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피습 박근혜 ‘정치적 오바말라’ 숨은 뜻은?
[분석] 박대표 입지강화, 이명박 시장과 소장파 수세, 내부분열 촉진될듯
 
이유현   기사입력  2006/05/22 [14:45]
지난 20일 선거지원 유세중 불의의 피습을 받아 병원에 후송된 박근혜 대표의 첫마디는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오바하지 말라”는 당부였다고 한다. 이 한마디야 말로 정치인 박 대표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후 한나라당 대표로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 대표로서는 예측불허 정치판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피습 사건이 가져올 파장과 의미를 한번에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로서는 자신의 피습으로 인해 엄청난 동정표와 함께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지지층 결집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열린우리당의 위기의식을 증폭, 어떤 경우든 ‘반작용’을 초래할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서울 뿐 아니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에 사실상 표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22 :한나라당 160으로 예상하는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열린우리당 참패, 한나라당 압승 구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빅3’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세 곳도 한나라당 후보의 우세국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표 피습건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자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고전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우경화와 개혁상실로 지지층의 이탈 뿐만 아니라 산술적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표갈림 현상이다. 과거 민주개혁세력과 한나라당 후보 1:1 싸움이 반쪽으로 싸우는 형국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압승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최소한 수도권 지역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세력이 합쳐질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는 열린우리당과의 전략적 제휴나 연대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반한나라 전선’은 이심전심으로 형성될 소지가 있다.
 
이것이 박 대표로서는 1차적으로 경계할 분위기인 것이다.
 
박 대표가 더 염두에 둔 것은 현재 복잡다단하게 흘러가는 한나라당 내부 문제이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당대표로 2년 여를 무리없이 이끌어왔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지만, 그에게는 항상 ‘여자라서...’라는 꼬리말이 달려있다. 무엇보다 이는 청계천 재개발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통해 강력하게 떠오른 이명박 시장에 의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대표로서는 이번 피습사건을 처리하면서 의연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절실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으로 당 대표와 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랐다면, 박 대표로서는 이번 피습사건을 통해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이미지의 전환을 모색할 때다. 따라서 이번 피습에 더욱 의연한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박 대표 캠프로서는 (피습과 상광없이) 이미 압승이라고 여긴 지자체 선거를 통해 다음달 중순 당 대표를 사퇴하고 7월 전당대회에서 대권후보를 거머쥔다는 전략을 짜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피습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박 대표에게 집중될 경우, 이명박 시장과 박 대표 노선에 우호적이지 않은 소장파들의 반발을 초래할지 모른다. 박 대표 측으로서는 당장의 피습사건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모으는 만큼 그리 나쁠 것은 없지만, 7월 전당대회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한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오바하지 말라’는 경고의 진짜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피습이 아니라도 잘 나가는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타 정치세력 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의 파열음을 제어함과 동시에 대비까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피습사건의 1차적 피해자는 열린우리당이지만, 이는 알 수 없다. 민심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게 흐르기 때문에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나 후보로서는 맘 편히 싸울 수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필패국면이었는데, 피습사건으로 필패의 책임이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선거 결과, 또는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에 더욱 전력을 기우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피습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명박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언론과 대중의 관심, 특히 보수적 조중동의 경우 이미 ‘박근혜 영웅만들기’에 돌입한 만큼 두달도 안남은 전당대회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소장파들 역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려고 했던 만큼 박 대표 피습사건은 소장파들에게도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장과 소장파 간 전략적인 제휴를 넘어 긴밀한 연대까지 예상돼지만, 현재로서는 그 파괴력이 그리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대표가 피습을 당하고서도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면서까지 ‘정치적으로 오바말라’고 강조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정치경력에서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는 고차원방정식으로 나타날 것을 아는 박 대표로서는 피습 이후 국면, 특히 내년의 대권까지 내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박 대표 피습건은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며, 누가 최후에 웃을 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박 대표는 미소짓고, 열린우리당은 곤혹스러운 가운데 희미한 한줄기 빛을 바라고 있고, 이명박 시장은 잔뜩 찡그리고 있지나 않은지... 이래서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옛말을 다시 떠올리는 하루이다.
 
대자보는 선거기간 선관위가 강제하는 실명제 실시를 거부하며,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게시판 폐쇄 및 댓글달기를 달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대신 정론직필에 입각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내용을 보다 충실히 전달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리며,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문의 및 수정사항:
web@jabo.co.kr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5/22 [14:4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