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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아시안컵 징크스' 재연 우승 쉽지 않다
51년 만의 우승 달성 '골 결정력'에 달려 있어
 
김병윤   기사입력  2011/01/19 [01:08]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C조 3차전 호주(0:4 패)와 바레인(2:5 패)에게 잇따라 패해 조별리그 탈락이 이미 확정된, 약체 인도를 맞은 한국은 총력전을 펼치며 4 : 1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의 대 인도전 첫 번째 전략은 적극적인 공격축구 전개에 따른 대량득점이었고, 두 번째는 베스트 멤버 출전에 의한 팀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결국 한국은 인도와의 대전에서 승리는 거뒀지만 아쉬움을 넘어 답답함을 안겨주었고, 골 결정력 부족과 수중전에서의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조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1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바레인, 호주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는 만족스런 경기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8강전부터의 경기력이다.
 
8강에 진출한 국가는 A조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B조 일본, 요르단, C조 한국, 호주, D조 이란, 이라크로 한국에게는 모두 껄끄러운 상대들이다.
 
특히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우지 못하면 한국의 51년 만에 우승도 없을 만큼 중동 팀 격파는 필수적이다.

비록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잃은 중동의 모래바람이지만, 한국이 중동 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선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조별예선에서 펼친 패스 위주의 볼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조직력 축구의 지속성이다.
 
또한 과거에 가졌던 중동 팀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만약 이 두 가지 사항이 선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동벽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중동 팀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가운데, 강한 압박을 펼쳐 한국으로서는 상대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 아시안컵에서 중동 팀에 발목이 잡힌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중동의 8강 진출 팀 중 한국이 경계해야 할 팀은 대회 주최국 카타르와 이란이다.
 
특히 8강에서 한국과 맞붙게 될 이란은 개인, 부분, 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한국이 51년 만에 아시안컵 무관의 한을 푸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이란 감독 압신 고트비(47)가 한국 축구와 선수를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한국에게는 결코 득이 될 수 없는 점이다.
 
이런 이란의 벽을 넘으면 한국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은 호주, 일본, 카타르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카타르도 비록 개막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 : 2로 완패를 당했지만, 외국인 귀화선수 파비우 세자르(32)와 세바스티안 수리아(28)를 앞세운 공격과 개최국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십분 활용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 전력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호주는 조별예선 2차전에서 한 차례 대전해 비록 1 : 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높이를 제외하고 플레이가 단순하여 그렇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맞대응한다면 한국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 : 0으로 대파하며 체면을 살렸지만, 1, 2차전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섬세하고 조직적인 축구가 실종된 채 골 결정력 부족까지 드러내며 패색이 짙었으나 행운과 심판의 보상 심리에 가까운 판정에 의하여 가까스로 8강에 진출했을 만큼 전력상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8강전부터는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 경기다.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여러 가지 의외의 변수가 뒤따른다. 그중 경기력 못지 않게 정신력(승부욕)과 체력이 승부의 관건으로 작용한다. 정신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어느 팀에게도 승리할 수 있고, 또한 어느 팀에게도 패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감독의 경기 운영과 지략도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8강전부터 조광래 감독의 철저한 맞춤형 선수 기용과 전술 구사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은 조별예선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바레인, 호주, 인도전에서 7득점에 그쳐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이 같은 골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8강전 이후 프리미어리거 박지성(30.맨체스터 Utd)과 이청용(23.볼턴)의 변화와 집중력 있는 플레이 구사는 필수적이다.
 
여기에 기성용(22.셀틱)까지 득점포가 가동되는 공격 전술을 구사한다면 한국의 박지성-이청용-기성용-구자철(22. 제주 Utd)-지동원(20.전남 드래곤즈)으로 이어지는 공격 파괴력은 조별예선보다 더욱 극대화 될 수 있다.
 
한국의 장점은 선수의 기량 평준화에 따른 다양한 공격 옵션이다.
 
공격의 염기훈(28.수원 삼성)과 윤빛가람(21.경남 FC), 손흥민(19.함부르크)도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조광래(57)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유병수(23.인천 Utd), 김신욱(23.울산 현대), 윤빛가람, 손흥민을 교체카드로 활용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던져줬다. 이점은 8강전 이후 한국의 우승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수비도 2실점을 허용 불안감을 노출시켰다. 이영표(34.알힐랄), 이정수(31.알사드), 차두리(31.셀틱), 곽태휘(30.교토상가)가 구축한 수비라인은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지만, 커버플레이 미흡에 의한 안정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축구에서 ‘수비가 먼저냐? 공격이 먼저냐?’의 화두에서 답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수비’가 먼저다.  

우승을 넘보는 이란, 호주, 일본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조별예선에서 한국은 수비라인의 무리한 플레이로 실점 및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를 받으며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가져다 줬다. 조광래 감독과 수비수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한국이 신. 구 조화를 이루며 세대교체에 성공 체력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수비라인 만큼은 노장에 체력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조광래 감독이 어떤 수비 전술과 교체카드로 극복해 낼지 관심사다.
 
아울러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세트피스 득점력에 취약성을 보이며 무득점에 그쳤다.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득점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8강전부터의 경기에서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 과정을 거치는 플레이하에서의 득점 보다 1 ~ 2차례 단순한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세트피스 득점 효과는 선수들에게 정신적, 체력적 및 팀 분위상 상당한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준다.  그러므로 세트피스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아시안컵 도전사에서 하나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의 알리 다에이에게 후반에만 4골을 허용하는 치욕을 맛보며 2 : 6으로 참패한 역사다.
 
굳이 이점을 논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이번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거머쥐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FIFA월드컵 8연속 진출의 ‘아시아 맹주’라는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지만 진작 아시안컵 우승은 1960년 제2회 서울 아시안컵 대회가 고작이어서 ‘아시아 맹주’와는 거리가 멀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 권위의 대회다. 한국축구는 이런 권위 있는 아시안컵 우승을 거머쥐지 않고서는 진정한 '아시아 맹주'로 대접받기 힘들다.
 
지금 축구팬과 4,900만 국민 모두는 아시안컵의 지독한 징크스를 극복하려는 한국축구를 예의 주시하며 51년 만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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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1/19 [01: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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