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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강릉에는 택시가 달리지 않는다
강릉 택시노조 총파업, 노조원 220여명 무기한 천막농성
 
김경목   기사입력  2003/07/10 [10:58]

[3신] 뱃놈의 아들로 태어나 육지서 살고 싶었는데…
        무식한 나! 단지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파업투쟁중인 택시노조 노동자 ©김경목
총파업 1일차를 맞은 전국민주택시 노동조합(위원장 구수영, 이하 민주택시)은 8일 오전 10시 강릉역 광장에서 '파업투쟁 선포식'을 갖고 △월급제 쟁취 △사납금제 폐지를 주장했다.

한 여름 뙤약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의 300여 노동자들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팔뚝질과 한 번도 매어보지 않았던 '단결투쟁' 머리띠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보였다.
그만큼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받는 사실조차 모른 채 13년간 침묵해 온 것이다.

"투쟁의 끝은 승리 아니면 죽음 뿐"
서성신(43, 대종) 파업대책 본부장은 "두 달여 몸풀기는 끝났다. 이젠 본 게임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또 "고생의 길에 들어선 만큼 목적지까지 힘차게 달리자"고 덧붙였다.

이어 김덕성(40, 춘천호반장례식장) 노조위원장은 "투쟁의 끝은 승리 아니면 죽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오전 11시10분께 강릉역을 출발 도심을 가로질러 시 외곽에 위치한 창영택시(유산동)까지 거리시위를 벌였다.

'충격' 택시 사업주들 '월급제 시행하면 벌금 5천만원'?

서성신(43, 대종) 파업대책 본부장은 "16개 회사 중에서 월급제를 먼저 시행하는 회사는 벌금 5천만원을 내야 한다는 약속을 사업주들끼리 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또 "노조 와해시키려고 구사대를 동원해 노조위원장을 폭행 전치8주 진단이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총파업 출정식에서 민주택시 소속 노동자들이 사납금제 철폐하고 생활임금 쟁취하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목


[2신]한국노총 택시노조도 파업.
우리도 참을 수 없다. 민주택시 파업 동참하자! 

파업 1일차 술렁이는 한국노총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이하 전택노조) 강릉지부가 민주택시 파업에 흔들리고 있다.
전택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은 230여명. 이들까지 파업에 동참하고 나선다면 시민·관광객들의 교통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일 조건에서 일하는 전택노조도 민주택시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다수 여론이라고 한다. 게다가 택시는 새차 구입비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파업여론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또 "이를 해결해야 할 노조와 노총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노조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강릉은 16개 택시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 민주택시노조에 가입된 창영, 용봉, 대종, 강릉을 제외한 9개 회사는 전택노조. 나머지 동아택시 등 3개 회사는 노조설립이 돼 있지 않다.

한편 총파업 1일차를 맞는 민주택시 노조원 220여명은 8일 오전 10시 강릉역 광장에서 '파업투쟁 선포식'을 갖고 무기한 천막농성투쟁에 들어갔다.


[1신] 강릉, 택시 '총파업' 돌입
하루노동 15시간, 한달노동 300시간, 월 급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 구수영, 이하 전국민택노조) 강릉분회가 7일 밤 12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민택노조 강원지역본부(본부장 이상규)는 총파업에 앞서 낮 2시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납금철폐 △생활임금보장 △월급제임금협정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또 오는 20일까지 3가지 요구사항이 묵살될 경우 △한국노총 산하 택시노조와 연대파업 △고속도로 점거 △준법운행 등을 불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심기섭 강릉시장은 "변해야 할 때가 됐다면 응당 변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뒤 "금주 중에 택시 노동자들의 요구를 사용자측에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심 시장은 또 사측의 불성실 교섭과 관련 "사용자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지시했다.

한편, 사용자측 노사협상 실무자 박형순(52, 창영운수)업무부장은 "시장 발언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박 부장은 또 "노조의 요구 수용하면 회사 도산할 수 있어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부장은 "지금 감정의 골이 깊어 당분간 냉각기를 보낸 뒤에 다시 협상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의 재정상태가 서로 다른데, 민주노총이 개입된 4개 노조와 공동교섭 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강릉 민주택시노조 '총파업'은 오는 9일 밤 12시로 예정됐다. 그러나 3차에 걸친 노동쟁의 조정이 7일 최종 결렬돼 파업이 앞당겨졌다.

▲△지난 7일 낮 2시 전국민주택시노조 강릉분회는 강릉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었다.     ©김경목

'죽을 순 있어도 물러설 순 없다' '사업주와 맞장뜨자!'

이날 '총파업' 출정식에 앞서 구수영(45,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은 "법에 보장된 우리들의 권리를 찾아 힘들고 지친 택시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야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구 위원장은 또 "택시 사업자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토착비리의 전형이라"며"강릉시청 공무원들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 사업자의 불법경영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포함된 노사정 위원회를 구성해 현안을 해결하자"고 덧붙였다.

서성신(43) 파업대책본부장도 "십 수년간 빼앗긴 우리의 권익을 찾아 생존권을 보장받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본부장은 또 "더 이상 빼앗길 것, 물러날 곳 없다. 깡다구밖에 남지 않았다"고 피를 토하듯 발언했다.

한편, 민주택시 4개 노조 220여명의 노동자들은 낮 4시 시청을 출발 도심집회를 통해 강릉시민들에게 '총파업' 사실을 알렸다.
▲△지난 7일 민주택시 4개 분회 220여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도심집회를 나서고 있다.     ©김경목

[인터뷰]
13년 전 총파업 이후 처음 … 사랑 받는 아빠가 되고 싶다.

이날 도심집회 선두는 택시 노동자들의 생명줄인 '택시'가 220여명의 노동자들을 인도했다. 시청을 출발해 도심을 돌아 이곳까지 되돌아오는 시간은 약 2시간 가량. 기자는 잽싸게 택시에 올라탔고, 자연스레 오간 대화는 인터뷰가 돼 버렸다. 우연히 마련된 택시 안 인터뷰. 그들의 사연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였다.

▲준법투쟁!     ©김경목

인터뷰에 응해준 노동자들은 창영운수 삼총사 이상도(39), 남철수(44), 김찬학(36)씨.

▶ 이전에도 총파업 있었나?
(김) 13년 전 총파업 이후 처음이다.

▶ 파업하게 되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지 않겠나?
(이) 시민들에게 우리가 파업한다고 말하면 대다수 시민들은 노조의 입장에 동의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우리는 거의 18시간 동안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시민들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감하고 지지를 보내준다.

반면 안하무인격 손님들도 있다. 그들은 우리가 한 달에 200∼300만원 벌어들이는 줄 알고 있다. 너무나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 80∼90명 정도 태워야 사납금(창영경우12만3천원)을 채우는데, 16개회사 택시가 하루 700여대가 운행되는 현실에서 그 만큼의 손님을 태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 택시 불친절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것인가?
(이) 택시 불친절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사납금 때문이다.
시에서 일년에 한 번 친절교육 하고 있지만, 1일 사납금 12만3천원을 다음날 새벽1시까지 회사에 입금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또 회사가 LPG지원을 38리터 해주는데, 이것만으론 턱없이 모자란다. 최소 50리터는 지급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해 다들 자기 돈 만원을 들여 연료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돈을 벌어야 하니 장시간 일하게되고, 그 만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어디 친절할 수가 있겠나! 그래도 아침엔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 임금은 어떻게 되나?
(이) 실제 봉급 50만원 채 안 된다. 요즘 같이 교통체증 심하고 자가용 증가로 인해 손님 줄어, 수입도 줄게 됐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택시요금 인상됐으니 사납금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젠 그게(사용자의 회(유) 아니라는 여론 형성, 절벽까지 온 것이다. 50만원 정도 가져가는 사람 120명 노동자 중 60명(50%)도 안 된다. 그로 인해, 가정불화, 이혼 등의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50여만원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란 말인가!
아이들은 무능력 아빠로, 아내는 무능력 남편으로 바라보는 시선 너무나 속상한 일이다. 우리도 저녁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 노동조건은 어떻게 되나?
(이) 2틀 일하고 하루 쉰다. 주44시간 노동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우린 주 95시간 이상 노동하고 있다. 아침7∼새벽2시까지, 새벽5∼다음 날 2시까지. 그러나 이것 같고 먹고살기 힘들다. 1시간에 만원 벌면 많이 버는 것이다. 보통 8∼9천원 벌어들인다. 사납금도 못 채운 사람들 태반이다. 그럴 경우, 자기 돈으로 채운다. 그 돈도 없으면 다음달 봉급에서 자동 가불 조치된다. 이틀 일하는 것 '한파스'라 불린다. 몸이 아파도 차는 운행해야 한다. 사실상 쉬지만 차 운행했기에 사측에 사납금 지급해야 한다. 지금의 택시 관련법 30∼40년전 만들어져 현실과 동떨어진 점 많다. 노동자의 권리를 표명하는 법은 하나도 없다. 사납금 줄이던가, 혜택을 주던가.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죽을 지경이다.
어제(6일)는 낮2∼밤10시까지 20시간동안 한번도 차에서 내려본 적이 없었다. 9만3천원을 벌었다. 결국 3만원은 내 지갑에서 채워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합승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이런 현실 잘 아시는 손님들은 잔돈을 받지 않는다. 그럴 땐 너무 고맙다.

▶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여러 가지 병도 있을 것 같다.
(남)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허리디스크, 변비, 위장병,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 요구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김) 우린 전액관리제에 의한 '월급제'를 요구한다. 한달 246만원 입금하면 회사는 61만5천원(25%)을 임금으로 준다. 이것도 의료보험, 조합비. 조비(3개조 운영비), 단체보험 등을 제하고 나면 50여만원 정도 집으로 가져간다. 우리는 이 중 1백1십만7천원(45%)을 요구하는 것이다.

▶ 오래된 차도 있지 않나? 안전엔 문제없나?
(이) 차가 노후 돼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다 시동 꺼진 일은 다반사다.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것이다. 택시는 5년까지 운행하도록 돼 있는데, 4년만 지나면 가스가 많이 나와 취하기도 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김) 불안하다. 심적으로도… 10일날 월급날이지만 제대로 줄지 의문이다. 가장 급한 것은 '생활임금' 현실화이다.

* 전액관리제란?
택시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납부하고, 수입금에 따라 일정 비율을 적용 해 성과급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97년 건설교통부 훈령 292호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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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0 [10: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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