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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민의 정치적 반란, 자민당 참패불렀다
[김영호 칼럼] 농민 정치적 연대만이 농촌살려, 대선-총선에서 심판하라
 
김영호   기사입력  2007/10/12 [20:05]

 지난 7월 29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는 전체의석 242석 중에 절반인 121석을 선출했다. 이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대패하여 제2당으로 전락했다. 예상 밖에도 37석만 건져 의석이 83석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1955년 창당이래 사상 두 번째로 맛보는 참패였다. 반면에 민주당은 60석을 획득함으로써 의석이 109석으로 불어나 제1당으로 부상했다.
 
 국내언론은 자민당의 패인을 대체로 연금기록 분실에 따른 국민불신, 관료들의 잇단 실언과 부패사건이라고 꼽았다. 또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가 내세운 ‘아름다운 나라 건설’이라는 구호가 막연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내세운 ‘생활유신’이란 구호는 주효했다고 한다. 약자와 지방을 박대하는 정치를 끝장내자는 호소가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8월 13일자는 ‘위대한 농촌 반란’이란 기사를 통해 민주당의 승인은 명확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오자와 대표가 유세기간 내내 민주당만이 잊혀진 시골을 되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는 것이다. ‘농촌일본’의 재건을 약속하며 가는 곳마다 일본인의 고향은 농촌이며 모든 것의 출발은 농촌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자민당 출신 전임총리 고이즈미 주니치로의 농업보조금 대폭삭감은 농촌지역에 불만을 고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출신인 오자와는 소농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공약했다. 값싼 수입농산물에 눌려 신음하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83억 달러의 신규지원을 들고나선 것이다.
 
 그는 모든 정부지원제도의 전면적 재검토를 강조했다. 새로운 지원체제를 구축해서 소득을 재분배함으로써 농촌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이다. 불요불급한 재정부문에서 1,270억 달러를 절감 또는 삭감해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한다. 재정의 효율성-건전성을 높이고 방만한 공기업을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전략은 주효해 농민 표의 60%를 획득했다. 농촌지역의 의석 29석 중에서 17석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에 자민당은 6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로 14년 전에 자민당을 탈당한 오자와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벌써부터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오를 만큼 말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농촌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정치인이 있나 모르겠다. 340만 농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이 던질 사회적-경제적 충격을 어느 정치인이 걱정하는지도 말이다.  
 
 농민들이 지역-혈연-학연 같은 연고에 매여 표를 던지니 농촌경제가 이렇게 피폐해졌다. 유권자는 표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에서 누가 진정으로 농촌-농민을 위해 일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농민의 정치적 연대만이 농촌을 살린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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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2 [20: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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