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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산으로? 경부운하에 빠진 이명박
[비나리의 초록공명] '노가다 경제'와 한미FTA 찬성이라는 기괴한 조합
 
우석훈   기사입력  2007/04/09 [19:37]
배가 산으로 가면 경제가 살아날까? 
   
건설경기가 한참이던 시절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학과 학생 수가 미국의 건축학과 학생 수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압축성장 시절이 남긴 문화적 흔적일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교수님들은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자원도 없고 가진 것은 유일하게 석회석이라서 건설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극복하자면 석유화학 등 중공업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유신경제를 통한 경제부흥이라고 배웠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드디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에 건설과 관련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분석’이 일부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고려대 곽승준 교수가 이 말도 많았던 경부운하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맡았다.
 
이명박씨 쪽은 경부운하의 사업수익이 비용의 2.3배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말장난 같은 얘기들을 빼고 보면 운하건설에 14조원이 드는데, 골재 판매로 수익 8조원이 생긴다는 것이 사실상 내용의 본질이다. 여기에 보통 ‘노가다 경제’로 표현하는 산업파급 효과 11조7천억원이 제일 큰 수익으로 잡혔다.
 
요약하면, 돈은 근간이 되는 하천 준설로 생기는 모래와 자갈을 팔아 마련하고, 건설사업을 하면 당연히 파급효과가 있으니까 그렇게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다. 수송비용 절감이나 대기질 개선 같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항목이고, 영산강이나 낙동강 준설로 발생하는 생태계 교란과 전국 하천이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토종 물고기 멸종과 같은 것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명박씨 쪽 분석에 대한 기술적 반론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본질은 아닌 것 같다.
 
▲경부운하 건설은 이미 98년에 타당성 없는 것으로 결론 난 것. 건설보다는 환경과 생태 등 철학의 문제가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종연구원
경부운하의 본질은 바다로 갈 수 있는 배를 산으로 보내는데, 이거라도 해야 우리나라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전형적인 ‘노가다 경제’인 셈인데, 골재를 채취하면 큰 부자가 된다는 유신경제 시절의 부패했던 골재 경제와 ‘이거라도 안 하면 우리가 무얼 먹고 살겠나’라는 토목경제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분석자료를 덮고 든 생각은 과연 이명박씨가 이 경부운하를 대선공약으로 가지고 나올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미 대규모 중장비 집중 투입으로 건설현장에 막노동 인력 수요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산업연관표의 작성 주기가 5년이라서 현실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기간의 ‘건설산업의 노동유발 계수’로 계산한 것이라 수익성은 언제든지 ‘손해보는 장사’로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말 본질은 과연 21세기에도 훌쩍 중반이 된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1번이 경부운하가 되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그가 이 ‘노가다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진짜 생각하는지가 궁금하다. 지금이야 초기라서 그냥 넘어가지만, 이 정도로 허술한 경제성 평가로 경부운하가 대선공약의 검증 과정을 넘어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노가다 경제’가 지식경제의 시대에도 ‘여전히 통하는’ 최첨단 경제공약이라는 점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예부터 왕조가 망할 때 기이한 징조들이 있었다. 제1의 대통령 예비후보가 제1 공약으로 내세운 게 ‘배가 산으로 간다’이니, 가 망할 두려움이 든다. 이명박씨는 상당히 지혜로운 사람이기에 본격적인 대선공약 제시가 시작되면 경부운하는 접을지도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강바닥 파서 ‘돈벌이 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는 걸 그도 곧 이해할 것 같다. 이건 지식경제 시대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찬성하면서 강바닥 파서 돈벌겠다고 말할 리가 있겠는가?
 
* 본문은 <한겨레> 4월 5일자 [야!한국사회] 기고문입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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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9 [19: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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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rno 2007/04/09 [20:26] 수정 | 삭제
  • 우석훈씨 글 읽으면 읽을수록..재미있어요.
    그리고 내용도 옳고....
    미친 dog 이 bark 하니 이명박이구먼.....나는 12년전에 이명박이와 예가해본일이 있는데 그때 벌서...이런미친nom 이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에 나온다니....훔친돈 투자해서 더 훔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