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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K리그 감독 무엇이 우선인가?
축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노력과 확고한 축구철학, 지도력, 책임감, 적극성, 리더십 필요
 
김병윤   기사입력  2011/04/07 [03:26]
 ‘지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단적으로 지도력에 특별함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성적 여하에 따라 지장, 덕장, 명장, 용장으로 구분된다. 지도자로 서 이런 명성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축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노력과 확고한 축구철학, 지도력, 책임감, 적극성, 리더십 등등을 갖추지 않고서는 지장, 덕장, 명장, 용장의 지도자 반열에 올라서기 힘들다.

 한국축구 120여년의 역사속에서 지장, 덕장, 명장, 용장 반열에 올라선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한국축구에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외국인 지도자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급기야 프로축구와 국가대표팀에 외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그 중 명장으로서 인정받은 지도자는 거스 히딩크 감독뿐, 그 외 해외지도자들은 지장, 덕장, 명장, 용장 등극에 실패했다.

진정한 축구선진국 진입을 꿈꾸는 한국축구에 지도자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중 프로축구팀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지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보편타당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축구는 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고, 아울러 축구선진국 진입도 성취 될 수 있다.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Profession)이다.

지도자 역시 프로로서 충분한 전문지식과 전문능력, 풍부한 실무경험 및 지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팀 운영은 물론 구단 및 팬들과 유연히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직 과거의 명성과 일천한 경험으로는 프로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프로축구 28년 역사에서 지도자 평균 재임 기간이 약 2년 5개월이라는 현실에서, 프로축구 감독이 갖추어야 조건은 전적으로 지도력이다. 이 같은 필요 충족 조건은 현재 한국프로축구의 여건, 환경, 그리고 성적에 연연한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프로축구 28년 역사속에서 현재 보다 더 어려운, 여건, 환경, 분위기속에서도 지장, 덕장, 명장, 용장에 우뚝 선 지도자는 있다. 그 주인공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4강 견인에 성공하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박종환 감독이다.

박종환 감독은 이후 프로축구 일화 천마(1988~1996)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프로축구 정규리그 3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이어 차경복 감독도 1998년 성남 일화 지휘봉을 잡고 프로축구 최고의 팀으로 발돋움시키며 리그 3연패를 이끌었고, 2003년에는 아시아 축구연맹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김호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1994년 미국 FIFA월드컵에 참가 당시 조별리그 2무1패로,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이전까지는 한국팀으로선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수원 삼성(1995~2003) 감독 시절에는 프로축구 리그 2회, FA컵 1회, AFC 챔피언스리그 2회 등,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수원 삼성을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들은 축구에 대한 연구, 노력과 확고한 축구철학, 지도력, 책임감, 적극성, 리더십 등등을 가지고, 고등학교-대학교-실업팀 지도자를 역임하며 풍부한 경험속에 자기만의 축구철학 구현에 매진 지도자로 성공 신화를 쓰며 ‘지도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아울러 지도자 생활에 있어 고생을 몸소 체험한 지도자들이기도 하다. 

 매 경기 피 말리는 승부를 치르는 프로축구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의 자리다. 그래서 프로축구 2011 정규리그 4경기에서 전패한 최순호 강원 FC 감독도, 성적 부진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다. 프로축구에 과거의 명성과 일천한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를 선호하는 구단 역시 발전은 요원하며 팬들로부터도 사랑받을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드래프트제 폐지, 승장제 실시 등과 같은 현안문제들이 선결되어야만, 긴장감과 상호 경쟁의식에 의한 최고의 지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프로축구 분위기에서는 성적에 연연하는 지도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프로축구 매 시즌 각 팀 감독들은 ‘공격축구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하지만 이를 이행하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여기에서 감독의 수명도 단축되며 관중들도 프로축구에 등을 돌리게 된다. 프로축구 감독은 선수 못지않게 마케팅 역할자이기도 하다. 감독의 지도력에 의한 마케팅 파급력이 발휘될 때 지도자들도 자기 발전을 성취하는 동시에 프로축구도 발전할 수 있다. 프로축구 2011시즌은 350만 관중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강원 FC 최순호 감독의 중도 퇴진과 같은, 지도자들의 중도하차가 이어진다면 진정 프로축구가 설 땅은 없다. 그 예는 4월2일 개최된 프로축구 5경기 중 단 1경기도 공중파는 물론이고,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조차도 생중계하지 않았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프로축구 지도자 전제 조건은 없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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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07 [03: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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