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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자들이여, 테러리스트가 되자
매체간 상호비평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열려
 
대자보   기사입력  2003/06/15 [21:53]
 

지난 6월 10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주최로 매체간 상호비평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 상호간의 건전한 비평문화를 발전을 위해 모인 이번 토론회는 매체비평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문제점 지적,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디어비평은 MBC 미디어비평을 시작으로 신문과 인터넷 언론의 매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EBS는 옴브즈맨 프로그램 내에 미디어비평 코너를 신설했으며, KBS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을 계획중이다. 미디어비평은 이처럼 양적인 면에서는 팽창하고 있지만, 내용과 형식에 대한 계속적인 문제지적과, 일반시민의 외면이라는 질적인 성장은 부진하다. 이런 질적인 성장의 부진은 올해 초 'MBC미디어비평 폐지논란'이나 '미디어비평은 조중동 죽이기'라는 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토론회에서는 매체간 상호비평의 현 단계에 대한 평가와 발전 방향에 대한 모색과 현재 매체비평프로그램 형식 및 내용 분석을 통한 새로운 모색, 신문매체간 상호비평의 현황이 논의됐다. 또한 현재 각 언론사에서 미디어부분 기자들의 매체비평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문제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 발제중인 전규찬 강원대 교수
전규찬 강원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비평이라는 것은 구멍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복을 통해 당연시되었거나 정상화된 것들을 의심하는 삐딱한 변태적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전규찬 교수는 미디어비평을 '현재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도,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것'이라고 미디어비평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미디어 비평의 생산성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과연 인·민의 언론 보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그것이 얼마나 거대 미디어의 권력에 시비하면서 동시에 억압되고 희생된 인·민 언론의 복원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수는 이어 "미디어 비평은 더 이상 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론적 엄숙주의 비평에서 탈피한 발랄하고 개성있는 포퓰러 미디어 비평시대의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디어 비평이 더 이상 글이라는 언어에 제한되지 않고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로 이동을 전망했다. 또한 미디어비평의 방법으로 개방적 비평과 성찰적 비평, 상호적 비평, 전체적 비평을 제시하였다.

▲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토론회에서 현재 미디어비평의 문제점으로는 비판잣대의 다양성의 부족으로 인한 제대로 된 비판기능의 상실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발제를 통해 "미디어비평은 가치가 바로바로 개입되어야 하는 환경감시의 기능이 중요한데, 현실은 객관성이란 잣대로 이를 계속해서 축소시켜 왔다."며, "비평잣대가 객관성과 공정성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다양한 잣대를 개발해야 함"을 주장했다. 더불어 소재와 형식이 무겁고 딱딱해 일반시청자들이 아닌 일부 미디어비평전문가들 소수만의 잔치가 되어버린 것과 일부 조중동 죽이기로 표현되는 특정매체에 대한 비판이 치중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점에 대해 양문석 위원은 "비평프로그램의 포맷의 다양화를 통해 쉬운 이해, 쉬운 접근, 쉬운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재의 연성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비평에 방식에 있어서 칭찬은 없고 비판으로만 치닫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되었다.

신문상에서의 매체비평에 대해서는 주로 조중동 세신문의 보도태도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방송위원회 김은주 심의위원은 '신문매체간 상호비평이 늘어나면서,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고 상호비판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하였으나, 족벌 언론의 경우 높아진 언론개혁요구에 대한 공격적 자기방어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지속성을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신문의 미디어비평은 2년 전과 비교해 별반 달라짐 없이, 형식적으로 미디어코너가 신설되는 등의 변화는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아진다. 김은주 심의위원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변칙적 지면 편성이나 자사이기주의적 보도,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을 부풀리는 보도, 왜곡이 동반된 타매체 비난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역설적으로 매체비평의 중요성을 웅변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족벌언론의 행태를 알려내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조직화하는 것도 매체비평이 활성화되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경향신문의 이재국 기자는 "문제시되고 있는 조중동이 이런 자리에 당당하게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주었으면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미디어비평의 의의는 열린 언론, 자기비판이 전제에 깔린 건강성회복이며, 이를 타사, 자사의 미디어 담당기자가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미디어비평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는 "독일은 60년대 말부터 미디어비평이 시작되어 자사비평을 많이 하는 기자를 퇴직시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공영방송에서 최우선시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최교수는 "우리도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거시적이며 원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역할나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디어비평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성이란 원칙 아래 주제를 다루는 것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MBC미디어비평 김형우 PD는 2년 동안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문제 지적한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김형우 PD는 프로그램을 시작 할 때 타방송국의 비평프로그램 PD로부터 "철저한 사실확인과 소송을 두려워 말고, 친구를 잃을 각오를 해라"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그 만큼 미디어비평에 있어서의 자사비평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김형우 PD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은 계속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면서 "20년 이상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비평은 자사의 비판 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시장은 거대언론들의 독과점 현상과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개선이 시급하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근거있는 비판과 자기반성일 것이며, 이것이 미디어비평인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속에서 질적인 성장을 해나가 생산적인 대안을 창출할 수 있다면 진정한 미디어비평이 될 것이다. 거대미디어 속에서 미디어비평은 하나의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찾아가는 언론운동일 것이며, 이것을 해나가는 기자들은 운동자로서, 테러리스트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 진정한 개혁과 변화는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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