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DJ서거, 'MB책임론' 제기…"병세악화 이유는.."
DJ 임종 직전 까지 현정부 비판 "얼마나 애타하셨겠나"…'DJ 일기' 곧 공개
 
이석주   기사입력  2009/08/20 [12:02]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정국의 흐름이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달
리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예상됐던 서거' 이면에 숨겨진 이
른바 'MB정부 책임론' 역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고령인 고인이 현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는 동시,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임종 직전 까지 높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개의 대형 화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이명박 정부가 병세악화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DJ, 임종 직전 까지 현 정부 맹성토…"그 부분 때문에 병세 악화"
 
실제로 '동교동'의 마지막 비서로 불리는 설훈 전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지금 정국상황과 남북관계가 얼마나 안 좋느냐. 고인은 마지막까지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그 것 때문에 병세가 더 악화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워낙 국정 상황이나 남북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시고 애를 쓰셨기 때문에 속으로 얼마나 애타하셨겠느냐"며 "그게 결국은 병으로 가서 서거까지 온게 아닌가,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현 정부 비판을 가했다.
 
▲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한승수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조문했다.     © CBS노컷뉴스

김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앓아온 폐렴 증세와 고령의 나이 탓에 서거라는 불행한 상황에 이르렀으나, 이명박 정부 이후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 위기와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 역시 고인의 병세를 직간접적으로 악화시킨 주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임종 직전 까지 유례없이 강도높은 어조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높여왔으며, 휠체어를 이끌고 여러 현장을 방문해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내 반쪽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밝혔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추도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그가 받은 치욕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랬을 것(자살) 같다"고 이명박 정부를 맹성토 한 바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에 앞서 올 1월 1일 국민의 정부 신년하례식에선 "현 정권은 독재자 편에 섰던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최고수위의 비판을 가했다.
 
임종 직전 사실상 마지막 공식행사 참석으로 기록된 지난 6월11일 '6·15 선언 9돌 기념
식'에선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매우 걱정"이라며 "피맺
힌심정으로 말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을 남겼다.
 
MB정부, 노무현 때와는 다른 양상…정치적 후폭풍 우려?
 
이처럼 격정적 비판을 쏟아내던 김 전 대통령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충격'을 받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실제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폐렴 악화로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처음으로 입원했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러 가지로 심적 피로를 느껴왔다"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언급했다.
 
당시 이같은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의 입원에 우려를 높이던 상황에서, '병세악화=노 전 대통령 서거 때문'이라는 잠재적 의혹을 사실상 공식화 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난 5월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족 및 민주당과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진통 끝에 고인의 장례를 '6일 국장'으로 결정하는 가 하면, 고인의 분향소도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최대한 국가와 국민에 대해 예우를 갖춰 진행하라"는 뜻을 당부했다고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19일 밝혔으나, 정부여당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과 같이, '반 MB' 정서 등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한 분위기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민장'으로 결정했을 경우 제기될 비판여론을 우려해 정부가 장례기간은 줄이면서 형식은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나라당 역시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빈소를 방문하는 등 고인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김미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의 경우는 노환으로 서거한 만큼 노 전 대통령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연이은 '서거정국'은 범여권에게 부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 지정 공식분향소     ©대자보

김 소장은 이어 "두 달 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검찰과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했다"며 "아마 이런 학습효과 덕택에 노무현전 대통령 서거때와는 달리 발빠른 조문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6일 국장'과 관련, "기본적 원칙은 지켜야 하는데 앞으로 다른 대통령의 장례를 치를 때에도 편법으로 해나갈 건지 우려된다"며 "이같은 무원칙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과 사회에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J 일기장에 이목 집중…"책 열어본 순간 전율 느껴"
 
이런 상황에서, 서거 한달 전까지 김 전 대통령이 작성했던 일기 형식의 유고가 곧 공개될 예정이어서, 안에 담긴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대북관계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인한 현정부 비판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까지 작성한 일기형식의 책자를 이희호 여사로부터 전달 받았다"며 "양이 상당히 많아서 언론에 제공할 만한 내용을 선정해 준비하도록 했다. 분위기가 좀 차분해지면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비서관은 "책을 열어본 순간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 유고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고에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담겼을 경우, 이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8/20 [12:0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