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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식 출범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복지대통령' 탄생시키자"‥야권통합 운동 본격화
 
박진철   기사입력  2011/05/15 [19:28]
봇물 터진 '야권 단일정당' 요구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출범식   ©대자보 박진철

5월 들어 2012년 총선 승리와 대선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단일정당 건설'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가 지난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보편주의 복지국가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하나의 정당으로 뭉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 만들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축사   ©대자보 박진철
이는 문성근 씨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촉구하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하 백만 민란)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백만 민란'이 야5당과 시민사회가 모두 하나의 정당으로 합치자는 운동인 반면, '국민운동본부'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자는 데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국민운동본부는 모든 정치세력에게 참여를 요청하지만,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묻지마 단일정당'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만 민란 또한 정책 노선으로 보편적 복지에 적극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두 단체의 차이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향후 두 단체의 연대 또는 통합 논의가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성근 백만 민란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국민운동본부도 단일정당으로 복지국가를 만들어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로선) 큰 동지를 얻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손잡기 협약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국민운동본부, '복지 전도사'들 총집결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은 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그동안 보편적 복지를 주창했거나 관심을 갖고 있던 각계의 명망가와 활동가들이 총출동했다. 국민운동본부가 이날 발표한 17인의 공동본부장은 야권의 내로라하는 '복지 전도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했다.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공동본부장'       ©대자보 박진철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최병모(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전 민변 회장), ▲주대환(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김용익(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서울대 의대 교수·노무현 정부 사회정책수석),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노무현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경제 가정교사' 역할), ▲정승일(장하준 교수와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동저자), ▲조원희(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신필균(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김대중 정부 시민사회비서관·'복지국가 스웨덴' 저자), ▲이옥(덕성여대 교수·전 육아정책연구원장), ▲오미예(아이쿱생협 연합회 회장), ▲이남신(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준영(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 ▲고희범(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 사장), ▲노혜경(라디오21 진행자·전 노사모 대표일꾼), ▲신기남(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이사장·전 열린우리당 당의장), ▲유원일(창조한국당 국회의원), ▲박용진(진보신당 부대표) 등 17명이 공동본부장에 참여했다.
 
정동영·천정배·이인영, '복지국가 단일정당 운동' 적극 동참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 문성근 백만 민란 대표가 내빈으로 축사를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축사  ©대자보 박진철
손학규 대표는 "정말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복지국가라고 하는 것이 이렇게 보편적인 용어가 될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연대, 단일화 이것을 넘어서 '하나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그 길을 찾아서 그 길을 택해서 그 길로 정진해 나가야 된다"고 말해 야권 단일정당 운동의 취지에 동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지금 현재는 차이가 많이 있다. 앞으로도 더 차이가 계속 있을 수 있고, 또 생각지 않았던 차이가 경우에 따라서는 충돌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모든 게 아스팔트처럼 확 뚫린 길로만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담쟁이가 담을 오르듯 절벽 같은 데도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나가면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야권의 복지국가 단일정당 운동에 적극 동참과 역할을 할 뜻을 내비쳤다. 정 최고위원은 "여기 오기 전에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에서 열린 15번째 희생자 강종완 님 노제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실직이 죽음이고 해고가 살인'인 이 현실을 멈추라고 하는 강종완 조합원의 절규에 대한 대답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모색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축사   ©대자보 박진철 
그는 "2012년 우리 국민은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5월달 안에는 야5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정책연합을 논의하기 위한 원탁회의를 만들어야 하고, 그 원탁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9월쯤에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지기를 염원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5.18 영령 앞에 묵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18 영령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가 하나되겠다, 역사적 결단을 할 수 있다'는 다짐을 그 앞에 바치는 것이 훨씬 더 값어치 있는 기념"이라고 역설했다.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도 "복지국가로 가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의 정당, 하나의 깃발로 모여야 한다"며 적극 동참 의사를 밝혔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손학규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상당수가 야권 단일정당 건설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회찬 "강력한 진보정당" Vs 박용진 "복지국가 단일정당"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대표와 박용진 현 부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축사와 정치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입장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노 전 대표는 강력한 진보정당 건설에 방점을 둔 반면, 박 부대표는 복지국가 단일정당 건설에 동참을 호소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왼쪽)와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      © 대자보 박진철

노회찬 전 대표는 "보편적 복지국가는 강력한 진보정당 없이 건설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진정으로 보편적 복지국가를 바란다면 그 국민운동은 강력한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복지국가의 실현을 진심으로 염원하다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확보하는 일, 노동을 건강하고 강력하게 키워내는 일에도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 사민주의 그룹인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를 이끌고 있는 박용진 부대표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의 필요성을 열렬히 호소하면서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박 부대표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의 길, 복지국가 건설의 길은 진보정치를 포기하는 길이 아니라 진보정치를 더욱 확장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진보정당 일각의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기서 얼마나 더 걸려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1956년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으로부터 55년, 87년 6월항쟁으로부터 24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해서 진보정치가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던 날로부터 무려 11년이 흘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다림에 지쳐버린 국민들한테 진보정치가 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시 10년, 20년을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고 잔인하다"며 "그것은 진보정치의 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젠 '복지대통령' 뽑을 차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교수와 이상이 제주대 교수(오른쪽)   ©대자보 박진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고, 가장 행복도가 높고, 가장 부유한 측에 속하는 나라들이 바로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는 나라들"이라며 "복지국가는 누가 뭐래도 이제까지 인류가 발명한 사회제도 중에서 가장 정의롭고, 가장 인간다운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는 오늘의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을 뽑았다가 낭패를 본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복지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이상이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겸 운영위원장도 "이제 이 지긋지긋하고 불안한 각자도생의 삶의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서로 어깨에 어깨를 걸고 스크럼을 짜고 양극화 극복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제2의 민주화 운동' 즉 경제사회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올해 안에 만들어서 2012년 총선에서 신자유주의 시장만능 국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정치세력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대통령선거에서는 새로운 대한민국,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상교육·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등 '10대 과제' 제시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는 노혜경(왼쪽)·고희범 공동본부장     © 대자보 박진철

이날 출범식에서 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추진해 갈 '10대 과제'로 ①무상보육과 실질적인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대학등록금 걱정 없애기, ②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 ③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저임금과 고용 불안 없는 좋은 일자리 보장(비정규직 비율 반으로 줄이고,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 등), ④온 국민의 주거 안정과 기본적인 주거 제공은 국가의 의무, ⑤노후 소득 보장과 노인 부양 부담 해소로 노인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 ⑥공정하고 투명한 경제가 보장되고, 고용이 동반되는 경제발전(복지국가 건설과 대립되는 한미FTA 불인정, 불합리한 대기업의 원·하청 관계 정상화,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⑦남북 사이의 불필요한 대립과 긴장관계 해소하고, 남북 교류 정책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⑧성장 중심이 아닌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발전으로 전환(4대강 개발 등 토건국가식 환경파괴 중지,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축소 및 중단 등), ⑨독재 정부 수준으로 악화된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검찰 개혁 추진, 국가인권위원회 기능과 위상 정상화 등), ⑩여성과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각종 돌봄 서비스와 활동보조인 지원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노혜경, 고희범 두 공동본부장이 "시장 만능 국가를 뛰어넘어 온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내용의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면서 공식 행사를 모두 마쳤다.
 
"늦어도 10월까지 창당준비 들어갈 것"

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전국 16개 광역단위별로 지부 조직 건설에 나설 예정이며, 길거리 서명운동과 복지국가 수다모임 개최, 그리고 강연회와 토론회 등의 활동을 통해 보편주의 복지국가와 단일정당 건설이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이자 시대정신이라는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창당 일정과 관련해 이상이 공동본부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10월까지 기존 정당을 제외한 시민사회, 각계 전문가, 정치신인들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 단일정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려 한다"며 "1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3개월 이전에 단일정당 창당을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가치 중심의 세력통합이라는 큰 정치의 길로 가야한다"며 "지금의 민주당 체제로 연말의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극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민주당과 손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독자적 강화가 아니라 복지국가 단일정당에 참여하여 거대한 중도 진보정당으로 재편되는 길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국민운동본부의 출범으로 기존의 백만 민란과 쌍끌이로 야권 단일정당 운동에 나서면서 야권통합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12일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적힌 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자보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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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15 [19: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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