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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 같은 공연, 경기12잡가 소리극
[공연]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전통민요협회 경기소리극 <나는 춘향이다> 열려
 
김영조   기사입력  2011/06/05 [22:21]

   
▲ 춘향 후보가 혼신을 다해 소리와 연기를 한다     ©김진무

한국의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어 세계무형유산으로 뽑혔다. 그만큼 우리 소리도 이제 세계인이 좋아하는 소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뛰어난 문화유산이긴 하지만 부단히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하는 것이다. 

최근엔 판소리도 창극으로 무대에 올려지고, 서도소리도 토종뮤지컬인 향두계놀이나, 추풍감별곡으로 무대에 올라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은 바 있다. 이런 흐름이 바로 경기소리에서도 시작되었다. 지난해 경기소리의 젊은 소리꾼 이희문이 “황제, 희문을 듣다”를 공연하여 청중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또 다른 시도를 경기소리는 해냈다. 6월 3일 저녁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있은 경기소리극 “나는 춘향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공연은 (사)한국전통민요협회(이사장 이춘희,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사)한국국악협회ㆍAURA COREA가 후원했다. 또 총제작ㆍ예술감독에 이춘희, 기획 이혜원, 연출 김지후, 조연출 이희문 씨 등이 맡아 주었다.

무대가 열리자 사회석에는 선비 차림(이몽룡 분)과 방자ㆍ향단이 차림의 세 명의 사회자가 등장한다. 사회자가 세 명씩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날의 공연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공연이 아님을 암시한다. 세 사람은 일반 사회자가 아닌 소리꾼으로 몸짓과 소리로 우선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면서 오늘 공연은 4명의 춘향 후보 가운데 ‘오늘의 춘향’을 뽑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우선 춘향 후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예전 춘향들, 곧 현 중요문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선생, 전수조교 이호연 선생과 함께 이수자들이 교대로 나와 경기민요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 공연도중 맛깔스럽게 사회를 보면서 소리ㆍ연기를 해낸 세 사람     © 김진무

▲ 춘향 후보 네 사람과 이몽룡이 나와 소리를 한다     © 김진무

이어서 춘향 후보로 뽑힌 채수현, 전영랑, 송지현, 최주연 양 등은 출인가, 방물가, 집장가, 형장가 등을 나누어 불렀다. 4 후보의 특색 있는 소리를 견줄 수 중요한 시간이었다. 소리를 하는 도중 감칠맛 나는 아니리도 선보여 재미를 한껏 더해 주었다.

이몽룡 역과 사회자 역을 함께 한 고금성 이수자는 일인이역을 훌륭히 해냈으며, 각 춘향 후보에 맞춰 소리하느라 적잖이 연습을 했을 것이란 느낌이 들게 했다.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의 반응도 참 뜨거웠다. 공연 내내 쏟아지는 추임새와 환호성에 아마도 출연자들은 힘든 줄 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음악이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기에 추임새는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몇몇 사람만 입을 여는 추임새인 경우가 많았는데 견주어 이날의 공연은 청중 대부분의 자발적 추임새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 춘향 후보와 사회자가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 김진무



▲ 옥중 춘향이와 어사또가 만나는 장면     © 김영조

다만, 이야기가 있는 소리극을 추구한 공연인데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 공연에 대한 칭찬은 인색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멀리 경기도 군포에서 찾아와 공연을 본 교사 이정미 씨는 “차를 몇 번을 갈아타는 등 어렵게 공연장에 왔지만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민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고, 전보다 훨씬 맛깔스럽게 다가와 흥분 속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런 공연이라면 앞으로 큰 인기를 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이날은 고등학생 청중도 눈에 많이 띄었는데 경기도 남양주 마석고등학교 1학년 김하슬람 군은 “저는 전통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경기도의 여러 명창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공연 중에 학교에서 배운 한오백년이나 아리랑과 같은 노래가 나올 때는 같이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춘향과 몽룡의 사랑가 장면     © 김진무

▲ 춘향 후보와 대담을 하는 사회자들     © 김진무
책에서 봐왔던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그리고 탤런트 양금석 선생님을 실제로 보니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공연은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느꼈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접하여 전통음악을 이해하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불러왔던 가곡이 서양가곡에 밀려 전통가곡이란 이름으로 뒷전에 나앉고, 우리 겨레의 숨결인 민요가 트롯가요에 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한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 온 청중들은 “오늘 경기소리극처럼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새롭게 일어선다면 우리 음악이 예전처럼 다시 영화를 되찾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면서 “녹음방초 우거진 오월 단오절을 맞아 남원 광한루에서 성춘향의 그네 자락에 펄럭이는 고운 자태를 느끼게 해준 한 폭의 그림 같은 공연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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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05 [22: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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