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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전직대통령들을 반면교사로
링컨보다는 김구와 세종대왕, 이순신장군을 존경해야
 
이대로   기사입력  2003/06/15 [21:48]
대통령이었던 분들을 칭찬하고 싶다.

어렸을 때는 호랑이와 늑대, 귀신이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는 정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나뿐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정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고 흥미를 느낀다. 그 가운데 대통령이었던 분들과 지금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그런데 그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칭찬이나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판과 비난이 많다. 어떤 때는 분풀이로, 어떤 때는 술안주로, 어떤 때는 비웃음으로 나타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대통령이었던 사람들을 칭찬하고 싶다. 세종대왕처럼 우러러보고 그리워하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욕이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하는 것을 참고 또 참는다. 술 한 잔 들어갔을 때는, 그 분들과 비슷한 또래라면 큰소리로 따져보고 싶다. 왜 우리 말글을 그렇게 짓밟고 천대했느냐고? 참으로 안타깝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이제 29만원밖에 없다고 할 때,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 부정한 일로 감옥에 갔다 오고도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다는 말을 들을 때, 또 한 분 김 전 대통령 아들 셋 모두 감옥에 가야할 판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슬퍼진다.

전 대통령들은 대통령일 때 한 일을 되돌아보며 잘잘못을 반성하고 후배들에게 조용히 말해주면 안 될까?  잘 한 일이라도 좀 조용히 계시면 안 될까? 잘 한 일도 아닌데 스스로 잘했다고 자랑하고 거드름을 떨 필요가 있을까? 자신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잘잘못을 국민이 판단하고 또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어 조기교육 정책을 시행한 것은 잘한 일이고 대통령일 때 한자 조기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렇게까지 밖에 말씀을 못하실까? 저런 분을 대통령이라고 올려다봐야 했다니 답답하다.

영어를 모두 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조기 교육을 시행했지만 영어 과외열풍과 일상생활 시 외국어를 남용하는 등 부작용이 심해 걱정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까? 그런 가슴과 머리를 가질 수 없단 말인가?  영어 발음이 안 좋다고 혓바닥까지 수술하는 어린이를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모국어 발음이 좀 시원치 않아도 대통령도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하면서 영어 열병을 걱정하실 수는 없었을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벌금도 잘 내고 조용히 있어서 다행인데 요즘 그의 사위가 거짓장부로 못된 짓을 했다고 감옥에 간 것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대통령일 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서 우리 말글을 천대하는 분위기를 조장했고, 그의 사위가 사장인 회사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이 될 기틀을 잡았고, 그의 장인과 사위는 세계화한다고 우리말로 된 회사 이름을 버리고 에스케이글로벌로 바꿨는데 그 회사가 망했으니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조금 낫다고 하지만 대통령을 지낸 분들이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새 대통령도 이런 저런 일로 말이 많다.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말까지 하셨다고 한다. 국민과 토론을 하기 좋아한다고 했는데 토론은 남의 말을 잘 듣고 고칠 것을 고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토론을 잘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자꾸 좋은 쪽으로 나라를 이끌고 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실패한다.  국민과 국토와 국민정신과 국어를 지키고 빛나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그에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우리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과 김구 선생을 우러러보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 근본을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하셨기 때문이다. 국토와 국민의 생명과 국어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 힘쓰셨다. 자기 아들에게 돈이나 챙기게 하고 권력행사나 하게 한 것이 아니다. 제나라 말글을 우습게 여기고 남의 나라 말글이나 떠받들게 하지 않았다. 외세의 구둣발에 우리 말글과 국토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짓밟히지 않게 하려고 밤낮으로 애쓰시고 스스로의 몸을 던지셨다.  

지난 대통령들도 또 지금 대통령도 나랏일에 바쁘고 정신없을 줄 안다. 그러나 자기 개인과 패거리를 위한 일들로 바쁜 것은 헛일이고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지금 대통령이 바쁜 것은 무엇을 위한 일인가 살펴보시기 바란다. 세종대왕은 임금이 되자마자 대마도를 정벌하고 국경을 정비했다. 이웃나라에 대해 국토를 지키고 국민이 안심하게 살게 했으며 국민의 자존심을 북돋았다. 강대국과 이웃나라에 굽실거리지만 않았다.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 다음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고 풍요롭게 살게 하는 일에 발 벗고 나셨다. 감옥에 있는 죄인들이 추울까 걱정하면서 감옥소를 수리하게 하고, 법과 규정이 바로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법전을 정비하고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삼강행실도를 만들고 쉬운 우리 글자를 만들었다. 학자와 기술자를 사랑하고 과학과 문화를 꽃피게 했다. 어린 백성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글을 몰라 못해서 쉬운 우리 글자를 만드니 잘 부려 쓰라고 했다.  오늘날 대통령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기가 가장 잘난 줄만 알고 국민의 간절한 호소도 못들은 체 하지는 않는지?    

제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들 꼴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 링컨을 존경한다고 하기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과 김구선생을 존경하고 본받았으면 좋겠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정치를 잘해서 임기를 마친 뒤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괜히 대통령을 비판하고 비난하지 않고 칭찬하며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지금 대통령 목소리만 들려도 힘이 솟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희망이 샘솟게 되었으면 좋겠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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