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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범죄자?…MB 경호 동영상 논란
생존권 외치는 장애인 제압 연출…"이명박 정부 인권의식 그대로 드러나"
 
취재부   기사입력  2008/09/09 [16:36]
장애인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권 의식이 다시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6일 '청와대 경호 시연' 당시, 이대통령에게 접근하는 '위협'의 대상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등장시킨 뒤, 이를 제지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연과정에서 연출된 장면이기는 하나, 굳이 '생존권 현수막'을 펼친 장애인을 등장시킬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특히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시절 부터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이 위협 존재?…동영상 일파만파
 
<YTN> 돌발영상을 통해 누리꾼들에게 알려진 이 동영상에는 지난 6일 청와대 경호처가 연무관 내에서 '경호무도 및 상황조치 시범'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테러와 폭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통령 경호 시범을 펼친 장면이 들어있다.
 
이날 경호처 경호관들은 이대통령 내외가 직접 관전하는 가운데, 유도, 태권도, 검도 등의 무도 시범을 비롯해 진검 베기, 격파, 위해전파 차단장비 시연, 경호상황 재연 등 각종 시범을 진행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문제가 된 장면은 경호 시범 말미에 발생했다. 이대통령이 연설을 앞둔 가정의 상황에서, 돌발 상황에 대한 '위협' 제압 시연이 펼쳐졌고, '위협'의 대상은 다름아닌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 대통령의 연설 상황을 연출한 상황에서, 노란색 현수막을 펼친 '장애인'이 등장하고 있다.     © YTN화면 캡쳐
 
▲ 하지만 이내 경호원이 접근해 '생존권 현수막'을 빼앗았고, 이 경호원은 연출된 장애인의 접근을 철저히 제지했다.     © YTN화면 캡쳐

이 장애인은 자신의 어깨 넓이 만큼의 노란색 현수막을 펼치며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후 경호원 한 명이 이를 제지하려 휠체어로 다가갔고, 이 경호원은 현수막을 빼앗은 채 장애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비록 비상 상황에 대비해 청와대의 경호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 장면'이기는 하나,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인권 의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모든 행사를 지켜본 뒤, "내가 시범을 일찍 봤더라면 경호관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했을텐데 지난 6개월동안 잘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경호관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MB 인식 보면 이번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이와 관련,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 인권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욕적인 사건"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대통령의 저열한 인권인식이 경호실의 장애인 제압시연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스럽다"고 맹비난했다.
 
신 대변인은 특히 '장애인 불임시술' 등 이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논란을 일으켰던 장애인 관련 발언을 언급,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한, 장애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들이 이번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신 대변인은 또 "펼침막이 대통령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휠체어 장애인이 대통령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우악스럽게 펼침막을 빼앗고, 제압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대통령이 장애인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인권의식 역시 낙제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인류가 가꾸어 온 최고의 가치는 바로 '인권'이라는 점을 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눈높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느낄수 있어"
 
이밖에도 동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장애인을 등장시킬 필요까지 있었느냐"며 청와대를 향한 비판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인권의식에 대해 씁쓸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디 '겸손한 당나귀'는 "굳이 장애인을 등장시킬 이유가 있었을까"라며 "청와대에겐 장애인이 테러의 대상으로만 보이는 것인가.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상이다. 우리내 슬픈 현실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여름의 문'은 다음 아고라를 통해 "정말 신중하지 못한 시범이었다. 조금 더 목소리를 높여서 말한다면 장애인의 시선에 대해 정부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사진 속 이야기' 란에만 당시 경호 시연의 사진이 게재됐을 뿐, 6일 시연과 관련한 동영상은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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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9/09 [16: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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