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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린 노무현정권, 철로를 끊어버리다
철도파업이 남긴 것. 언론의 매도, 참여정부 큰 흠집으로
 
김주영   기사입력  2003/07/01 [16:43]

7월 1일 오후 민주노총은 철도노조 파업의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철회를 하게 된 배경으로 "평조합원 징계에 따른 불이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국민불편을 더 이상 줘서는 안된다, 국회에 제출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등 철도개혁법이 이미 통과된 상황에서 명분이 없다"로 설명했다. 언론의 각종 철도노조 때리기에 의해 높아진 비난 여론과 방향의 재수정 요구가 제기되면서, 파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업철회의 과정에서 일부 강성노조원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이는 그들의 힘겨운 투쟁의 결과로 아무것도 남은 것 없는, 오히려 다 빼앗겨버린 허탈한 심정을 말해주는 듯 하다.

▲  '철도파업 무력진압'에 대한 노무현정권 규탄대회 모습 ©대자보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네이스(NEIS), 새만금, 조흥은행 사태 등 지속적인 정부와의 갈등에서 강경진압의 최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외침을 일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반발하는 보수우익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무현정권안에는, 출범시 내걸었던 '대화와 타협'은 아예 실종된지 오래였다. 이번 철도노조파업 과정에서 부각되지 못한 '파업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와 파업을 하게된 원인은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떼쟁이들의 파업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망국론이 수구언론에 의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이들이 떼쟁이였는지, 아니면 신자유주의에 떠밀린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의 문제였는지를 시작부터 파업과정까지 살펴보겠다.

[관련기사] 권태윤, 조선일보의 '떼~한민국'으로 떼쓰기, 대자보

파업은 왜 일어났는가?

파업의 주요원인으로 노동계측은 지난 4월 20일 정부가 철도노조와 합의했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지난 4월 20일 정부는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관련법안이 성안될 경우  조속한 시기에 국회 통과를  위해 철도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 라고 합의하였다. 그러나 노조와의 제대로된 합의없이, 오히려 노조를 배제한채 입법에만 신경을 썼다고 노조측은 설명한다.

『철도개혁은 ▲철도산업 발전 및 공공성 강화,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향상에 주안점을 둔다.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기존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시설과 운영의 분리방안과 관련하여 열차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지보수 기능 등은 운영부문과 통합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한다.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관련법안이 성안될 경우  조속한 시기에 국회 통과를 위해 철도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4.20 정부와 협의내용 中)

이에 정부측에서는 자신은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노사와의 합의를 거쳤으며, 합의내용을 어긴 것은 오히려 노조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측에서는 황당한 소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노조측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 '철도파업 무력진압에 대한 노무현정권 규탄대회'에 한 참가자가 기사에 게재된 노무현대토령 사진에 항의의 표시를 하고있다     ©대자보
· 정부측 주장: 4.30 청와대 토론회와 전문가 토론회, 노사간담회 입법공청회를 개최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 노사와의 합의부분: 청와대에서 개최된 토론회와 관련 철도노조에 공식적인 참여요청은 한차례도 없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당시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협상하는 것이 아닌 철도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비공개로 토론하는 자리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또한 이날 토론된 내용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으로 본다면 최소한 이날 무엇이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와 논의된 내용이 현재의 법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공개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함.

· 전문가의견: 건교부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기구로「철도산업구조개혁추진위원회(위원장 건교부차관 민관합동기구)」를 두고 있으나 신 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단 한차례의 회의도 진행되지 않았음.

· 노동조합과의 논의부분: 노동조합과 충분한 논의가 되었다면 구조개혁의 기본전제이자 현재 조합원들의 생존권 중의 하나로 쟁점이 되고 있는 '연금처리' 방안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했어야 함에도 이것조차 부재 된 상태로 법안의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3만 철도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간생존권을 부정하는 처사임.

파업에서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파업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철도구조개혁법안이 철도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진정한 공공적 개혁의 필요, 철도건설 재정의 국가책임, 철도안전의 강화, 상업적 공기업이 아닌 실질적 공공조직 설립을 요구해왔다.

[노조의 주장]
-날치기 철도구조개혁법안 입법중단과 7-8월 노정협상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철도개혁법
입법
-4.20노정합의 파기 책임자 처벌
-4.20 노정합의에 의한 공공철도로의 개혁 추진
-철도노동자 연금 및 퇴직금 불이익 방지와 동종업체 수준의 노동조건보장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입법 처리된 철도구조개혁법을 노조측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이 조치가 곧 민영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고속철도건설과 관련한 부채 11조원을 새로 만들어질 공단에 전가를 기본내용으로 한다. 법안이 처리되게 되면 공사화·공단화 후 부문별 분할매각이 진행될 것이고, 이에 따른 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등 겉으로는 공사화를 지향하나 실제로는 철도 민영화의 사전단계라는 분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현 정부는 지난해 대선과 인수위 시절 계속해서 '신중한 접근'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당시 임채정 인수위  위원장은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는 공공성을 저해하고 민간 독점과 요금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관계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만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한바 있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런 막가파식 법안처리는 지난 민영화에 대한 계속되온 논란을 한번에 해결하고, 다음에 다른 공공부분에서의 민영화를 쉽게 하려는 의도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철도는 단순히 철도만의 문제가 아닌 공공부분의 민영화와 경제특구 등과 흐름을 같이 한다. 특히 경제자유구역법의 경우는 '외자유치'라는 국가목표아래 정부의 모든 부처가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음모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무회의를 통과, 7월 1일부터 경제자유구역법은 시행된다.

이상으로 살펴본 철도노조가 파업까지 이르게 된 것에는 전적으로 협의를 파기한 정부쪽에 있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는 민영화에 대한 것, 그리고 공공부분인 철로 건설에 있어서 정부의 책임을 다른 기업으로 떠넘기기, 대화와 타협은 사라진채 말안듣는 아이 떡하나 더주기가 아닌 '매'가 약인 일방적인 때리기로 일관한 것이다.

여론몰이를 통해 파업의 정당성 훼손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에는 파업에 대한 이유와 과정의 설명없는 파업으로 인해 '서민만 고통을 받는다' 식의 여론몰이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각 신문과 방송들은 서민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들고 나오고, 경제가 어려운데 노조는 '자기이익차리기에만 급급한다'는 식의 기사와 이 모든 것에 책임은 철도노조에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이로 인해 철도노조는 더 이상 파업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참여'정부와 보수언론이 일치 단결해 '노조죽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참고기사]
조선일보사설, 철도파업, 국민은 참고 기다릴 것
중앙일보사설: 시민 인내가 불법파업 이긴다
 
반쪽짜리 참여정부가 될 것인가?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초기부터 무력으로 진압한 것도 큰 문제이다. 집권초기 친노(親勞)성향을 가져, 재계의 우려를 가져왔던 그 노무현 정권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토론문화를 만들겠다던 노무현정권에게 더 이상의 대화와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자층에서 아무리 대화하려해도 문을 두들겨도, 타협해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름뿐인 정권에 불과할 뿐이다. 참여정부에서 과연 누구를 참여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노무현정권을 받쳐주고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누구에게서 지지를 받을 것인지, 지지율이 50%에 매달려 단순 수치 놀음만 계속한다면 소외계층에게 소외당하는 '왕따정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어져야 할 것은 국민과 정부간의 신뢰, 약속의 이행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만하는 것이다. 약속은 해놓고 지켜지지 않거나, 허울뿐인 약속이행을 하고, 한편으로 정부가 양쪽에서 목소리 큰사람의 손을 번갈아 들어주는 태도를 계속해서 취한다면 정부는 어느 쪽도 끌어안고 갈 수 없으며, 실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파업이 난무해서는 안되겠지만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인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 제정신을 차려 위기, 위기하면서 진짜 위기를 불러올 것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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