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선-오마이뉴스 싸움에 안티조선 후폭풍
진중권 '안티조선은 이념적 편향', 김동민 '진중권은 조선일보 품에 안겨라'
 
윤익한   기사입력  2003/07/14 [12:22]

조선일보가 오마이뉴스를 향해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북한 핵 고폭실험' 관련 보도를 두고 조선일보가 겨냥한 화살은 진중권씨와 김동민 교수가 얻어맞은 꼴이 돼 오히려 불길은 안티조선 진영으로 옮겨붙고 있다.

▲조선일보기사 캡처     ©조선일보홈페이지

조선일보가 지난 11일 '북한 핵 고폭실험'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고 주장하면서  오마이뉴스가 지난 12월 18일 대선 하루전날 자신들의 기사를 비판한 글을 함께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진보누리의 대표 논객 진중권 씨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 김동민 기자(한일장신대 교수)와 안티조선운동진영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쓰면서,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갈등의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 9일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지난 5년간 70여 차례에 걸쳐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핵 고폭실험을 해 왔다"고 한 말이 1998년 11월 23일자 조선일보 1면과 2002년 12월 18일자 조선일보 1면에서 이미 단독 보도한 내용을 완벽하게 확인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또 김 교수가 작년 12월 18일에 실린 조선일보의 기사를 '오늘의 나쁜 기사'에 선정하고 '신북풍'이라며 비난한 글을 함께 실으면서 오마이뉴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고영구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 '북한의 핵 고폭실험' 관련 소식을 국회의원들에게 비공개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고폭실험 횟수와 정부가 사실을 안 시점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는 당시 정보위에 출석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기자들에게 흘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국가기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국가정보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이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조선일보가 지난 9일 국회 정보위에서 있었던 비공개회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쓰면서부터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지난 두차례의 특종보도는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서 나온 얘기를 두고 기사화 한 것이었다. 또 정부안에서도 북한의 핵 고폭실험을 두고 정보의 신뢰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고,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국방부와 외교부, 국정원 사이에서 혼선을 겪고 있는 상태다.

또 조선일보가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를 ‘특종보도’라고 재탕을 하면서,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를 거론한 것은 적반하장격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정보위의 비공개회의 내용을 가감없이 실었고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써 국가일급정보에 대한 안보의식의 결여를 드러냈다. 곧 조선일보의 이번 기사는 기자의 윤리의식 부재와 조선일보의 자사이기주의에서 나온 왜곡, 추측보도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조선일보가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자신들의 예전 기사와 같이 배치해 설명한 것은,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매체에 그동안 적지않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런 불만감은 곧 위기의식으로 작용,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들이 소외된 데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오는 모습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윤익한, 독자를 못참게만드는 조선일보못참겠다 코너, 대자보

또 안티조선운동이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 조선일보가 이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겠다는 움직임의 하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조선일보가 자사의 인터넷판인 디지털조선의 개편을 통해, 네티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는 측면이 이를 증명해주는 셈이다.

진중권, 안티조선운동 이념적 편향성 지적

▲진보누리에 실린 진중권씨의 글     ©진보누리홈페이지
한편 진중권씨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김 교수를 비난하고 나서, 국회 정보위의 비공개회의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시작한 논란은 '조선일보 vs 김동민'에서 안티조선운동 진영 전체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진씨가 김 교수에게 "민족주의적으로 편향된 김동민 교수 때문에 언론운동이 공신력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진씨는 김 교수를 향해, "김동민 씨가 주도한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문에 '미군철수에 반대한다'는 것을 안티조선 운동의 이유로 집어넣었다. 그후로 NL계열의 운동단체들이 이 운동에 편승해, 이념운동을 했고, 북조선에서 '안티조선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지령이 팩스로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김씨를 비롯한 안티조선 진영의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결국 논란은 안티조선 진영 전체로 확대했다.

진씨는 조선일보와 안티조선운동 진영간의 오랜 갈등에 대해 "조선일보가 마음먹고 안티조선을 공략해 들어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민의 힘' 같은 정권 친위조직에서 안티조선을 한다고 선언하고 나서 스스로 '나는 홍위병이요' 라고 자백을 했고,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 뺨치는 왜곡편파 보도에, 직접적인 선거개입까지 저지른 판"이라면서 안티조선운동과 오마이뉴스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동민 "대선 전날 조선일보 기사는 의도가 불순"

▲시대소리에 실린 김동민 교수의 글     ©시대소리홈페이지
김 교수가 진씨의 글에 대해 같은날 '민노총 광신도 진중권의 조선일보 구하기'라는 반박의 글을 써 논란은 불을 뿜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근거도 없이 주장하는 내용을 옮기는 조선의 보도와 국정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가?"라면서 "조선은 11일자 A4면 톱으로 <"고폭실험만으로도 核무기 개발 가능">을 올렸다. 이 교활한 '따옴표 저널리즘'을 믿어야 하는가"라고 되묻는 한편 평소와 달리 진씨의 글에서 조선일보와 노무현대통령, 국정원장에 대한 신뢰가 넘친다고 비아냥댔다.

또 김 교수는 조선일보의 기사 중 "대부분의 신문은 북한 핵 문제의 민감성을 반영해 고 원장의 발언을 10일자에서 일제히 톱 뉴스로 보도했다"는 부분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조중동과 한경대 중에서 이것을 1면 톱 뉴스로 올린 신문은 조선과 동아뿐이었다. 리드에서부터 거짓말을 하는 조선일보를 진중권은 무슨 근거로 그리 신뢰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에 대한 비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또 "조선일보는 마치 은폐되었던 엄청난 새로운 사실이라도 밝혀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재처리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햇볕정책을 짓밟고 있다"면서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서도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 교수는 덧붙여, 자신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의도에 대해 "내가 지적한 것은 그 기사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취재원 불명의 기사를, 그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을 대통령선거 하루 전에 보도한 의도를 지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진씨는 김 교수의 반론을 보고 '김동민 씨가 지금 해야 할 일'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김 교수 자신과 김 교수가 소속된 선감연은 공식사과를 해야 하고, 자신의 민족주의 편향과 친정부적 성향에서 나온 성급한 편견 때문에 벌어진 이번 일로 인하여 언론개혁운동 진영이 커다란 피해를 입은 데에 대해, 사과를 하고 참여하는 다른 분들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진씨는 끝으로 김 교수를 향해 "지금 우리가 김 교수에게서 보는 것은 안티조선을 비롯한 언론개혁 운동의 논리적, 윤리적 파탄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진중권, 조선일보와 안티조선, 진보누리(2003.7.11)
김동민,  민노충 광신도 진중권의 '조선일보 구하기', 시대소리(2003.7.11)
진중권, 김동민씨가 해야할 일, 진보누리(2003.7.11)

조선일보의 보도를 두고 벌어진 진씨와 김 교수의 논란은,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한 냉정한 비판은 사라지고, 양측의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치닫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의 쪽글 내용을 보더라도, 두 사람을 두고 편을 나눠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 비방으로 덧칠돼 있어 토론장이라기 보다는 맹목적인 한쪽 쓰러뜨리기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문제는 논란이 이처럼 개인적인 인신공격으로 치달을 경우 일반 네티즌들이 문제의 본질과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동물원에서 원숭이 구경하듯 '싸움구경'을 즐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 한 진씨와 김 교수의 논란과 안티조선을 두고 벌어진 공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7/14 [12:2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