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시청광장에서의 反한미FTA 집회를 許하라!
경찰버스 바리케이드는 노무현 정권의 가시적 레임덕만 증명해줄 뿐
 
황진태   기사입력  2006/12/01 [09:29]
11월 30일자 일간지에 가장 인상 깊은 기사는 경찰버스들로 빙 두른 시청 앞 광장 사진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노무현 정권은 그저 메타포로서의 레임덕이 아닌 가시적으로 경찰버스 바리케이드를 세움으로써 최후의 경찰국가임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때마침 절묘하게도 당일 방송을 통해서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는 발언을 보도했다. 주지하다시피 FTA 체결 의사결정과정에 감춰진 구조적 폭력은 고작해야 이렇게 '조속히' 수준으로 매체를 통하여 세련된 언어로 나오는 반면 이러한 세련된 언술을 받아들이는 민중의 반응은 매체를 통해서 "폭력시위"로 거칠게 걸러져 나온다.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에 의해서 파리지사로 임명된 오스망 남작은 파리에 새로운 도시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계획 중의 하나가 그 동안 좁은 가로가 바리케이드 설치에 탁월했던 점을 이유로 들어 가로를 넓혀서 바리케이드를 세울 수 없도록 하는 거였다. 하지만 얼마 후에 파리꼬뮌이 일어나고 그 넓은 가로 위에도 어김없이 바리케이드는 세워졌다.

▲ 29일 아침부터 경찰은 2차총궐기 대회장소인 서울광장을 전경차로 둘러쌓아 원천봉쇄했다.     © 이슈아이 이석주 기자 제공

이번 시민광장 진입 봉쇄는 손가락으로 균열이 간 둑을 막겠다는 발상과 비슷한 상황인식이다. 한미FTA 추진의 전면적 재검토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현재의 경찰버스 바리케이드로는 감당이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는 정부를 향한 선동도 협박도 아니다.
 
그동안 깨어있는 지식인층과 민중들은 한미FTA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점잖게' 제시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이러한 고언에 귀를 막고 '조속히' 처리한다는 정부를 향해서 단지 이번 집회는 단발마나마 들려주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을 오히려 정부가 억울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리케이드가 본래 민중의 전술임을 볼 때 정부가 이 전술을 이용하여 경찰버스 바리케이드를 세운다는 발상에서 부터가 이미 정부는 원고와 피고가 주객이 전도된 망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라는 개념이 짖는 게 아니듯, 공간이라는 개념이 공간을 이루는 건 아니다"는 앙리 르페브르의 말마따나 공공공간인 시청광장을 한 전임시장의 정치적 홍보의 사적공간으로 추락시키거나 4년에 한 번씩 스포츠 내셔널리즘과 이에 편승한 자본의 각축장 혹은 극우냉전세력의 배설구로 전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대항공간으로서의 끊임없는 의미를 불어넣을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차 말하지만 이건 선동구호가 아니다. 시청광장에서의 反FTA 집회를 許하라!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2/01 [09:2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