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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확실한 믿음의 선수는 있는가?
[스포츠의 눈] 네쿠남 '장군' 박지성 '멍군', 이란 맞아 극적 무승부
 
김병윤   기사입력  2009/02/12 [13:48]
이란 전반 경기주도권 장악 기성용 활약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 한국 vs 이란. 비록 허정무 감독은 1974년 이후 이어져온 이란원정 1무 2패의 무승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1977년 이후 32년동안 무득점의 테헤란 악몽을 벗어나며 1 : 1 무승부를 기록, 값진 승점 1점을 추가 한국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에 청신호를 밝혔다.

원정 경기로 객관적, 주관적으로 이란보다 가진것이 없었던 한국과 이란은, 경기 내용면에서 모두 만족스런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지만, 명암은 한국 '맑음' 이란 '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반전은 허정무 감독의 필승 카드였던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과 더불어 역습을 통한 득점과, 알리 다에이 감독의 중원 장악을 통한 한국 제압 카드는 시종일관 실종된 채 수비 - 공격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플레이와 치열한 몸싸움만이 경기장에 난무했다. 여기에 코너킥, 프리킥 세트피스가 경기의 핵심 키워드로 작용 양쪽 벤치에 항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전반초 경기 양상은 2분, 6분 연이어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 문전에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한 이란의 선제 공격에 의한 주도권 장악으로 흘렀다.

한국은 전반 17분 기성용의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성용이 헤딩슈팅을 시도한 것이, 첫 공격 포인트였을 만큼 미드필드 - 공격 플레이는 이란에 압도 당했고 수비는 집중력을 잃고 단지 수비만 하는데 급급했다.

알리 다에이 감독은 이런 한국의 왼쪽 수비 지역을 주 공격 루트로 삼아, 마수드 쇼자에이(25), 바히드 하셰미안(33. 보훔)과 이영표의 적극적 대결을 유도했다. 한국이 전반에 맞은 최대의 위기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전반23분 칼라트 바리가 한국 문전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바히드 하셰미안이 골에어리어 안에서, 조용형과 충돌했으나 호주인 주심 윌리암스는 PK를 선언하지 않아 한국은 최대의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어 미드필드에서 김정우가 칼라트 바리의 돌파를 제지하기 위하여 시도한 퇴장성 백 태클도 윌리암스 주심의 경고로 그쳐 수세에 몰리던 한국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했다. 
 
▲     © 대자보

경기전 양팀 키 플레이어로 주목되던 한국의 박지성과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29. 오사수나)은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어 경기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의 세계 양대 빅리그 자존심 맞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샛별 기성용(20)과 이란의 백전노장 카림 바게리(35)만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데 최선이었다. 기성용은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던 한국에 전반41분 통렬한 중거리 슈팅을 날려, 이란 골키퍼 메흐디 라흐마티(26. 메스 케르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러번 날카로움을 과시했다.

이란의 백전노장 카림 바게리 역시 주목받던 자바드 네쿠남, 바히드 하셰미안 보다 더 활기넘치는 플레이로 미드필드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반40분 허정무 감독은 투톱으로 기용됐던 정성훈을 빼고 염기훈을 투입 경기의 반전을 꾀하는 카드를 사용했다.

이 카드는 유효적절하여 42분 염기훈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이란 골키퍼 메흐디 라흐마티의 선방으로 득점 기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45분까지 미드필드에서의 빠른 압박도 없었고 이란에게 위협적인 역습도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다.

오직 호주인 주심 윌리암스의 유연한 판정으로 가까스로 실점 위기와 수적 열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허정무 감독과 알리 다에이 감독은 후반전 교체멤버 없이 전반전과 똑같은 전술과 지략으로 맞대응했다.

그래서 후반전 경기 양상도 전반전과 대등소이 했지만 선수들의 전의가 묻어나는 자세로 공.수 전환 플레이가 신속해졌고,  이 과정에서 양팀 선수들의 파울이 남발하는 가운데 급기야 득점도 여기에서 잉태되며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란 네쿠남 장군 한국 박지성 멍군


선취골의 감격은 이란이 먼저 맞봤다. 후반13분 전반전 한 차례 퇴장성 파울을 범했던 김정우가 아크서클 왼쪽 부근에서 파울을 범하자, 58분동안 숨죽이고 있던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이 오른발 인프론트 킥으로 절묘하게 감아차 한국 골 네트를 흔들었다.

천하의 이운재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골이었다. 선취골을 허용한 한국은 불과 1분 이란의 왼쪽 코너 부근을 돌파한 박지성이, 문전에 강하고 빠른 크로스를 올리자 이근호가 상대 밀집 수비를 빠져나와 문전 앞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 했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튕겨 한국도 2005년10월 이후 이란의 아자드경기장 홈 25승2무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게했다.
 
기성용은 후반전도 여전히 중원 플레이에서 투지를 불사르며 한국의 경기를 주도했다. 유럽파 박주영은 허정무 감독의 선택에 리저브로 머물러 있고 이영표도 시차적응에 의한 체력에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허정무 감독의 고심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후반전에 들어 더욱 세차진 비와 약8만여명이 넘는 관중도 0 : 1로 끌려가는 한국에게는 득이 될것이 없는 후반중반 이후였다. 양팀 감독의 화두는 단연 체력소모에 의한 선수 교체였다.

한국의 허정무 감독은 후반24분 이영표 대신 김동진을 이란의 알리 다에이 감독은, 마수드 쇼자에이를 빼고 골람 레자디를 기용하며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묘수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란의 알리 다에이 감독은 후반 19분 왼쪽 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의 기성용에 대담성을 몰랐고, 아울러 전. 후반 80분동안 침묵을 지킨 박지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한국 허정무, 이란 알리 다에이 감독 과제

이는 이란축구의 영웅이지만 약관 40세의 나이에 2년이라는 일천한 지도자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알리 다에이 감독의 최대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급기야 한국은 후반36분 아크서클 오른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이 감각적인 인프론트 슈팅을 시도, 골키퍼 메흐디 라흐마티가 선방하여 리바운딩 된 볼을 박지성이 다이빙 헤딩으로 밀어넣어 천금같은 동점골을 얻는데 성공했다.

기성용의 프리킥 슈팅은 후반 13분 자바드 네쿠남이 찬 프리킥 슈팅과 똑 같은 킥이여서 이란 알리 다에이 감독에게는 통한의 프리킥이었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는 박지성이었고 킬러는 자바드 네쿠남으로 단 한 컷트로 축구의 모든것을 보여줬다.

알리 다에이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 한국과의 대전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네쿠남을 축으로 쇼자에이 - 바게리 - M.자레로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했지만, 중원 싸움에서 한국의 박지성 - 기성용 - 김정우 - 이청용에 우위에 서지 못해 무승부에 그쳤다.
 
아울러 원톱 하셰미안의 플레이 파괴력 부족으로 인한 득점력 빈곤으로 6월17일 한국과의 8차전 원정 경기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래저래 알리 다에이 감독은 한국과의 홈 경기에서 지도력, 리더십 부족 등을 드러냈을 뿐 그가 원했던 지도자로서의 야망의 꿈은 실현하지 못했다.

한국 허정무 감독도 선수들의 기량, 스피드, 파워 열세로, 수비 - 공격으로 이어지는 스케일이 큰 플레이만을 구사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던져줬다. 그러나 우려했던 포백 이영표 - 강민수 - 조용형 - 오범석이 이란의 파상적인 공격을 유효적절하게 대처 앞으로 남은 5, 6, 7, 8차전 전망을 밝게했다.
 
한국은 정황상 어려울것으로 예측되던 이란과의 원정 4차전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므로 서 2승2무 승점 8점으로 여전히 B조 1위를 고수하게 됐다. 반환점을 돌게된 시점과 남은 4경기에서 홈 경기가 3경기라는 현실을 직시할때 허정무 감독에게는 이란과의 대전은 자신감을 갖게하는 경기였음이 틀림없다.

더불어 앞으로 훈련의 효율성속에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며, 지략, 전술, 선수운영 폭도 한결 수월해져 허정무 감독의 부담감을 덜어주게 됐다. 허정무 감독의 1차적 과제는 이란전을 통하여 성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표팀의 공. 수 단순함을 벗어나 팀 플레이를 신속, 정확한 가운데 조직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     © 대자보

세계축구 흐름은 개인, 부분, 팀 적으로 더욱 빠른 템포의 플레이가 전개되는 가운데 체력적으로 강인함이 더해지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추구하여 실현시켜야 할 축구가 바로 이런 현대 축구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이 같은 축구를 현실화시키지 못한다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서 한국축구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

대 이란전을 통하여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은 시리아(2월1일), 바레인(2월4일)과의 평가전에서 드러난 수비 라인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인 맨, 투, 맨 마크와 커버플레이, 제공권 등이 흠 잡을데 없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이로인하여 한국은 테헤란 패배의 악몽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미드필드에서의 플레이가 조직적이지 못해 공. 수 연결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고, 플레이의 다양성도 이루어지지 않는 단점을 노출시켰다. 허정무 감독은 이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적임자를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월드컵대표팀 플레이는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없는 가운데, 어느팀에게도 패할 수 있고 또한 어느팀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경기력에 변화가 심한 팀으로 남게된다. 여기에 수반되는 또 하나의 단점은 바로 선수들의 체력저하라는 사실이다. 이란과의 대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투톱 중 한명에 정성훈을 기용했다. 결국 정성훈 카드는 유효 적절하지 못했다.
 
월드컵대표팀에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소화해낼 선수는 많다. 이근호를 비롯하여 박주영과 정조국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염기훈, 박지성도 상황에 따라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은 원톱이든 투톱이든 기용에 있어서 미련을 버리고 확실한 믿음의 선수를 기용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월드컵대표팀의 고질적인 득점력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고 득점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공격의 다양성에도 접근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여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선임된 국내 감독이다. 그래서 책임감과 사명감은 막중하다.
 
허정무 감독은 그 사명감과 책임감의 1차적 목표 8부 능선에 도달해 있다. 이제 남은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밑그림 그리기다. 반환점을 돌라선 시점에서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나 남은 5, 6, 7, 8차전 북한,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사명감, 책임감을 상실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0)에 가깝다.

월드컵 무대는 결코 요행이나 우연을 가지고 도전할 수 없는 무대다. 최상의 팀전력과 멤버, 선수들의 체력, 정신력 그리고 감독의 지략과 전술,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등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야만 도전할 수 있는 무대다.

허정무 감독은 이란전을 통하여 후반35분까지 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충분히 깨우침을 느끼고 터득했다. 이는 지도자로서 소중한 자산이며 성숙해 질 수 있는 값진 경험이어서 허정무 감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허정무 감독의 남은 과제는 국내 지도자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것일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허정무호 성적표(19전 8승10무1패)  

 날       짜



 장       소



 상       대



 대        회



 결        과



 2008.01.30  서울  칠레  평가전  0 : 1 (패)
 2008.02.06  ,,   투르크메니스탄  월드컵3차예선1차  4 : 0
 2008.02.17  중국(충칭)  중국  동아시아선수권  3 : 2
 2008.02.20  ,,  북한  ,,  1 : 1 (무)
 2008.02.23  ,,  일본  ,,  ,,
 2008.03.26  중국(상하이)  북한  월드컵3차예선2차  0 : 0 (무)
 2008.05.31  서울  요르단  월드컵3차예선3차  2 : 2 (무)
 2008.06.07  요르단(암만)  ,,  월드컵3차예선4차  1 : 0
 2008.06.14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월드컵3차예선5차  3 : 1
 2008.06.22  서울  북한  월드컵3차예선6차  0 : 0 (무)
 2008.09.05  ,,  요르단  평가전  1 : 0
 2008.09.10  중국(상하이)  북한  월드컵최종예선1차  1 : 1 (무)
 2008.10.11  수원  우즈베키스탄  평가전  3 : 0
 2008.10.15  서울  아랍에미레이트  월드컵최종예선2차  4 : 1
 2008.11.15  카타르(도하)   카타르  평가전  1 : 1 (무)
 2008.11.20  사우디(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최종예선3차  2 : 0
 2009.02.01  아랍에미레이트  시리아  평가전  1 : 1 (무)
 2009.02.04  ,,  바레인  ,,  2 : 2 (무) 

 2009.02.11  이란(테헤란)  이란  월드컵최종예선4차  1 : 1 (무)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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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12 [13: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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