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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한미FTA 국민사기극 중단하라”
언론노조, 한미FTA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
 
박철홍   기사입력  2007/03/24 [12:49]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준안)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한미 FTA 저지 언론공공성 사수를 위한 언론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언론노조는 "지금까지의 협상결과에 비춰본 한미FTA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동차, 제약, 방송산업 등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협상"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협상내용보다는 타결에 급급한 나머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고, 국민의 귀와 입을 막으며 양국 고위급협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내 이 나라를 결국 죽음의 길로 내몰려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한미 FTA 저지 언론공공성 사수를 위한 언론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박철홍

또 언론노조는 "위원장을 포함한 1만 8천여 조합원은 몇몇 가진 자의 배만 불리고 민중의 삶은 피폐시킬 망국적인 한미FTA를 비장한 각오로 저지할 것"이라며 "화려한 장밋빛 미사여구로 국민을 현혹하는 노무현 정부의 무책임과 어리석음을 규탄하며 국민들의 울부짖음을 알리고, 언론노동자의 의무인 한미FTA의 진실을 방방곡곡에 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언론노동자들은 ▲언론노조 단결하여 한미FTA 저지하자 ▲방송공공성 말살하는 한미FTA 저지하자 ▲언론노동자 총단결로 한미FTA 저지하자 ▲중산층·서민 다죽이는 한미FTA 반대한다 ▲통상절차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언론노동자들은 \'한미FTA를 저지하자\'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 박철홍

이준안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한미FTA가 막바지 협상에 이른 지금 국민들은 그 협상에 대한 본질과 실체를 알게됐다. 한미FTA저지범국본의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80%가 한미FTA에 대해서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협상과정을 보면 정부는 국민에 대한 담합, 말바꾸기와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오며 국민을 속여왔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신문, 방송, 모든 매체를 동원해 국민에게 장밋빛 허상을 심어주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제껏 무능력과 무소신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경제·외교 관료들은 즉각 사퇴해야 하고, 한미FTA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방송개방 및 시청각 미디어 개방과 관련해 초국적 자본주의와 미국의 문화패권주의에 맞서 이 자리에 모인 언론노동자들이 똘똘 뭉친다면 방송개방과 망국적 FTA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언론노동자들은 언론노동조합을 결성했을 때 언론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외쳤다"며 "언론은 많은 투쟁을 통해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권력으로부터 해방시켰는데 이제 자본이 언론을 죽이고 있고,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 땅에 언론은 미국시장에 의해 종속되고 짓밟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스위스 정부는 농업이 포함되는 FTA를 국민투표에 부쳐 스위스 국민들이 부결시켜 FTA협상을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며 "한미FTA체결시점을 앞둔 시점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한미FTA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진정성을 보이려면 청와대에서 문성현 대표의 16일째 단식농성에 합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결의대회에서 조준상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언론노조 FTA저지 투쟁 경과보고를 했다. 언론노조 전 본부·지부·분회 위원장들은 연단에 올라 한목소리로 언론공공성 사수를 위해 FTA를 저지하자고 다짐했다.
 
이어 조승호 YTN 기자와 임소연 희망조합 조직국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우매한 군중'이 아니다"는 언론노조 투쟁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국내 제작 프로그램의 편성쿼터 축소, 방송채널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CNN을 비롯한 외국방송의 한국어방송 허용 등이 협정 체결을 위해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에 퍼주는 카드로 이용되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미국계 자본이 국내 전파를 소유할 수 있는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언제든지 도입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지금까지 협상 결과에 비춰본 한미FTA는 대한민국을 더 잘살게 하는 '보약'이 결코 아니고, 오히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동차 산업과 제약 산업 등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독약'일 뿐"이라며 "거짓말과 시장독재로 무장한 채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탈선시키는 것이고, 탈선시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모래알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의대회를 마친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을 펼쳤다. 
 
▲결의대회를 마친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 박철홍


이어 언론노조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언론노조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 박철홍



이 자리에서 안은주 시사저널노조 사무국장은 "당신으로부터 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시도하려했으나 주변으로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더 이상 행진을 중단한채, 한미FTA저지투쟁의 결의를 모아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상징의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미FTA저지투쟁의 결의를 모아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상징의식이 펼쳐졌다.     © 박철홍




[대통령에게드리는서한]

당신으로부터 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를 보고 있노라면 엄동설한이 주변을 감싸는 듯 소름이 끼쳐옵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이익이 남지 않으면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신속협상권 시한에도 얽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나라끼리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이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권의 막바지라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체결을 위한 체결만을 향해 돌진해 온 참여정부의 지난 1년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말씀을 국민들은 상황을 비켜가려는 핑계쯤으로 받아들일까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을 잘 아실 겁니다. 이 모임의 대표였던 노혜경씨가 얼마 전 한미FTA를 '그늘'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여정부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에 발을 들여 놓고 말았다는 질책입니다. 반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지방분권을 추진하는가 하면 우리사회의 주류를 교체한 일들은 '빛'이라고 했습니다. 참여정부 탄생에 누구보다 크게 이바지했던 분마저 한미FTA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는 장사인지 잃는 장사인지를 떠나 한미FTA가 선량한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타락시키는 일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미FTA를 미국 내 상층부의 가치관을 이식시키는 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 잘사는 나라, 그 중에서도 가진 자들의 생각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자리를 깔고 곡기를 끊은 지 벌써 16일째입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대표자들 역시 지난주부터 길거리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반대를 외치던 시민들도 속속 식음을 끊는 격한 투쟁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퍼주기 협상은 안 된다고 그토록 외쳤건만 도무지 먹히지 않으니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집회도 안 된다, 광고도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방곡곡에 알릴 수 있습니까? 하물며 청와대는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죽어가는 사실을 숨기시렵니까?

최근 들어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많은 정치인들이 한미FTA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말처럼 그분들이 단순히 참여정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이겠습니까? 차별화 전략이고 정략적인 판단일 뿐이겠습니까? 협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깨어있는 정치인들의 반대 목소리는 커지기만 할 것입니다. 그분들의 태도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번 쯤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정치공학'의 잣대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녕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을 이긴 자들만 살아남는 전쟁터로 만드시렵니까? 무역규모가 늘어나면 뭐합니까? 멕시코를 보십시오. 나프타 이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머지않아 이 땅 대한민국에서 재연될 비극입니다. 미국과의 FTA에서 성공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모두 실패했어도 참여정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만입니다. 언제까지 국가의 운명을 건 도박을 계속하시렵니까?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을 물려주시려거든 당장 한미FTA를 접는 용기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한미FTA는 이미 무역거래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혼을 지켜주는 '방송'까지 넘겨 줄 태세입니다. 국민들의 영혼을 미국에 팔아넘긴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으시길 빕니다. 아니 대한민국 주권을 미국에 갖다 바친 대통령으로 전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 3월18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지구촌이라고 불릴 정도로 좁아져도 나라별 고유한 '문화'만큼은 지켜져야 합니다. 나프타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왜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세계문화다양성협약을 비준했을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대대손손 자랑꺼리입니다. 그것들을 팔아 치울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체결만이 정답이라고 달려드는 주변의 불나방들을 버리십시오. 관료들의 원격조정에 생각 없이 끌려 다니는 참모들을 멀리하십시오. 대통령의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 관료들의 팔을 걷어치우십시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의 손바닥을 귓불에 들이대십시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그동안 듣지 못한 국민들의 곡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것입니다. 고향에서 보내는 어머니, 아버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고막을 찢을 듯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고 있는 한미FTA 반대 함성이 철퇴가 되어 가슴을 때릴 것입니다.

지난해 봄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셨습니다. 올 봄에는 농업도 상품이라며 오로지 체결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국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18대 총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들이 전직 대통령을 청문회장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비참해지는 꼴을 또 보고 싶은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봄을 봄으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온 나라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정부가 한미FTA만 멈춘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만용이 아닌 용기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2007년 3월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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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24 [12: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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