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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시장에 자주성을 세우기 위하여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으로부터 탈피해야
 
이용길   기사입력  2003/08/19 [16:05]

세계 주식 시장의 열기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가 점차 회복권으로 들어서면서 경기에 선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주식 시장에서는 금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미국 주식 시장은 어제(8월 18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연중 최고치인 9,412.45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경기의 회복세와 중국 경제의 고성장으로 경제 성장의 전망이 밝은 아시아권 주식 시장도 급등세를 보이며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의 주식 시장도 어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식 시장도 금년 들어 세계 주식 시장의 상승세와 연동되어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어제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금년 들어 최고치인 730선에 도달하였다.

오늘(8월 19일)도 한국의 주식 시장은 어제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종합주가지수가 740.13을 기록, 연중 최고치를 재 경신했다.   

특히 금년 들어 한국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로서 이들은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주식을 순매수[주식 매입 금액 - 주식 매도 금액= (+) ]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시가 총액 기준)은 37.5%에 이르러 1992년 거래소 시장 개방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 한국의 주식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방향과 강도에 따라서 시장의 기조(강세장 ∨ 약세장)가 규정될 정도로 그 의존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주식 시장에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들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대단히 크다.  

우선 만성적 수급 불균형에 시달려왔던 주식 시장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정 정도 해소되어 주가 상승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 시장이 기업의 내재 가치에 입각한 과학적·선진적 투자 기법을 도입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불투명하고 전근대적인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극소수의 대주주가 기업 경영에서 독단적 전횡을 일삼는 관행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수의 소액 주주를 비롯한 기업의 이해 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 풍토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의 초점을 외형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방만한 외형 확대에 주력해 왔던 한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 시장의 활성화 및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 기업 경영의 효율화 등에 기여한 측면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이를 주체적 관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결정적 걸림돌 중 하나였던 재벌 그룹의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기업 지배 구조와 경영 관행을 혁파하는데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이 두드러졌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가져온 부정적 측면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식 시장을 주도하면서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탈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함으로써 그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다가서고 있다.

사실 한국의 우량 대기업들 중 일부는 이미 외국인들의 투자 지분이 국내 대주주 지분을 상회한지 오래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7월말 현재)이 56.9%에 이르고 포스코(63.4%), KT(44.1%), SK텔레콤(42.3%), 삼성SDI(33.7%), LG전자(27.7%), 신세계(46.2%) 등 여타 우량 대기업의 외국인 지분율도 대단히 높은 상태에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주식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어서 이들 우량 대기업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 단계 몇몇 우량 대기업은 소유 지분만 보면 외국인이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이미 외국인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합하거나 단독으로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언제든지 가능한 사안이 되었다.

예를 들어 소버린자산운용은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그룹의 모기업의 역할을 해왔던 SK(주)의 최대 주주(지분율 14.9%)로 부상하면서 SK 그룹의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고 정몽헌 회장의 사후 그가 이끌던 현대 그룹의 지주 회사로서 기능했던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매입 공세가 집중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진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우량 대기업들 중 상당수가 기업의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주식을 저가에 대량 매입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의 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하거나 상당 지분을 인수한 후 그 기업의 경영 혁신과 지배 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매우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 기업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장기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도 일부 존재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설비 투자나 연구 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 수익성 개선을 통한 고 배당과 주가 차익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피와 땀으로 설립하고 발전시켜온 우량 대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기 중심적인 단기적 투기 성향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요망된다.  

또 한편의 문제로는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해외로 급속히 유출될 경우 수요 기반이 매우 취약한 한국의 주식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주식 시장과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양면적 측면에 대해 우리는 이중적 관점에 입각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의 긍정적 측면은 적극 활용하고 부정적 측면은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국인 투자에 의한 부정적 현상이 발생하는 기본 배경은 한국의 주식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과도하다는 것은 일면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과 기업의 영업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기인함으로 이는 매우 반가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 요인은 국내 투자자들(개인 투자자 + 기관 투자가)이 자국의 주식 시장에 대한 참여가 극히 저조한데 있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가 선도하고 있는 한국 주식 시장의 주도성을 국내 투자자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자의 주식 시장 참여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식 시장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은 재테크에서 주식보다는 예금 등 은행 상품, 부동산 등을 선호하고 있고 국내의 기관 투자가들도 대출이나 채권 투자 등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자산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도 시중에 유동 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이 중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은 지극히 소량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주식 시장은 만성적인 수급 구조의 불균형에 빠져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한국 주식 시장에서 투자 기대 수익률에 도달하기는 커녕 원금까지 손실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대한 이들의 부정적 시각은 더욱 커져갔다.    

사실 한국의 주식 시장은 그간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 역량과 기업의 우수한 영업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이처럼 한국의 주식 시장이 기조적인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 정경 유착 등의 부패 구조,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 비효율적인 경영 방식, 불안정한 노사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식 시장에 참여할 것을 호소한다고 해서 이들이 주식 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너무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이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부 당국이 미국의 강경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남북·북미 관계의 경색 기조를 평화와 협력의 기조로 전환시켜 한반도의 위기 국면을 최대한 완화시키는 일이다. 

또한 이번 현대 비자금 사건과 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에서 극명하게 표출된 것처럼 정치권과 행정 당국이 반공공적 목적을 가지고 경제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경제·시장의 자율적이고 공정한 논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기업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이사회 기능의 독립성 강화, 배당 성향 제고, 기업 공시 의무의 성실한 이행, 사외 이사제 강화, 투명한 회계 기준 준수, 소액 주주 권리 강화  등을 통해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아울러 외부 차입을 통한 업종 다각화 위주의 외형적 성장이 아닌 업종 전문화에 기초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한편 노사는 갈등적·대립적 노사 관계를 평화적·협조적 노사 관계로 전환시킴으로써 안정적 노사 관계를 기반으로 적정하고 합리적인 임금 체계와 생산성 향상을 이룩해야 한다.  

이러한 제반 과제가 원활하게 이행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과 기업의 영업 실적 개선은 주식 시장에서 적정한 재평가를 받음으로써 주가 상승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초 저금리 시대에서 마땅한 투자 수단을 발견하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은 새롭게 혁신된 주식 시장을 매력있는 투자처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의 주식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간 만성적인 초과 공급 상태에 허덕이던 주식 시장에 획기적인 수요 기반이 창출될 것이다.

그 결과 주가 상승에 결정적 걸림돌이었던 수급의 불균형 기조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러면 설사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어떤 이유로든 단기간에 국내 시장에서 이탈한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주식 시장의 기반이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한편 기관 투자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행태를 그대로 모방하고 추종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다.

더 나아가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관점을 가지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산업·기업 분석에 기초, 효과적인 투자 기법을 개발하여 주식 시장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관 투자가들은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와 경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층에 무비판적으로 협조하고 묵인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통제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서 기관 투자가의 투자 비중(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은 외국인 투자자와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극히 미약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주식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식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기관 투자가들이 국내 주식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 이용길 기자는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농협대, 숭의여대, 전북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입니다. 현재 여러 인터넷 언론에서 시사 평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어느 진보주의자의 세상 비틀기>(동성출판사, 2002) 등이 있습니다.

연세대(학사,석사),고려대(박사수료)에서 공부하고 한국투자증권(구 한신증권) 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습니다. 숭의여대,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와 제주MBC '이용길의 시사터치','이용길의 시사칼럼'을 담당했고 오마이뉴스 등 여러 언론 방송에서 시사 평론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제민일보 논설위원, 제주상의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다수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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