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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그녀들의 입을 자유롭게 하라
[기자의 눈] 한국남성에 낯설게 접근하는 그녀들만의 수다를 기대한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7/06/25 [23:00]
외국 여성들을 통해서 한국문화와 한국남성을 낯설게 본다는 기획의도를 표방한 KBS2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는 그간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일요일 오전 방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10%대 시청률이라는 선전을 보였다. 이러한 프로그램 인기는 얼마 전 개편에서 <미수다>를 심야방송대로 옮기게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타방송사 프로그램에 비해 열세(평균 7%)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세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경쟁사의 동시간대 토크쇼가 한국인 출연자들의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미수다>가 무리하게 좇아가려고 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즉, 개편 이후 타방송 토크쇼와의 경쟁에서 유창하지는 못하더라도 외국여성들이 한국인 스스로가 발견할 수 없는 우리 문화의 이면을 포착한다는 <미수다>만의 장점은 사라지고, 여성출연자들의 스캔들, 시시콜콜한 사적인 담화가 프로그램 진행의 주를 이루게 되면서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것이다.
 
<미수다>는 한국어 구사능력이 가능한 외국 여성들의 시선을 통해본 한국문화에 대한 한판의 걸쭉한 수다가 핵심이다. 그러나 여성출연자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 연예인들의 입담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한국문화에 대한 여성출연자들의 돌발적 발언이라는 신선한 접근이 퇴색된 점을 손꼽을 수 있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여성출연자 중 한 명이 한국의 식사문화를 비하한 듯한 발언이 방영된 이후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악플이 실리며 파문이 확산되자, 게시판이 폐쇄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여성출연자들이 위축되고 한국문화에 대해서 더 이상 편하게 발언할 엄두를 못내게 되었다.
 
비단 이번 발언 파문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누리꾼들의 여성출연자들의 모국에 대한 비난이나 인종차별적인 악플로 인해서 출연자들은 상당히 위축되었었고, 심적 고통도 컸었다. 이렇게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넘어선 프로그램 진행 자체를 흔드는 악플문화는 <미수다>의 본래 취지였던 한국문화의 이면(혹은 치부)이 외국여성이 아닌 한국인 스스로에 의하여 드러난 민망한 사례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시청률을 다시 끌어올리고 외국여성의 시선을 통해서 한국문화와 한국남성을 접근하는 본래의 신선함을 살려낼 방도는 없을까. 무엇보다도 여성출연자들이 마음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악플문화를 지양하는 선플(격려 댓글)달기 국민운동본부 홍보대사에 여성 출연자 세 명이 임명된 것과 함께 지난 5월 28일 방송에서 선플달기를 하는 대학생 동아리를 방송에 출연시켰던 것은 <미수다>가 악플문화로 인해서 방송의 흐름이 위축되기 보다는 프로그램 본래 제작 취지의 선명성을 되찾고, <미수다>를 통해서 발견된 한국문화의 치부를 고치려는 적극적인 모색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시도였다.
 
다음으로 <미수다>가 그간 비판받아왔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짚어보자.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여성출연자의 개인 신상을 주저리 말하는 문자 그대로의 수다와 한국문화, 한국남성에 대하여 낯설게 접근하는 수다, 이 양 저울대에서 어떻게 균형 있는 ‘수다’를 펼칠 수 있는 가다.
 
특히, 전문성이라는 구색을 갖추려고 남성 교수를 패널로 모셔놓고는 몇 마디 질문도 하지 않은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민망했는데 그러한 섭외보다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 남성패널들이 방송 주제에 대한 나름의 준비를 통해 그간의 신변잡기를 넘어서 여성출연자들의 번뜩이는 대답을 끄집어낼 수 있는 노련함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도 있겠지만 시사적인 이슈를 적절히 배합하여 편하고 재밌으면서도 <미수다>만의 ‘수다’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경쟁사의 토크쇼 프로그램을 ‘입담’으로 추월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두 번째는 선정성 논란이다. 얼마 전 한 출연자의 허벅지가 집중적으로 화면에 비춰져서 시청자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은 바 있지만 사실 <미수다> 방송 초창기부터 여성민우회 등의 방송모니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온 부분이다.
 
담당PD의 항변처럼 지난 사건이 언론에서 과장되게 보도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남성인 본 기자의 입장에서도 <미수다>를 시청하면서 남성중심의 권력적인 시선으로 여성출연자를 비추는 카메라 앵글이 불편했었다. 앞으로 출연자 모국의 고유의상이나 가족들이 시청하기에 거북함을 피할 수 있는 의상을 고려하고, 카메라 시선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선행되었으면 한다.
 
혹자는 <미수다>에 나오는 여성이 KBS의 <러브 인 아시아> 속의 여성과는 차이가 있음을 비판하는 평을 내렸다. 하지만 <미수다>는 ‘수다’라는 매개체를 통한 타자의 시선이 한국문화를 유쾌하게 드러낸다는 미덕이 있으며 <러브 인 아시아>는 한국이라는 국경을 벗어나 지구적 공동체문화를 모색할 수 있는 또 다른 미덕을 제시하고 있다.
 
즉,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앞으로도 두 프로그램의 선전을 바라며 <미수다>와 <러브 인 아시아>의 사이에 두 프로그램이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포착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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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25 [2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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