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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룡목사님, 한국 교회도 함께 죽은 것입니까?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목사님의 부음을 듣고 개신교의 미래를 생각함
 
류상태   기사입력  2006/08/19 [10:11]
강원룡 목사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사셨고,
향년 89세에 노환으로 별세하셨으니,
그만 하면 천수를 누린 것을,
왜 이리 마음 한 언저리에
진한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 것일까요. 
 
목사님의 소천과 함께
한국 개신교의 희망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1917년,
문익환 목사님보다 한 해 먼저
목사님은 우리 한반도 북녘땅에 오셨지요. 
 
북간도,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그 얼어붙은 땅에서
목사님은 문익환, 윤동주와 함께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셨지요. 
 
해방 이후에는
스승 김재준, 함석헌, 문익환, 장준하 등
시대의 선각자들과 함께
현대사의 등불로 살아오셨지요. 
 
그러나 목사님은
한가지 더, 당신만의 빛을 발하셨지요. 
 
이 땅에
종교간 대화와 상생의 길을 터놓으신 일 말입니다. 
 
목사님이 마련한 텃밭에
6대 종단의 지도자들이 모여
민족의 화해와 평화, 번영을 논했을 때,
인류사를 피로 물든 종교간 갈등은 한반도를 피해갔고,
이 좁은 땅에
3대 세계종교와 민족종교들이 함께 만개하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이 이루어졌지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정도를 걷고자 하셨던 목사님은
때로 극우 근본주의자들로부터
'기독교인이 아니라 우상숭배자'라는 오명을 들으셔야 했지요. 
 
극단의 진보를 염려하며
온건 보수를 품으시려는 노력으로
기회주의자라는 오명도 들으셔야 했지요. 
 
'갈등을 일으키는 최선'보다는
'함께 하는 차선'을 택하려 노력했던 목사님의 선택은,
선명성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아쉬움이고 불만이었지요. 
 
이제 누가 목사님의 뒤를 이어
우리사회의 갈등과 아픔을 껴안을까요. 
 
누가 세상에 평화를 심으며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해 가는데 앞장설까요. 
 
지금 한국 개신교를 이끌어간다는 사람들이
과연 목사님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요. 
 
자기 증식에만 혈안이 되어
교세 확장에 눈이 멀고,
종교간 사회간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
지금의 교계 지도자라는 사람들에게
기대할 무엇이 있을까요. 
 
예수님 대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환호하며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한국 교회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요. 
 
목사님, 한국 교회는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사회 갈등을 양산하면서,
이웃을 아프게 하면서,
예수님께서 전해주신 복음 대신,
생명의 말씀 대신,
화석화된 기독교 교리를 강요하는 한국 교회가
살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한국의 주류 개신교가
정녕 살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목사님! 
 
어리석은 제 눈에는,
지금 교회 간판을 걸고 있는 한국의 주류 개신교는
예수님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전혀 다른 종교처럼 보이네요. 
 
목사님께서 가르쳐주셨던,
또한 김재준 목사님, 문익환 목사님께서 삶으로 가르쳐주셨던
생명의 복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주변의 생명체를 가차없이 파괴하며
오로지 자기증식에만 관심이 있는
바이러스가 된 것 같네요. 
 
그러면 이 땅이 독재로 신음할 때
민중의 편에 서서 민초들에게 희망을 주고
역동하며 생동하던 그 한국의 교회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소멸된 것인가요?
괴물에 잡아먹힌 것인가요? 
 
그러면 이제
희망을 버리는 일만 남은 것인가요?
애도를 표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요? 
 
한국 교회에
조의를 표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요?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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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19 [10: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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