사입력  2023/09/24 [23:53]

영화 ‘거미집‘은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작이란 무엇이며,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영화로, ‘달콤한 인생’, ‘놈 놈 놈’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팬데믹 이전의 세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만든 작품으로, 제76회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 영화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 바른손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2005년의 ‘달콤한 인생’,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은 세 번째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 바른손


‘거미집‘의 주인공 영화감독 김열은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에 만든 영화들이 모두 오리지널리티 없는 양산형 치정극이라며 관객과 평단의 혹평과 외면만 받아오던 감독이다.

 

데뷔작마저도 선배 감독의 절대적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가 절하되며 점점 더 고립과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던 김열은, 영화를 다 찍고 나서 꾼 꿈의 강력한 영감을 받고 이틀만 더 찍으면 걸작이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혀 영화를 재촬영한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주)바른손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열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고,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촬영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거미집‘은 급히 재촬영에 들어간 김열이 재촬영 장면에 대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몰이해와 재촬영 자체가 성가신 제작사, 검열의 압박 등 사방의 적들에게 포위된 채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려 좌충우돌하며 안간힘을 쓰는 모든 과정을 담아,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이 폭소하게 한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주 )바른손


이틀만 더 찍으면 걸작이 될 것 같은 확신으로 가득했던 김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강박에 사로잡힌 김열은 영화를 만들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끊임없이 되묻곤 하는 질문이지만 이번만큼 통렬한 감정으로 영화를 다시 바라보게 한 적은 없었다.

 

‘거미집‘은 결국 이렇게 영화는 세상에 쓸쓸한 종언을 남기고 덧없이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아니면 매번 위기 때마다 탈출구를 찾아냈듯이 다시 한번 모습을 바꾸고 덧붙여서 또 새롭게 나타날 것인가? 지난날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나의 동료들은, 나의 선배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까? 그들은 영화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과 영화인에게 던진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주)바른손


김지운 감독은 “온갖 방해와 몰이해를 딛고, 분투 끝에 완성되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현장을 통해, 인생이 늘 온갖 아이러니와 고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갔듯, 영화 또한 계속되리라는 조심스러운 낙관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김열 감독 역은 ‘괴물’, ‘밀양’, ‘놈놈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 ’브로커‘의 송강호가 맡아  8번째로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는데, 어떻게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배우들과 제작자, 검열관과 부딪히고 어울리며 역동적인 이야기를 완성해 내는 의지의 인물을 연기해 감동을 준다.

 

송강호는 김열 감독 역을 맡아, 1970년대. 대본부터 검열 받아야 했던 한국을 배경으로 악조건 속 감독을 연기한다. 송강호는 김열 감독이 그리는 영화의 순간은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자본의 논리. 그사이 부딪히는 욕망들.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순간까지 영화 만들기의 역동적인 장면들을 실감 나게 연기한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주)바른손


‘거미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20세기의 끝인 1998년에 코믹과 호러가 공존하는 장편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한국 영화가 서구와는 달리 장르가 현실과 만나 만들어 내는 독특한 세계로 기억되게 한 감독이다.

 

김지운 감독은 언제나 장르에 대한 매혹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가해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안간힘이 자아내는 역동적인 드라마에 집중, 호러와 코미디, 느와르, 고어 스릴러, 웨스턴, 첩보, SF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고, 시대와 한국이라는 지역도 뛰어넘는 상상력을 선보이는 감독이다.

 

▲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 (주) 바른손


‘거미집’은  50년 전 한국, 대본 사전 심의는 물론 완성본 사후 심의 등 검열이 창작을 방해하던 시대 속에서도 걸작을 만들었던 시대 자체가 코미디이던 한국의 1970년대로 눈을 돌렸다. 

 

검열은 기본, 배우들이 하루에도 서너 개의 현장을 오가며 다작을 하고, 카메라도 기타 장비도 다 렌탈이던 시대, 영화가 가능했을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때, 그 현장에 대한 상상력으로 역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준다. 

 

▲ 영화 '거미집' 포스터  © (주)바른손


‘거미집’은 제작자와 감독, 이상과 현실, 그리고 스태프와 배우 등 인생의 축약판 같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일들은 대체 ‘영화’가 무엇이길래? 라는 근원적인 의문과 함께 각자 다른 목적과 욕망, 개성을 가진 이들 사이 벌어지는 역동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웃게 하며 동시에 생각하도록 한다.

 

‘거미집’은 제70회 시드니 영화제, 제71회 멜버른 영화제,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 제67회 BFI런던영화제, 제56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4회 남미 리우 데 자네이루 국제영화제까지 초청되었고, 최대 시장인 북미와 프랑스 포함 전 세계 187개국에 선판매 되었으며, 아시아국가 포함 주요 국가가 한국과 같은 시기에 개봉된다.

 

영화 제작 과정의 대혼돈과 코미디를 절묘하게 포착한,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 ‘거미집’은 9월27일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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