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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입관식…이희호 여사 '마지막 편지' 울음바다
이 여사 친필편지와 손수건, 성경과 직접 뜬 배덮개 함께 부장
 
임진수   기사입력  2009/08/20 [19:06]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관식이 가족과 친지, 측근 인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20일 오후 열렸다.
 
입관식은 이희호 여사와 아들 홍길, 홍업, 홍걸 씨, 그리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 등 모두 50여 명이 찾아 자리를 지켰다.
 
오후 1시 30분 시작된 입관식은 입관의식, 입관미사, 참관의식 순으로 진행됐으며,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누운 관 바로 왼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희호 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미사가 끝난 뒤 이희호 여사가 대통령께 준비한 마지막 선물을 관에 담는 참관의식이 거행됐다.
 
이 여사가 준비한 4가지 선물은 김 전 대통령이 즐거보던 성경책과 이 여사가 직접 뜨게질한 배덮개, 그리고 손수건과 이 여사의 자서전 '동행' 이었다.
 
이 여사는 자신의 자서전에 손수 쓴 마지막 편지를 접어 넣였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이 마지막 편지가 대독되자 입관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원 비서실장과 김선흥 국제의전담당비서관, 김철구 비서관, 그리고 최경환 비서관 등 김 전 대통령의 비서진들의 마지막 보고가 있었다.
 
이희호 여사 끝없는 순애보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 관에 편지와 손수건, 직접 뜬 배 덮개 등 함께 부장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김 전 대통령을 향한 이희호 여사의 그리움과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진갈색 향나무 관 안에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을 안치하는 입관 절차가 이뤄진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누워 있는 관 안에는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함께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이희호 여사께서 대통령님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를 준비하셨다"고 밝혔다.
 
편지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 찼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걸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은 씌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편지'는 이 여사의 자서전 '동행' 책갈피에 꽂혀, 손수건 한 장, 김 전 대통령이 즐겨 읽던 성경 한 권, 그리고 이 여사가 직접 손으로 떠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중 사용하던 배 덮개와 함께 부장됐다.
 
동행은 이 여사가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그에 따른 핍박으로 인생이 점철된 한국 현대사의 거목과 함께한 자신의 삶을 기술한 책이다.
 
지난해 11월 12일 열린 동행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기념회에 참석한 좌중 앞에서 이희호 여사의 손을 꼭 잡고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바쳤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수많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준 것도 아내고, 제가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을 때 힘과 능력을 주고 내조를 잘해주었던 이도 아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수 정한 동행의 부제도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였다. 바로 그 책 동행과 편지를 관 안에 넣은 것은 '비록 세상을 달리해도 사랑은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애절한 고백으로 들린다.
 
앞서 이희호 여사는 지난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직전에도 "하나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김 전 대통령을) 더 저희에게 보내 주세요"라며 김 전 대통령과의 이별을 피하려 몸부림쳤다.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영원히 이 세상을 함께 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아흔 가까이 함께 한 삶의 대부분이 순탄하기는커녕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던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그 속에서 가꿔온 사랑이 더없이 간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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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20 [19: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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