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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쇠고기 수입문제, 미국의 덫에 걸린 셈"
 
CBS시사자키   기사입력  2007/02/10 [08:53]

쇠고기 수입검역문제에 대해 한미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정부는 FTA와 별도로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재천 의원은 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우리 정부가 미국의 FTA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지만 이는 미국의 덫에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우리가 (쇠고기 수입문제를) FTA와 연계시켰다면 얻을 것이 많았을데, 지금은 미국이 쇠고기 수입문제를 FTA협상과 연계시킴으로서 검역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정부는 전수검사 과정에서 뼈가 나온 상자만 반품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사실 이는 미국이 원하던 수준이었다"며 우리가 FTA에 목매고 있다는 느낌을 주니까 미국은 쇠고기 수입문제는 단순히 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간의 문제로 끌어내리면서 "국가가 개입해서 반품하고 검사하는 걸 거부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FTA협상을 고위급 회담에서 타결짓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결단주의적, 비민주적 조치"라고 비난했다. 또한 우리국회는 단순조약에 대해 동의권밖에 없고 수정권한이 없어 고위급협상에서 타결시킬 경우 국회비준과정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 진행 : 이번 6자회담 전망은?

최재천 의원 : 기존의 기계적 상호주의에서 좀 더 단계별 조치를 강화시키는 비대칭적 상호주의 단계로 진전된 건 분명하다. 지난 12월 회담 때 초기성과조치를 북한이 이행했을 경우 이쪽에서 무엇을 당근으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는데, 그 제안들이 그간 북미 간의 비밀협상이나 BDA 회의 등을 통해 상당히 조정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수준에서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는 것 같다.

신율 :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상 무역구제 분야를 포기했고, 투자자정부소송제도가 인정될 경우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협상이 반영됐다고 보나?

최재천 : 문제 제기 수준에 그쳤을 뿐 협상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FTA는 사실상 헌법적 차원 문제까지 건드리는 협상인데, 미국은 그저 행정협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세제나 제도, 심지어 헌법적 정책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이라든가, 손실보상이 직접수용을 의미하느냐 간접수용을 의미하느냐 까지 전부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세제나 부동산이나 미국의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어떠한 수준의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이것이 대한민국 법률이나 세제 개선 문제'라고 외치더라도 미국은 거기에 대해 자신들의 방어벽을 워낙 엄격하게 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요구에 그칠 뿐 실제 협상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이다.

신율 : 섬유 분야의 경우 "미국이 관세 철폐를 해주는 대신 우리 섬유업체의 영업 비밀까지 요구했다"는데?

최재천 : 사실이다. 정부에선 미국 쪽에서 그런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정부로서는 일단 거부한다는 명분은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테면 중국산을 가져다가 우리가 한국산인 것처럼 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염려하고 있는데, 우회수출 방지를 바라는 미국 측의 요구는 근거가 있다. 따라서 '다른 쪽 시장접근 등에서 성과물로 대체하겠다. 그런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사실상 미국 측 섬유업체의 영업 비밀에 대한 여러 가지 요구를 받아들일 태세를 가지고 있다.

신율 : 우리 정부는 '쇠고기 수입 문제는 한미FTA와는 별도로 협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최재천 :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FTA 선결조건이라고 해서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네 가지를 들어줬는데, 도리어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오히려 FTA와 연계시켰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우리는 FTA와 연계를 안 시켜놨는데 미국은 끊임없이 연계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 협상에서도 미국 농림부 관계자는 '전수검사 과정에서 뼈가 나온다면 그 상자 분만 반품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수준은 전에 미국이 원하던 수준이다. 그때는 미국이 원해서 그 정도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이제 우리가 FTA에 지나치게 목매다는 느낌을 주니까 미국이 아예 이걸 거절하고 "이건 국민 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 무역의 문제다. 그러니까 수입업체와 수출업체들끼리의 문제로 해결할 일이지, 왜 국가가 개입해서 반품하고 전체를 검사하는 행동을 하냐"면서 완강하게 거절당한 형편에 놓여있다.

신율 : 정부에서는 "7차협상에서 한미FT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면 고위급 회담에서 타결 짓겠다"는 입장인데, 이건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일까?

최재천 : 결단주의적 사고다. 국민참여적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국민의 뜻과 비판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뜻까지도 충분히 반영하는 민주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내적 협상은 철저히 도외시해버리고 외적 협상에 모든 것을 걸고, 그 외적 협상마저도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고위 관계자들의 결단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대단히 비민주적인 조치다. 좀 더 민주적으로 이런 식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서 때로는 연기하거나 협상 자체를 유예하겠다는 과감한 자세로 협상해야만 우리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1차산업과 3차산업인데, 그건 사실상 열어준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은 노동력과 2차산업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관세를 7% 낮춰주고 미국은 2%를 낮춰주는 것이고, 상품에 있어서 무역구제조치는 미국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전혀 양보를 받지 못하고, 전문직 자격 인정과 같이 우리 노동력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은 막혀버린다. 그러면 단순세법상으로도 대단히 불리한 게임이다.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한미FTA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비판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율 :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는?

최재천 : 사실 개성공단은 별 실익이 없는 논쟁이다. 정치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강하게 주장하지만, 실상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 자체는 좋은 양질의 제품이거나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수가 없다. 그야말로 원가경쟁력이 있는 제품만 나오는 가장 초기단계의 경공업 제품이다. 정치적으로는 꼭 얻어내야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가치가 떨어진다.

다만 지금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잘 된다면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 회담에서 말했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갈 수 있다. 가장 먼저 종전선언이 있고, 평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각종 프로세스, 신뢰구축이나 남북 간의 수교나 재래식 전력 군축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평화협정으로 가게 되는데. 개성공단이 원산지 문제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생산제품으로 인정받으려면 평화협정체결 단계에 가야만 국제법상으로 가능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버시바우의 발언은 대단히 희망 섞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적인 발언이다.

신율 : 한미FTA 협상문건 유출 문제는 어떻게 됐나?

최재천 : 국회 차원의 단순 조사위원회 설치에 그치고 있다.

신율 : 만약 고위급회담을 통해 타결된다면 국회 비준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최재천 : 우리나라는 단순조약비준에 대한 동의권밖에 없기 때문에 수정권한이 없다. 따라서 불가능하다. 더구나 EU나 한중, 한일FTA라면 어느 정도 비판이 용납되겠지만 한미 간의 무역이나 경제, 외교,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친미냐, 반미냐'의 시각으로 건설적인 논의가 불가능해져버린다.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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