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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끝내 '인권위 축소' 확정…"국제적 망신"
국무회의 통과, 208명→164명…인권위 헌재 청구, 박찬욱 감독 등도 반발
 
이석주   기사입력  2009/03/30 [17:58]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인력의 21.2%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직제 개정령안을 인권위와 인권시민단체의 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30일 오후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날 행정안전부 발 '직제 전부개정령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하는 한편, 인권단체들과 야권 등도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등 반발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직제 개정령안' 30일 국무회의 통과…인권위, 208명에서 164명으로
 
정부는 30일 오후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제12차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전부개정령안'을 최종 의결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21% 줄이는 방안을 확정했다"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직제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 정부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가인권위의 조직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직제 전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청와대 자료사진)     ©청와대

정부는 먼저 전부개정령안을 통해 △인권위 조직운영의 효율화 및 조직체계 간소화, △의사결정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국가인권위의 유사 기능을 통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공통지원조직은 '기획조정관'으로, 인권정책본부, 인권교육본부, 홍보혁력팀은 '정책교육국'으로 통합되며, 침해구제본부와 차별시정본부, 인권상담센터도 '조사국'으로 개편된다.
 
또 고위공무원단 2명과 4급 8명을 포함한 44명을 감축키로 했다. 결국 인권위는 현재의 '5본부 22팀'인 조직을 '1관 2국 11과'로 바꾸고, 인력도 현재 208명에서 164명으로 감축해야 한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20일 이같은 조직 축소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인권위에 전달, 26일 이를 차관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인권단체 강력 반발 "참혹한 결과 불러올 것"…민주, MB에 공개서한 발송
 
하지만 인권시민단체와 민주당의 야권은 정부의 인권위 축소 방침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인권위도 헌재에 법적 판단을 구하는 등 '21.2% 조직 축소'에 따른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인권시민단체와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인권위 축소 철회 공동투쟁단'은 이날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이라는 것은 정권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를 맹성토했다.
 
이들은 특히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 축소안의 국무회의 통과 저지를 강하게 외치고 청와대로 이동하려 했으나,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 당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상위1%를 위한 이명박 정부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공동투쟁단은 그간 국제사회가 표명한 우려를 강조,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운운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드높이기에 혈안이 되어있지만, 이번 인권위 축소 방침 강행으로 정작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을 당 의원 전체 명의의 성명 형식으로 발표, "과연 인권위의 기본적인 지적조차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현 정권의 통치능력이 취약한지 묻고 싶다"며 조직 축소의 즉각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인권위 축소는 국제인권단체도 경고한 바 대로, 국제적인 망신거리"라며 "더구나 국회를 통과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기능을 행안부가 직제령으로 제약을 가한다면 이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재고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임순례 등 영화감독 41명 "인권상황 좋아졌다고 누구도 믿지 않아"
 
박찬욱, 임순례, 류승완, 장진, 방은진 등 41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 감독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 조직을 축소할 만큼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이 좋아졌다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며 "그런데 왜 축소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이들 감독들은 지난 2002년 부터 국가인권위의 지원을 받아 매년 인권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해왔으며, 7년 넘게 계속돼온 이 프로젝트는 국내외적으로 한국사회의 인권 실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는 더욱 커져갈 것"이라며 "이제 겨우 인권 의식이 성장하기 시작한 현재의 인권위 조직을 축소한다는 것은 국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지난27일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인권위 본부장들이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다.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또 "인권위 축소로, 어렵게 이뤄가고 있는 사회적 인권의식이 꽃이 피기 전에 떨어질까 무척 우려된다"며 "인권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인 감수성이 확산될 때, 우리 사회는 인권 선진국이며, 동시에 문화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축소 철회를 촉구했다.
 
인권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가처분신청서 접수
 
한편 국가인권위(위원장 안경환) 김칠준 사무총장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청구는 정부를 향한 사실상의 법적대응으로, 조직 축소를 막기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인권위는 특히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함께, 심판에 대한 헌재 선고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제 개정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이번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엔 박재승, 최병모, 김덕현, 김필승, 허진영, 정연순 변호사 등 인권위가 선임한 변호인단이 대리인으로 참여했으며, 이날 접수 현장엔 박재승, 정연순 변호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인권위는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요지는 행정안전부가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 권한을 침해한 점과, 직제령 개정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적 하자 등에 관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귄위는 "헌재의 최종 판단이 우리 사회의 법치 관행을 공고히 하고 한국 인권위를 국제적 모델로 여기는 국제사회의 귀중한 교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제 개정 논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인권보호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해 신속히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인권위는 내달 1일 오전 긴급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뒤, 헌재에 신속한 판단을 요청하는 공문 발송을 의결할 계획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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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30 [17: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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