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노무현 정권의 농업말살, 지방토호 부자만들기
[비나리의 초록공명] 1만 8천평 농사짓는 6헥타르 정책만은 취소하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3/15 [12:13]
한국에서 농업관련 글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 글이다. 특히 신문 칼럼 같은 데로 가면 말이다. 논문으로 정리해서 외국 저널에 실을까하던 내용이었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외국에 논문 내기에는 나도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고 게다가 1년 반 후에 이 내용이 나와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마치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 3가지 시리즈로 시작을 했는데, 워낙 지면이 짧아서 길게 얘기하기가 어렵다... 글을 잘 못 쓰니까 주어진 지면 내에 내용을 정리 못하는 거라는 점은 잘 알지만, 그래도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다음 번에는 고가의 임대주택 그리고 세번째로 이미 800만을 넘어섰다는 비정규직에 관한 얘기를 할 생각이다...

아마 그 정도가 한겨레와 약속했던 6개월이 끝나는 시점이 될 것 같다. 어쩌면 한 번쯤 했던 얘기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올지도...
 
6헥타르 정책만은 취소하라

헥타르라는 면적 단위가 있다. 대략 3000평 정도다. 노무현 정부의 농정 로드맵에는 ‘6’이라는 숫자와 ‘7만’이라는 숫자, 그리고 ‘119’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6헥타르, 즉 1만8000평의 농사를 짓는 농가를 7만호 육성하겠다는 것이고, 이걸 뼈대로 하는 ‘농정 로드맵 10개년 계획’에 투융자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걸 ‘농업정책’이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작면적이 3500평, 즉 1헥타르가 조금 넘는다. 농가 여섯 집을 합치면 6헥타르가 되는데, 당연히 6분의 5에 해당하는 농민들은 농업에서 철수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삶터를 등지고 서울에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을 ‘농촌정책’(농림부 용어대로 하면 ‘탈농재촌 정책’)이라고 부른다. 괜히 서울 가서 사회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둘을 합쳐 ‘농업·농촌정책’이라고 부르는데, 현실에서는 농업말살, 그리고 지방토호 부자 만들기 정책이 된다. 노무현판 소설 〈토지〉인 셈이다. 50살 이상의 고령농이 농사를 짓지 않는데 보조금이 들어가고, 농지를 파는 것을 권장하고, 농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권장되는 노무현의 농업말살 시대가 이렇게 형성되었다.

또다른 숫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가의 농가당 친환경 재배면적은 1헥타르 정도가 된다.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에 비해서 친환경 농업은 사람 손이 20~30% 정도 더 들어가고, 이런 기술적인 문제로 1헥타르 이상을 경작하기가 어렵다. 지금 중남미에서 미국 자본이 추진하는 유기농업은 현대판 노예 농업이다. 쌀은 오리와 우렁이의 도움을 받아서 3헥타르 정도까지는 친환경 농업이 가능하기는 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6헥타르 규모는 너무 크다. 이 규모는 도시민 평균소득인 4000만원에서부터 역산해서 계산된 것이라서, 기술적 계산으로 만들어낸 숫자는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3~4헥타르 규모인 현재의 규모농과 1헥타르 규모인 대부분의 농가에서 균형값을 찾을 수 있다. 4헥타르는 쌀을 중심으로 한 저농약 농업, 그리고 1헥타르는 밭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의 소위 ‘이중 균형 시장’을 형성하면 규모화와 유기농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은 규모화 직불금 기준이 4헥타르다. 우리나라의 기준은 너무 높다. 현실적으로 6헥타르로 ‘크게 지으면 크게 망한다’.

우리나라 농산물에서 유기농 공급은 1%가 안 된다. 당연히 품귀 현상이 생기고,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1헥타르 영세농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4헥타르의 규모농을 저농약으로 전환하면 결국 부동산업자와 건설업자에게 들어가는 119조원의 절반 이하 예산으로도 농업을 살릴 수 있다. 2005년 조사에 관행농가의 89.2%가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을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또다른 숫자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6헥타르 안 되는 농민은 나가라고 했지만, 2006년 농민 수가 오히려 늘었다. 국민경제 붕괴의 여파다. 당연히 1인당 경지면적은 규모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줄었다. 4헥타르와 1헥타르, 두 개의 농업 모델로 식품안전, 국토생태, 실업대안의 세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실제 농업은 변하는 중인데, 노무현 정부의 6헥타르 정책이 오히려 이런 변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제발 부탁이다. 한반도의 ‘생태기적’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실패한 참여정부 농정 중에 다른 건 말고라도 임기 끝내기 전에 제발 6헥타르 로드맵만이라도 폐기해주기 바란다. 농민과 국민이 피해 보고, 부동산업자와 미국 농민만 이득 본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3/15 [12:1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