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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멈춘 국방부, 인터넷 몰라도 너무 몰라
[기자의 눈] 대추리에 대한 진보매체의 보도, 당연히 아쉬워야만 한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6/05/09 [18:42]
5월 8일 국방부는 "객관적 분석 미흡…언론의 평택 보도 '아쉬움'"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서 본지 <대자보>를 포함하여 "언론이 보고 싶은 면만 본 대추리 보도"를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진보매체가 보고 싶은 면만 본 그 보도에 대해서 국방부를 설득할 생각은 없다. '기울기의 기울기' 싸움이다.

진보매체에서 대추리를 보고 있는 시점에 대한 반증은 이미 다른 칼럼과 기사를 통해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기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군이 보고 있는 언론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 서로에 대한 아쉬움이 만만치 않은 듯하다.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정기논문인 精神戰力硏究(정신전력연구) 제35호에서 <북한 및 친북 좌파경향 인터넷 사이트의 현황과 대응방안>(논문저자는 2004년 12월 당시 조인상 공군 소령)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려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인터넷 매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고루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좌익 운동권출신 386세대 중심의 좌익방송국 '미디어 참세상', 전 재일 북한간첩단원 서준식이 운영하는 '인권운동 사랑방', 학생운동이론 중 민중민주계열의 좌경운동 연대사이트 '사회진보연대', 총파업주의로 한국내 정치권을 무력화하는 민주노동당 내 극좌분파 '총파업', 평화를 가장한 김정일 수령세상 추구 '평화네트워크',…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정치계에 침투한 2대 좌익용공 단체의 하나 '사회당', … 북한의 한민전 방송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통일뉴스' … "

대안창출보다는 반론쓰기를 더 좋아하는 꼬장꼬장한 기자의 성격 때문에 명색이 논문을 쓰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자료검색도 안하는 논문저자의 참을 수 없는 지적 게으름부터 이의를 제기하겠다. 민주노동당을 조선노동당으로 등호를 붙이는 인식까지 바꿀 기대는 안하겠지만 국방부가 좋아하는 '객관적 분석'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먼저 서준식이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포장'된 것으로 밝혀진 사건에 대해서 여전히 "전 재일 북한간첩단원"이라고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무식한 건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인가? 

기자가 1997년 중학교 2학년 때 서준식, 서승 형제 사건에 대해서 이해를 도와준 책으로 삼인에서 출판된 강준만 外 집필한 '레드 콤플렉스 : 광기가 남긴 아홉개의 초상'를 조 소령에게 추천한다. 설마 중학생도 이 사건을 쉽게 이해했으니 공군 엘리트인 조 소령이 이해 못할 부분은 없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미 수많은 국방부 주최 안보관련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정욱식 씨가 대표로 있는 평화네트워크에 대해서 "평화를 가장한 김정일 수령세상 추구"하는 단체라고 하니 이건 또 무슨 뒷통수 치기인가. 평화네트워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국정원 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도다.

최근 국내에 두툼한 분량으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이 완역 출판되었다. 핵심 요약은 몇 페이지로 가능하고, 책의 나머지는 솔직히 지루하고 졸리다. 하지만 이 책이 몇 권이 팔리든 간에 한국에 번역 출판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핵심테제인 '체계와 생활세계'가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방부의 논평은 국방부(체계)가 언론(생활세계)에 대한 부드러운 형태의 간섭으로 해석된다. 체계의 생활세계에 대한 식민화에 대항하여 시민사회는 광장에서나 컴퓨터 앞에서 보다 많이 이야기꽃을 피워야만 한다.

국방부의 대추리 대응,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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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9 [18: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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