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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레바논, 더 비참한 레바논 팔레스타인
[한상진의 중동통신] 사람들이 재건의 의욕 잃은 것이 가장 큰 절망
 
한상진   기사입력  2006/10/03 [19:05]
레바논 내의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레바논 남부지역의 집속탄 피해지역 등을 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나마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바논 사람들도 이번 전쟁이후 국제사회의 도움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완전히 잊혀진 사람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곳 레바논의 상황은 가장 심각합니다.

행복한 추석을 맞이해야 할 여러분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추석의 이면에 잊혀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마음으로나마 추석의 행복함을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추석 되시기 바랍니다.

▲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나스랄라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사람들     © 한상진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졌던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행위나 유전 협정 위반 행위는 크게 두 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당연히 불법적인 점령과 침략 등 영토 침탈이 있고, 다음으로 이스라엘이 그간 레바논에 매설해왔던 지뢰들과 전쟁의 마지막 3일 동안 레바논에 쏟아 부은 집속폭탄(클러스터 밤) 문제입니다.

하산 나스랄라가 승리대회에서 "강한 정부" 구성을 요구한 후 레바논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는 경쟁 조직들은 연일 "나스랄라의 발언이 1943년의 '국민협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고,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아파 계열의 단체들은 '국민협정'의 틀 안에서도 얼마든지 강한 정부를 구성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이 기회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습니다. 시니오라 수상은 유약한 이미지 그대로, 국제사회를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호소하는 일에만 주력할 뿐, 국내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남부지역엔 최소한 10개 이상의 지점에 이스라엘이 주둔을 하고 있고, 기존에 점령하고 있는 세바와 크파르 쇼우바 이외에 가흐자르라는 새로운 지역을 점령하고 여기에 또다시 그들의 특기인 분리장벽을 건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접근하는 사람은 외신 기자라도 이스라엘군의 경고 사격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유엔잠정군(UNIFIL)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총격전은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유엔 잠정 군은 이스라엘이 현재 주둔하고 있는 지역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철수할 때 까지는 이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아직도 일부지역에서, 비록 경고사격이긴 하지만, 총질을 해대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지 않는 한 무장해제를 할 수 없노라고 공언 하였습니다. 아직도 여기저기에 위험 요소들이 암초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정쟁은 제가 보기에는 아직 일러 보일 뿐아니라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위상은 나라를 지켜낸 무장단체로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단체이지 더 이상 불법 무장조직은 아닙니다.)

▲ 전투에서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를 전시하고 있다.             © 한상진

오늘 남부지역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만난 한 청년은 "오랜 전쟁 후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서 지난 15년간 재건을 위해 땀을 흘려왔는데 단 한 달만에 15년간 이뤄왔던 것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레바논은 지금 15년 전이 아니라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앞으로 다시 재건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15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도 이스라엘이 다시는 침략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재건에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이상 재건의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소위 '부자나라'서 온 외신 기자들이나 구호단체 관계자들도 함부로 가기를 꺼리는 시내 번화가의 비싼 식당이나 카페, 혹은 호텔레스토랑 등이 레바논의 부유층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시내 곳곳에 10여개 가까이 존재하는 스타벅스에는 연일 않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모입니다. 입으로는 반미, 반 이스라엘을 외치지만 코카콜라의 매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내의 나이트클럽에서는 밤새도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전쟁마저도 이들 부유층 젊은이들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엔 잠정 군이 배치되고 있는 남부지역의 해변에는 약간 철지난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고 있습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젊은 아가씨들이 유럽에서 온 군인을 만나서 레바논 탈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유엔 잠정 군의 존재는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을 이뤄줄지도 모를 꿈의 군대일 뿐입니다.

레바논 인구의 10% 가 넘는 숫자인 레바논 내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60여 년을 레바논에서 살아왔지만, 아직도 인구통계에조차 잡히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민권은 물론이고 자기 이름으로 땅한 평 소유할 수 없습니다. UN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이들 중 60%가 극심한 빈곤상태이고, 11%는 기아선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유엔 통계는 보수적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글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서구 일부 언론에서는 알 카에다가 레바논에 들어와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사실인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의 모여서 레바논이라는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06년 9월 마지막 날 현재 레바논의 모습입니다.
 
레바논에서 한상진 드림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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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03 [19: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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