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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실종 시대, 해법은 교육제도 개혁
[김영호 칼럼] 출산율 저하는 출산포기 강요하는 사회체제에 대한 파업
 
김영호   기사입력  2006/06/22 [10:28]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더스는 인구폭발을 경고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는다고 말이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구폭발은 현실화하는 듯했다. 한국도 그것이 두려워 산아제한정책을 펴왔다. 1960년대에는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라는 표어로 출산을 억제했다. 그것도 모자라 1970년대 들어서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하다가 ‘하나 낳아 젊게 살자’로 달라졌다.

 그런데 그 예측이 불발탄으로 변해 이제는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산업선진국에서는 일반적 현상이다. 유엔인구기금은 1968년 21세기 중반에는 세계인구가 120억명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이제는 90억명으로 본다. 어떤 전문가의 예측도 어긋났으니 이 또한 적중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데 출산율은 급속하게 저하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436만5,000명으로 5년간 29.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구비중이 9.3%로 높아졌다. 10명중에 1명이 65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반면에 0~14세 유소년 인구는 898만6,000명으로 해마다 1.4%꼴로 줄었다. 인구비중도 19.1%로 떨어졌다. 특히 0~4세는 238만명으로 5년 전보다 24%나 감소했다. 인구가 고령화로 다소 늘지만 나라가 빠르게 늙어간다는 소리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고령화에 따라 일본과 독일은 2000년에 인구 6명중에 1명이 65세 이상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출산율이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2000년 들어 총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급락하고 있다. 2000년에는 1.47명이었는데 지난해는 1.08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1.6명보다 훨씬 낮아 최저수준이다. 주요국가의 총출산율을 보면 독일 1.4명, 일본 1.4명, 그리스 1.3명, 이태리 1.3명, 폴란드 1.2명, 러시아 1.3명이다.

 출산율 저하는 산업선진국에서 공통적 현상이다. 소득향상으로 자식이 노후에 봉양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줄고 있다. 유아사망률 저하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혹시 아이가 병으로 죽을까 염려하여 더 낳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기계화-규모화로 농촌의 노동수요가 감소했다. 교육과 취업에 대한 여성의 접근이 넓어졌다. 피임, 만혼, 독신, 이혼도 출산율 저하의 큰 원인이다. 종교적 가치관의 변화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있다. 그것은 교육이다. 과중한 과외비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부부가 뼈빠지게 맞벌이해도 자식 하나 대학 보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2002년 OECD 회원국중 공교육비 지출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23위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사교육비 지출비중은 2.9%로 평균치인 0.7%보다 4배나 많아 1위다.

 취학 이전에 별별 과외를 다 받는데 그것도 모자라 요즈음은 영어까지 배운다. 과외광풍에 휩싸이지 않으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절박감에 과외비로 봉급을 다 털어 넣다시피 한다. 남편 봉급만으로는 살기 어려우니 부인도 뛴다. 아이 더 낳기가 정말 힘들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 마냥 점점 멀어만 진다.

 출산율 저하는 출산포기를 강요하는 사회체제에 대한 파업이다. 그런데 출산-육아수당 따위의 지엽적 대책이나 논의한다. 현행 교육제도는 모든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빈민화 정책이다. 모성실종 시대에서 탈출하려면 교육제도를 혁명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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