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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선으로 보는 정치공학과 도시학
[비나리의 초록공명] 지자체 살리는 길, 무료 셔틀버스 운행에 달려있어
 
우석훈   기사입력  2006/06/14 [18:17]
이명박 서울시장의 교통체계 개편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 좋은 점은 완전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버스에서의 수익을 전부 모아서 다시 분배하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좋은 노선과 나쁜 노선이라는 것이 없어졌고, 그래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황금노선에 집중되는 일은 없어졌다.
 
나쁜 점은 노선을 결정하면서 지나치게 서울시에서 직접 사업을 관장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기존 노선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불편해진 것도 있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 지식을 노선 결정에 반영하기가 좀 어려워졌다. 진짜로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노선으로 노선에 대한 '튜닝'이 필요할텐데, 구청이나 구 단위에서는 의견 수렴이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형식적이었기 때문에 변한 노선에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스템 내에서 이를 해소할 장치가 약하다.
 
완전 공영으로 전환을 하면 여러가지 다양한 정책적 옵션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준공영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기는 한데, 이걸 이명박 시장에게만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준공영까지 가는 길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이명박 시장이 일정하게 기여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이러한 변화에서 음습한 음모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학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교통체계를 개편해서 대중교통이 더 편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자가용을 덜 타도 괜찮게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의 거대한 계획 속에는 교통영향평가를 좀 쉽게 통과하기 위한 명분 정도로만 작용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현실적으로는 도심재개발과 뉴타운에 가장 큰 걸림돌이 교통 문제이니까 이런 말들이 아예 안 나오게 미리 교통체계를 개편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서울의 대기정책이라는 관점이 결합되었다면 조금 더 급진적이면서도 나름대로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정책 옵션이 가능했었을 것이다.
 
하여간 그건 그렇게 지나간 일이다.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시 단위에서의 교통체계 개편 중 가장 크게 남아있는 것은 준공영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와 요금체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준공영제를 완전 공영제로 바꾸고 현재의 버스운전사를 비롯한 일련의 시스템을 시가 직영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버스회사의 소유주들과 지분 배분과 소유권 조정 등 좀 골치 아픈 일들이 남아있는데, 적자라고 계속해서 버스회사들이 죽는 소리하면 어차피 지금도 시에서 상당 금액을 지원하는 셈인데, 완전 공영제로 바꾸어서 훨씬 편하게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무료버스 운행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서울 시내에서 버스가 무료라고 하면 교통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 무료인데도 자가용 탈거야? 이런 질문과 같은 질문이다. 자가용에 의한 교통량 자체가 줄면서 대중교통으로 상당 부분이 전환되면 생기는 전체의 이익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혼잡에 의한 사회적 손실이 편익으로 잡힐 수 있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감소에 의한 보건적 손실의 감소가 편익으로 잡힐 수 있다. 아이들이 덜 아프게 된다는 데에 얼마나 사회적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와 같은 문제이기도 하고, 만약 버스회사들이 펄펄 뛰는 일만이 아니라면 서울시에서 무료버스를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조 단위의 추가비용 부담이 약간은 기술적인 문제이기는 한데, OECD 국가 중 오염도 1위를 자랑하는 서울의 경우라면 당연히 자가용 운행자에게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의해서 돈을 마련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서울시에서 다른 부분에서 돈을 좀 줄여서 재원을 만들 수도 있고, 중앙정부에서 일반회계에서 만들 수도 있다. 안정적으로 하자면 서울시에 교통개선특별회계 같은 걸 설치해서 몇 개의 펀딩을 결합시켜서 돌려도 되고, 3조원 가까이 발생하는 에너지개선특별회계에서 일부 돈을 끌여 들여와도 된다. 동해에 카지노 짓는데 들어가던 돈들을 일부 돌려와서 서울시의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조세원칙으로도 훨씬 좋고 긍정적인 일이다.
 
내가 만약 환경부라면 잘 운용되지도 않을 배출권거래제를 억지로 도입하는 현재의 수도권대기질개선을 위한 정책보다는 산자부의 예특을 일부 받아와서 대기질 개선의 정책으로 무료버스를 위한 특별회계를 만들고, 이걸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 예산과 결합시키는 방안을 찾아볼 것 같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총리실에서 종합계획을 만들던 시절의 위치에 있지는 않다. 
 
▲버스와 택시 그리고 승용차가 엉켜있는 버스정류장의 모습. 버스 완전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     © 이명훈

당분간은 서울시나 환경부 아니면 건교부 같은 데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각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전혀 없지는 않다. 공기 좋은 지자체를 만들자고 하면 역시 교통수요 관리와 복지 같은 것들을 결합시키는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지자체가 교통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고 기초단위 즉 구청에서는 별로 권한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노선조정위원회 같은 걸 열어달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이것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그렇게 강력한 조정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구청장이 좀 말빨이나 먹히는 사람 아니면 상당히 멀쩡한 사람일 때에는 가능하지만 지금과 같이 중앙의 거수기 같은 존재로 자신의 왕국에서 충분히 행복한 구청장의 경우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
 
그러다보니까 기초단체에서의 교통정책이라는 것이 기본 예산운용을 위해서 쓸데없는 도로나 만들거나 아니면 미래형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강남구에서 추진하는 모노레일 같은 것들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기본 구조는 구청장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공사를 하다보면 구청장 주위에 먹고 사는 건설회사들도 몇 개의 공사용역을 따고 이래저래 구 단위에서 작동하는 미래형 모노레일 같은 건 광도 나고 또 사업범위도 딱 구 단위에서 끝나니까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너도 나도 하겠다고 달려들기 딱 좋기는 하다. 물론 예산이 부족할 것이니까 복지예산이나 도서관 같은 데에서 돈을 빼서 모노레일 만드는 일이 결국 벌어지게 된다.
 
구 단위에서 할 수 있는 몇 개의 정책을 생각해보면 좀 강력한 것들이 있을 수 있고, 부드러운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강력한 것은 구의원과 서울시장 그리고 서울시의원들과 건교부까지 전부 설득을 해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좀 요원하다. 민선구청장으로 바뀐 다음에는 지역 정책도 전부 정치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구청장이 마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무료셔틀버스 같은 것은 가장 부드럽고 어려운 일은 아니기는 한데, 자가용 대체 효과가 높고 실질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에 가장 확실하게 개선시켜 주기는 한다.
 
예전에 백화점에서 무료 셔틀버스 운용하던 것은 지나치게 쇼핑이 늘어난다는 약간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세컨드 카 임팩트 즉 주부들이 두 번째 차를 소유하게 되는 충격을 그래도 꽤 막아주던 효과가 있었다. 이것이 없어진 것은 버스회사들이 망하게 생겼다고 운행을 못하게 했다.
 
지금은 버스가 준공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구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서울시와 약간의 조정을 해야하기는 하는데, 예전처럼 시스템상으로 뭔가 부딪히는 일이 그렇게 강하게 생겨나지는 않는다.
 
제일 편한 건 구 내에서 움직이는 버스를 구에서 무료셔틀버스로 운행하는 것은 예산만 확보하면 당장 내년이라도 실시할 수 있다.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서 운행 버스 규모를 결정하고, 어떤 지역에 어떤 노선을 투입할 것인가를 주민참여 방식으로 결정해서 시행하면 조금 대규모로 하거나 아니면 낙후지역 위주로 소규모로 하는 정도의 규모의 차이만 있지,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조금 세게 한다고 하면 출퇴근용 무료 셔틀을 운용한다고 한다면 약간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송파구에서 강남역, 광화문, 여의도와 같은 세 개의 셔틀이 아침과 저녁에 움직인다고 하고 무료라면 자가용을 타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 구에서 운용한다고 하면 버스회사처럼 빡빡하게 하지 않고 이걸 타는 사람들끼리 회의를 해서 약간의 노선을 추가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심하게 바꾸기는 어렵다. “우리 회사 앞까지만 좀 가주세요, 아저씨..” 이런 게 원래 직접 민주주의가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는데, 이건 셔틀버스사업단의 규모와 관련되어 있다. 소규모로 한다고 하면 그냥 구청 예산에서 일부를 만들면 되고, 규모가 커지면 지자체 내에서 교통수요와 관련된 별도의 세원을 만들기 위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고,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한다고 하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다.
 
지자체에서의 기후변화협약과 대기정책 그리고 보건정책을 연계해서 정책을 만든다고 커버 레터를 만들고, 실제로는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혁명이나 예산전용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지만,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다른 보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가락시장에서 잠실을 거쳐 광화문까지 가는 무료 셔틀이 운행된다? 서울시에서는 지하철 적자 폭이 커진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서울시 지하철 적자폭이 걱정된다고 안 그래도 미세먼지 밀도가 관리범위를 넘어선 송파구에서 무료 셔틀을 막아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토피 없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 옵션들이 필요하기는 한데, 그 중에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가 무료 셔틀버스 같은 부드러운 정책이기는 하다.
 
그럼 이렇게 간단한 게 왜 안 되느냐? 구청의 정책을 운용하고 결정하는 사람 중에서 버스를 타거나 무료버스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서울시 전체를 아토피 없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구청 단위의 구 하나를 아토피 없는 지역으로 바꾸는 것은 해볼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강남구의 경우는 어지간히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어렵기는 하지만, 송파구나 양천구 정도는 2~3년 정도의 시간이면 아토피 없는 지역 혹은 공해병 없는 지역으로 바꿔볼 여지가 아직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강남역 근처와 잠실역 근처는 사실 답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늦기 전에 정책이 작동되면 해볼만하기는 할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가장 필요한 곳은 제주도와 전라북도이다.
 
제주도는 신제주와 같은 도심지역으로 주민이 이동하면서 가장 빠르게 농촌지역이 탈거주민화되고 있는데,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도시와 농촌의 비율이 가장 불균형한 곳 중에 하나가 제주도일 것이다. 전북은 전북 전체가 인구가 줄면서 역시 대중노선의 수요가 부족해서 버스가 철수하는 지역이다.
 
그러다보니까 기존 버스는 계속해서 없어지고,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사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물론 아이들도 자가용이 있어야 꼼짝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이래저래 도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더 많아지고, 그나마 그럴 필요가 없는 지역에서도 도시지역에 옹기종기 모여살다 보니까 공해병에 노출되는 빈도수와 깊이가 더 많아진다.
 
이럴 때 무료 셔틀 운행하라고 지방정부가 있는 것인데, 정말 무료셔틀은 서울이 급한 게 아니라 농촌 해체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지방이 더 급하기는 하다.
 
쉽고 빠르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두고 어렵게 모두 불행해지는 고난의 길을 각 지자체가 걸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지역의 시간은 지금 공화국의 경제의 전설을 만드는 70년대 유신시대에 멈추어져 있는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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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14 [18: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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