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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 1980년 이후 최대흉작 우려
[김영호 칼럼] 기상이변으로 곡물가격 앙등, 정치권 식량안보 관심없어
 
김영호   기사입력  2007/10/21 [22:46]

 지난 7, 8월 비가 지겹게 내렸다.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다 태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9월에도 비가 멈출 줄 몰랐다. 10월 들어서도 좀처럼 볕이 들지 않는다. 굳은 날씨 탓에 쌀 농사를 크게 망쳤으나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 치고 걱정하는 이가 없다.

 잦은 비로 논물이 빠지지 않은 곳에는 벼 뿌리가 썩었다. 흐린 날씨가 많아 벼멸구, 줄무늬잎마름병, 흰잎마름병 같은 병충해가 극성을 부렸다. 결실기인 9, 10월 들어서도 개인 날이 드물다. 일조량이 부족하니 온통 쭉정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9월 15일 전국 4,500개 표본지점을 조사했다. 올해 쌀 생산량이 450만2,000t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냉해와 태풍 탓에 작년의 468만t보다 3.8%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확예상량이 지난해보다 3.4% 줄어든 데다 재배면적도 0.5% 감소했기 때문이란다.

 작황조사 다음에도 궂은 날씨가 이어져 수확시가가 늦어지고 있다. 이삭이 잘 여물지 않아 품질도 나빠졌다. 이대로 가면 금년 수확량은 2003년의 445만1,000t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980년 이후 최대흉작이다. 2001년의 551만5000t에 비해 100만t 이상 감수하는 것이다.
▲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근조 한국농업'이라는 관을 들고와 농업이 죽었다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 대자보

 신군부가 총칼로 정권을 찬탈했던 1980년에는 추운 여름이라고 할만큼 냉해가 심했다. 외화는 바닥났는데 큰 흉년이 들자 민심이 흉흉했다. 해외에서 돈을 비싸게 빌려 구걸하다시피 쌀을 사왔다. 당시 국제시세가 1t당 200달러였는데 식량메이저인 미국의 코넬한테서 500달러나 주고 살 정도였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상당량의 비축미가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 따라 2014년까지 의무수입물량을 소비수요의 8%까지 늘려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도 생산량의 10%가 넘는 50만t을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흉년이 들었지만 쌀값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다. 소득감소로 농가부채가 더 크게 불어날 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10월초 밀 선물가격이 1t당 34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09%나 뛰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콩은 360달러로 71%, 옥수수는 146달러로 55%나 폭등했다.  기상이변에 따라 생산감소가 이뤄지나 지구적인 수요증가로 곡물가격이 앙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예고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다 흉년마저 겹쳐 농촌은 통곡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공산품을 팔아 농산물을 사먹는 것이 이득이라는 비교우위론이 득세하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정치권은 관심조차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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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21 [22: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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