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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새 관전 포인트, 홍준표의 선택
[비나리의 초록공명] 국회 비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선택에 달려
 
우석훈   기사입력  2007/03/28 [15:24]
3월 31일 토요일 오전이면 드디어 한미FTA의 기본적인 결과물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실제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나름대로 분석이 가능한 문헌은 7월에야 국회에 공개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이 결과물을 보고도 과연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한미FTA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라는 입장을 계속 가지고 갈지는 미지수이다. UCLA에서 경제학 공부를 한 이혜훈 의원의 경우는 지금과 같은 결과라면 반대하겠다고 비교적 명확히 한 편이다. 물론 박근혜의 정책적 복심이라고 불리는 이혜훈의 입장에 의해서 박근혜 계열의 의원들은 1차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는 한데, 정작 키 중의 키를 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는 FTA라는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거나 가질 정도로 쎄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농업 분야의 의원 일부도 반대를 표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건 이익집단의 대변에 해당하므로 큰 목소리에 밀려서 제대로 입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에서는 누가 바로미터가 될 것인가? 보통의 경우라면 이재오가 이런 일들을 종종 했었는데 - 국회 골프장 토론회 때 내 바로 옆에 앉아서 골프는 그만 칩시다 할 때는 눈물나게 고마왔다 - 아마 이 경우에는 홍준표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 환노위 위원장이라서 노동에 관련된 의제에 대해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약간 포퓰리즘 색채가 있지만 하여간 대중적 인기는 장난아니다.
 
밖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 가장 일관되게 한미FTA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홍준표 의원이다.
 
막상 토요일날 협상결과가 1차적으로 공개되면 홍준표 의원이 뭐라고 얘기할지, 혹은 그 얘기의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가 현재로서는 나의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돌연 자기도 단식하겠다고 하면, 그 순간 한미FTA 국회비준은 사실상 물건너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누가 홍준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사람일까? 앞으로 1주일, 대한민국 미래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홍준표인 셈이다.
 
그가 진정한 보수였다면 - 만약 남재희를 진정한 보수라고 한다면 - 아마 생각보다 높은 수위의 반대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진정으로 대중정치인으로 움직이기를 원한다면 1주일 동안 자신의 입장 표명을 놓고 아마 고민 많이할 것이다.
 
귤에 계절관세라니, 이 무슨 뚱딴지냐... 
 
한칠레 FTA 이후에 정부측 전문가들은 계절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물론 계절관세가 멋진 '부정적 폐해 완화' 방식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포도 농가가 아무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30%의 포도농가가 폐원 신청을 했고, 내가 아는 포도 농가들이 2년 전부터 토마토로 바꿨다.
 
그리고 이 피해는 이 정도에서 설까? 10년이 되면 포도의 관세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점이 되면 계절관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름에도 포도농가가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포도농가가 지금부터 계속해서 문을 닫거나 다른 과일로 넘어갈 것이다.
 
즉 계절관세는 "영원한" 장치가 아니라 소위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에 1차적인 피해를 완화시켜 조정의 시간을 갖추는 장치인 셈이다.
 
농업 부문 관세철폐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쌀과 쇠고기, 여기에 대해서 오렌지가 들어가 있다.
 
순전히 이것은 제주도 때문에 들어간 규정인데, 제주도 농가의 80% 이상이 감귤 농업이라는 것이야 잘 알려진 것이다. 아마 마지막으로 정부가 내걸었던 감귤은 지켜준다는 마지노 선도 실제로 붕괴되는 것 같고, 그 증거가 계절관세 얘기를 여기저기 흘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산 감귤을 오렌지에 대한 계절관세로 지킨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칠레는 남반구라서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라서 계절 관세라는 것이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반구라서 우리가 겨울이면 거기도 겨울이다.
 
밀감 출하시기와 오렌지 출하시기도 겹친다. 그런데 계절관세로 감귤을 지키겠다니,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여간 한미 FTA 협상중 나온 말 중에 웃기는 말들이 많기는 하지만, 미국에 대한 계절관세, 아마 누군가 통상역사에 대한 교과서를 쓴다면 여기 들어갈 정도로 최상급의 하이 코메디인 셈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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