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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정, 사제의 정으로 빚은 경기소리 한마당
[공연] 경기명창 야국 고주랑 명창 소리발표회..청중들 감동, 눈시울 적셔
 
김영조   기사입력  2009/04/28 [12:36]
▲ 야국(野菊) 고주랑 명창 소리발표회에서 함께 소리하는 고주랑 명창(왼쪽)과 스승 묵계월 선생     © 김영조
 
“사랑 사랑 사랑아 내가 놀던 사랑
한아름 덤썩 안구서 단둘이 놀던 사람
이 몸이 둥둥떠 저기 저 백운 타며는
님 상봉하기가 비난지사로다“

 
무대에서 흥겨운 민요가 흘러나온다. 무대엔 한 여성과 남성이 서로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의 연인도, 부부도 아닌 모자간이다. 경기민요 고주랑 명창과 그의 아들 경기민요 차세대 별 이희문의 무대다. 그들의 따뜻한 모자사랑이 온 공연장엔 흘러넘친다. 
 
지난 4월 26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최종민 교수의 맛깔스러운 사회로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라는 제목의 경기민요 야국(野菊) 고주랑 명창 소리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첫무대는 제자 고주랑 명창과 스승 묵계월 선생이 함께 한 자리였다. 묵계월 선생은 88살의 고령으로 옆에서 부축해야만 걸을 수 있지만 제자가 다시 서는 무대에 흔쾌히 장구채를 잡고 적벽가와 초한가를 소리를 했다. 청중은 이런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 감회에 젖어 소리하는 고주랑 명창      © 김영조

▲ 어머니 고주랑 명창과 경기민요 차세대 별 아들 이희문이 사랑스럽게 소리를 한다.    © 김영조
 
▲ 경기민요 청으로 변강쇠타령을 부르는 이희문     © 김영조

고주랑 명창은 이날 회심곡, 이별가,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회심곡을 불렀고, 아들 희문과는 긴난봉가, 잦은난봉가, 병신난봉가를 또 정경숙 명창과는 청춘가, 창부타령을 함께했다. 아들 희문은 변강쇠타령을 경기소리 청으로 불러 판소리의 새로운 맛을 개척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밖에 남은혜·고수자·박영실 씨가 방아타령·양산도·잦은방아타령을, 강연지·김희자·박문원 씨가 노들강변·태평가·밀양아리랑을 불렀고, 찬조출연으로 이수진의 승무가 있었으며, 마지막엔 모든 출연자가 함께 잦은 뱃노래로 막을 내렸다.  
 
고주랑 명창은 발표회 인사말에서 “소리하는 고주랑은 사람들에게 많이 잊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무대에 서서 좋아하는 소리를 예전처럼 맘껏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저의 35년 소리 인생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라며 감회에 젖는다.
  
▲ 같이 소리를 하는 고주랑 명창(오른쪽), 정경숙 명창     © 김영조
 
▲ 방아타령 등을 소리하는 남은혜, 고수자, 박영실     © 김영조
 
▲ 태평가를 부르는 강연지, 김희자, 박문원     © 김영조

고주랑 명창은 스승 묵계월 선생이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을 때 전수장학생이었고, 1980년엔 1기 이수자가 되어 스승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그 뒤 무형문화재 전수조교와 관련되어 큰 마음의 상처를 받고 한동안 소리판을 멀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친구인 무형문화재 이춘희 명창에 의해 아들 이희문이 경기소리를 하게 되면서 다시 소리를 찾았고, 아들의 조심스러운 권유로 다시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날 발표회에 한국국악협회 이영희 이사장은 “경기민요의 질박한 멋과 격을 보여주는 고주랑 명창”이라는 칭찬을 했다. 또 무대에 같이 선 묵계월 선생은 오상고절에도 홀로 피는 국화처럼 고주랑은 소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리를 했던 제자라고 말하면서 고주랑이 마음고생 할 때 지켜주지 못했던 것이 가슴 아프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 맛깔스럽게 사회를 보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최종민 교수    © 김영조
 
▲ 이수진의 승무     © 김영조
 
▲ 고주랑 명창, 묵계월 선생과 출연자 모두가 함께 잦은뱃노래를 부르며 막을 내렸다.    © 김영조

이날 발표회는 아들 이희문이 어머니를 위해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아들의 어머니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민요는 “민중 속에 전승되어 온 전통가요”다. 그 가운데 서울 ·경기 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경기민요(京畿民謠)가 좋아 큰 마음고생에도 아들과 함께 그 소리의 길을 다시 걷는 야국 고주랑 명창에게 이날 청중들은 뜨거운 손뼉을 쳐주었다. 모자, 사제의 정이 물씬 피어난 봄날의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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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28 [12: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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