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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계속 짓겠다는 정부의 무모함
[논단]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고, 신의 영역에 손을 댄 인류의 미래 생각해야
 
류상태   기사입력  2014/10/19 [11:51]

1.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영화감독을 한 명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꼽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 그의 영화들은 기독교 문화권에 오래 머물러 살았던 나에게는 우선 소재에서부터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지난 세기말 크게 히트했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레이더스 -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 이야기부터 좀 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는 이스라엘의 법궤(십계명이 기록된 두 돌판을 담은 상자)가 스토리의 중심을 차지하며 흥미진진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이스라엘 민족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법궤를 소유하는 국가는 전 세계를 정복하게 된다는 소문을 믿고 법궤를 추적하는 나치 독일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이 서로 법궤를 차지하기 위해 첩보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당시 막 도입된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중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법궤를 차지한 독일군 장교는, 주인공인 미국의 첩보원 인디아나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 분)를 생포하여 결박하고 의기양양하게 최후의 승자가 된 기쁨을 만끽하며 법궤를 연다. 그 순간 인디아나 존스는 눈을 감으며 동행한 여인에게도 절대로 눈을 뜨지 말라고 고함을 지른다.


마침내 법궤가 열리고 서서히 연기가 피어오른다. 피어오른 연기는 천사의 얼굴 모양을 그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악마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연기는 빠른 속도로 동굴 안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간다. 독일군은 얼굴이 죽처럼 흘러내려 순식간에 해골만 앙상하게 남고 만다. 그러나 주인공 남녀는 법궤가 열리는 장면을 보지 않음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기막힌 영상기법과 드릴 넘치는 장면들을 뒤섞어가면서 숨 쉴 틈도 없이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기교를 발휘한다. 그러나 스필버그가 나로 하여금 더욱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 것은, “인간이 신의 얼굴을 보면 죽는다”는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과, 신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를 등장시켜서 던져주는 영화 속 은밀한 메시지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미국은 세계를 양분하는 강대국이었다. 첨단 과학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서도 그랬다. 미국보다는 오히려 독일이 한 발 앞서가는 느낌이었지만! 그런데 이 영화에서, 과학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 심지어는 신의 영역까지 함부로 침범하는 자들을 향해 스필버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인간이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겠다고? 웃기지 마라, 그건 자신의 파멸을 앞당기는 짓일 뿐이다.”


2. 예수의 성배는 화려하지 않다


스필버그는 그 후에 발표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도 즐겨 기독교성서에서 소재를 따왔다. 몇 번째 편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하셨던 성배를 등장시킨 영화가 있다. 그 성배에 물을 담아 마시는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소문을 듣고 성배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욕심에 눈이 멀어 성배를 소유하려는 속인과, 어머니(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의 병을 고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성배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이 함께 등장한다. 주인공은 경쟁자보다 한 발 늦어 성배를 차지할 기회는 그 속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는 여러 개의 잔이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성배를 찾아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까지도 살릴 수 있는 성배라면, 게다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성배라면, 대단히 값지고 기품있는 것일 거라고 확신한 그는 번쩍거리는 금잔을 들어 물을 담아 마신다. 순간,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그는 순식간에 수 세기를 지나가듯 갑자기 늙어가다 이윽고 앙상한 해골만 남은 채 사라져 간다.


갑자기 땅이 진동하고 지진이 발생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잠시 정신이 나갔던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수많은 잔들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조심스레 걸어간다.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왔지만, 잘못 선택했다가는 앞서 죽어갔던 속인의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해리슨 포드, 그러니까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는 진땀을 흘리며 거기 놓인 잔들을 관찰한다. 이윽고 제일 초라한 목배를 집어 든다. 그리고 물을 담아 마신다. 어떻게 될까? 잠시 후, 인디아나 존스의 긴장한 몸에서 생기가 솟는가 싶더니, 그 곳까지 오느라 찢기고 짓이겨진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성배였다.


바로 그 때, 그 곳까지 동행했던 여인이 그 잔을 뺏으려고 달려든다. 성배는 갈라진 땅 속으로 퉁겨져 저만치 떨어져 있다. 어쩌면 다시 집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 확률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순간적으로 갈등하던 주인공은 욕심을 버린다. “저 성배는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일까.


스필버그의 예리한 시각은, 예수께서 사용했던 성배는 결코 화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인공의 판단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않고 섬기러 오신 예수의 사명과 삶을 그가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스필버그는 그의 영화들을 통해서 현대인에게 경고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제발 함부로 나대지 마라. 신은 없다고 섣불리 떠들고 다니지 마라. 인간이 무엇이건 할 수 있다고, 해도 된다고 까불지 마라.” 바로 이런 얘기들 말이다.


3. 인간이 절대로 손대지 말았어야 할 물질, 핵


2011년 봄 일본열도를 강타한 동일본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건이 일어난 지도 3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는 그 사건을 기점으로 핵발전소 완전폐기로 가닥을 잡았다. 핵발전소 비율이 75%에 이르는 프랑스도 10년 이내에 50%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핵발전소 증축계획을 밀고 나가겠단다.


그런 분위기에서 한글날인 지난 10월 9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찬반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68%의 투표율에 85.6%에 이르는 압도적인 반대로 표결이 나왔다. “삼척 주민의 96.9%가 원전 유치에 찬성했다.”고 정부가 2011년에 발표한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다. 하지만 정부는 삼척 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핵발전소 신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간이 절대로 손대지 말아야 할 물질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핵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후쿠시마 핵 사고로 일본은 이미 국가의 생명이 끝났으며,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빨리 일본인들을 그 섬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라는 극단의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패망론’까지 나오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핵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이 정부의 무모함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우가 되기를 바라지만, 내 생각으로는, 인류의 종말은 핵폭탄보다 핵발전소에 의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테러나 전쟁을 계획하는 집단이 자신의 파멸까지 감당하고자 한다면, 굳이 핵폭탄을 갖지 않고도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핵발전소를 파괴할 능력만 갖추면 될 테니까...


첨단 과학시대를 자랑하는 우리 인간, “해도 되는가?”를 묻지 않고 “할 수 있는가?”만 묻는 무모한 과학만능의 시대에서,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오만을 부릴 것인가? 우리는 21세기를 무사히 넘기고 22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은 지구마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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