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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외이사가 삼성에 돈을 뜯어내다니
서정우변호사 '삼성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밝혀져 파문
서변호사의 이중성 폭로, 이회창 '진짜 몰랐나' 의혹증폭
 
심재석   기사입력  2003/12/11 [17:59]

‘차떼기’와 ‘책자위조’의 방법으로 LG와 삼성으로부터 302억의 정지자금을 강탈하다시피 받아내 한나라당에게 전한 혐의로 구속된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라는 사실이 참여연대에 의해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사이버 참여연대는 11일 ‘서정우 변호사, '노태우 뇌물 사건' 삼성측 변호인 활동’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중공업의 등기부등본과 사업보고서를 통해 서 변호사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으며 2000년부터는 감사위원까지 겸임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서 변호사는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 및 2심에서 이건희 회장 및 삼성전자 이사들의 변호인으로 활약한 것도 밝혀졌다. 참여연대는 “이 주주대표소송 사안 중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돈을 유용하여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75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건이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 2심에서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은 뇌물로 제공한 7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2002년 7월에 제출된 '피고측인 삼성그룹의 뇌물제공과 관련한 준비서면'을 통해 "피고 이건희로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고,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대부분의 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하여 요구받은 모든 기업이 뇌물을 공여하는 상황에서 이를 회피할 기대가능성도 없었다"라며 "만약 그때 삼성그룹만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뇌물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면 삼성그룹은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이고, 그 결과 사상 초유의 수익을 거두는 현재의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는 삼성을 변호할 때는 권력의 비자금 요구에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하는 고충을 말하다가, 지난 대선에서는 자신이 직접 기업의 고충을 악용해 불법정치 자금을 뜯어낸 파렴치함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삼성과 한나라당에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자신이 속한 기업을 한나라당의 돈줄로 삼은 것은 실로 기가 막힌 이중생활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뇌물이란 성질상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그 뇌물 가액 이상의 유리한 처분 등 대가를 얻기 위하여 제공되는 것이므로 단순히 회사에서 제공된 금원 자체가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해, 법을 심판하는 판사까지 지낸 서 변호사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서정우 변호사는 이 후보의 경기고•서울법대 8년 후배다. 제6회 사법시험 합격해 서울고등법원 판사, 부산지법, 인천지법,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쳤고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법조인이다.

서 변호사가 이 후보 진영으로 합류한 것은 지난 96년 이 전 총재가 국회의원 후원회(일명 부국팀)를 만들 때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97년 대선에서는 앞장서지 않았으나 지난 대선에서는 공식적으로 당 선대위에 들어와 당사 9층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대선당시 서 변호사의 공식직함은 이회창 후보의 법률고문이었다. 그는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으로 이 후보가 가장 믿고 상의하는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는 ‘서정우=이회창’으로까지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서 변호사와 이 전 후보의 관계가 ‘가족’ 또는 ‘사제지간’에 비유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니 이 전 후보가 서 변호사의 불법대선자금 모금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느냐가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서정우 변호사의 파렴치한 이중생활이 드러남에 따라 이회창 전 총재가 모든 사실을 고백해고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전 총재의 ‘고해성사’의 시기는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병렬 대표는 이 전 총재를 더욱 압박하고 ‘이 전 총재 책임론’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서 변호사를 신뢰하고 가족법률 고문으로 두어 심복처럼 부렸던 이회창 전 후보의 도덕성도 치명타를 맞게 됐다. 심할 경우, 이회창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쪽' 조차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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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11 [17: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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