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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악마인가? 미디어 황제인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을 해부한다
 
박지훈   기사입력  2003/06/17 [14:51]
 머독의 다양한 별칭                                                                

▲루퍼트 머독     ©우먼타임즈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사업가 루퍼트 머독(Murdoch, Keith Rupert)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상이하다. ‘지구촌의 정보통신부 장관’ ‘미디어 황제’ 등 미디어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미디어 악마’ ‘비도덕적인 악덕 자본가’ 등으로 비판받는다. 최근에는 ‘부시의 치어리더’ 등으로 혹평(酷評)하기도 한다. 머독에 대한 이러한 평가들은 그가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그의 공격적이고 대중적인 경영전략과 철학에서 기인한다.

밑바닥에서 재벌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루퍼트 머독의 공격적이고 대중적인 경영전략과 철학적 배경은 그의 삶의 과정과 닮았다.

1931년 호주에서 태어난 루퍼트 머독은 학창시절부터 아버지인 키스 머독이 근무했던 멜버른 헤럴드사에서 일하게 된다. 1950년 길롱 그래머 학교를 졸업한 머독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52년 <데일리 익스프레스>지의 편집부에서 수습기자 자격으로 미디어 관련 직종에 뛰어든다. 수습기자로 활동하던 해, 그는 아버지로부터 에들레이드시의 <뉴스 The News>지와 <선데이 메일 Sunday Mail>지를 물려받는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신문사였지만, 머독은 스캔들, 섹스, 범죄, 스포츠 등 대중저널리즘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신문의 판매 부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이후에 머독은 영국에서 <뉴스 오브 더 월드 News of the World> <선 The Sun> <타임스 The Times> 등을 인수하고, 미국에서는 1985년 6개 도시의 방송국을 가진 메트로(Metro) 방송사를 20억 달러에 매입하여 폭스(Fox) 방송을 발족한다. 이때 미국은 외국인의 방송사 소유권을 제한했는데 머독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또한 그는 청소년잡지 <세븐틴 Seventeen>을 발행하는 트라이앵글 퍼블리케이션즈를 30억 달러에 매입한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영국과 일본의 위성방송 BskyB, JskyB의 지분을 인수하고, 1993년에는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TV를 사들인다. 평소 그가 꿈꾸던 미디어 제국을 완성하는 시기이다. 현재 뉴스 코포레이션은 <뉴스 인터네셔널> <하퍼콜린스> <20세기 폭스> <폭스 TV> <스타 TV> 그리고 이밖에 도 무려 780여 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익혀온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회사를 인수하고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온 모습이다. 공격적이고 대중적인 경영으로 미디어 시장을 휩쓸며 ‘미디어 황제’ 라는 칭호까지 얻게 된 것이다. 과연 이러한 그의 경영전략이 도덕적인 측면과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책임에 온당한 것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영

‘박쥐 근성’                                    

머독은 끊임없이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박쥐 근성’을 가진 인물이다.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폭스 뉴스>가 취한 다분히 보수적이고 강경한 성향이 이를 잘 반영한다. 젊은 시절 머독은 좌파적인 성향을 지녔다. 옥스퍼드 대학시절 레닌을 위대한 지도자라 칭송하고 벽난로를 레닌의 흉상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스 뉴스>의 보수적이고 ‘부시적인’ 논조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며, 부시 정권 내 그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위한 포석이다. 보수적인 논조로 시청률을 증가시키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9.11 테러 이후 불안해진 미국 사회 내 분위기를 잘 이용한 결과이다.

안보에 대한 위협을 받아 불안해진 미국인들에게 <폭스 뉴스>의 편파보도는 그의 자회사 <20C 폭스>사가 제작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폭스 뉴스>는 선악(善惡)구조 속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포장하고, 원색적인 용어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등 중동국가와 그의 테러기관을 비방한다. 폭스의 앵커나 취재기자들은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증오의 망을 감독하는 괴물', '더러운 놈' 등으로 표현한다. 또한 그의 테러지원조직인 알 카에다나 탈레반에게는 '테러 깡패', '악마들' 또는 '깡패 앞잡이들'이라는 ‘악마’의 이름을 부여한다. 이렇듯 좌파적 정치적 성향을 추구하기보다 이익을 쫓는 경영은 <폭스 뉴스>를 아프카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 CNN 뉴스를 제치고 ‘당당히’ 시청률 1위로 등극케 하는 선물(?)을 그에게 가져다준다.

이익을 쫓아 변화하는 머독의 ‘박쥐 근성’은 중국에 대한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머독은 과거부터 중국을 전체주의 국가라 비난해 왔다. 그런 그가 중국의 WTO가입과 문호개방에 발맞추어 중국쪽으로 돌아선다. ‘법륜공’에 대한 중국정부에 태도에 세계언론의 비판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머독은 그의 둘째아들인 스타 TV 사장 을 통해 중국정부를 돕게 한다. 또한 '중국 정부 비위 맞추기'의 다른 일환으로 2008년 올림픽 베이징 유치를 위해 직접 지지하고 나섰다.

반대급부로 머독은 중국 내 차이나콤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통해 중국 통신시설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둔다. 최근에는 제한적이지만 중국 내에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가 받기도 한다. 그의 ’박쥐 근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 기사는 서강대 방송문화웹진 ZIME(http://zime.fbc.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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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17 [14: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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