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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축소'에 뿔난 인권위, 정부여당 법안에 '제동'?
인권위, 국정원법·사이버모욕죄에 반대입장 피력…'30%축소' 미묘한 파장
 
취재부   기사입력  2009/03/04 [11:40]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정원법 개정안과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인권침해와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핵심 정책 추진에 대해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표명한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30% 인력 축소 강행' 발언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여당과 인권위 간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원법 개정안 : "정보수집 활동의 오남용으로 인권 침해 우려"
 
인권위(위원장 안경환)는 이날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과 송영선 의원이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정보수집 활동의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앞서 이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수립에 필요한 정보'와 '중대한 재난과 위기를 예방, 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수집이라고 규정한 뒤 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의 '직무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것.
 
송 의원도 직무범위에 대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와 '테러', '국제범죄조직, 산업기술보안에 대한 정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직무범위의 광범위성이 직무집행의 광범위성과 결합해 불법적 국민감시와 정치개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외군사정책 및 기타 국내정책 수립에 필요한 모든 정보로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과거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가 불법적으로 국민을 감시하며 정보수집활동을 오남용했듯,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뒤, 정보기관 직무범위의 명확한 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국회정보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사이버 모욕죄 : "표현자유 위축될 것, 친고죄 형태 바람직"
 
인권위는 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며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필요한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 등에게 냈다.
 
앞서 나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 악성 댓글 등 인터넷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최근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후 수단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과 같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이 사이버모욕범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심각한 형사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실제로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한 명시적 기준이 없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며 "이는 행위자에 대한 부당한 수사는 물론 종국적으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달곤 장관 "조직 축소 문제, 왈가왈부할 것 아냐"...인권위 "기능위축 우려"
 
한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안과 관련, 인권위 소속 전임 인권위원 16명은 3일 긴급호소문을 발표하고 "인력이 축소될 경우, 인권보호의 기능은 심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인권위원들의 호소문은 특히 이달곤 장관의 '축소 강행' 발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장관은 같은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가 임명되기 전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며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행의사 방침을 밝혔다.
 
이 장관은 "작은 조직이 더 일을 잘하는 경우도 많다"며 "(인권위 정원이 30% 감축되면) 일을 더 잘할 것이다. 그런 조직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원들은 "정부는 조직축소가 가져올 문제점을 헤아리고 인권선진국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조직이 줄어든다면 인권침해와 차별을 당한 국민은 어디에 어려움을 호소해야 할지 난감해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곧 대통령을 만나 인권위가 정부에 제출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과 인권과제에 대해 건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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