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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전문가 Vs 독선적 경제관료, 협상되겠나?
[김영호 칼럼] 농업과 농민 무시하는 독선적 경제관료가 한국농업 망쳐
 
김영호   기사입력  2006/05/08 [23:55]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본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정부가 USTR(미무역대표부) 대표를 교체했다. 새 지명자는 농업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아시아 시장을 잘 아는 인사로 알려진 수전 슈워브이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개시를 선언한 이후 줄곧 예외 없는 개방을 강조해왔다. 여기에다 농업전문가를 기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협상에 미칠 파장이 심히 우려된다.

 미국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은 농업이다. 그 미국은 국경 없는 세계경제를 만들어 국익을 극대화하려고 기도해 왔다. 그런데 다자간 협정인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농업시장 개방이 소기한 목적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남-북아메리카를 묶는 FTAA(전미자유무역협정)도 작년 11월 좌절됐다. 그래서 양자간 협정을 통해 시장확장을 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고, 한국을 그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협상을 주도하는 이 나라의 고위관료들이 뱉어내는 말을 보면 협상결과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2차관은 "개방으로 혜택 보는 다수는 침묵하는 반면에 개방을 통해 손해 보는 소수가 시끄럽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가 말하는 소수란 농민일 것이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산 쇠고기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며 FTA를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한국농업이라는 관을 들고와 농업이 죽었다는 침묵시위를 했다.     © 대자보

 미국의 요구대로 농업시장이 개방되면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그들이 생존권을 말한다고 해서 매도해야 하는가? 식량안보는 농민을 넘어선 국가와 민족의 문제다. 결코 소수자의 앙탈이 아니다. 값이 비싸니 시장을 연다는 주장은 경쟁열위의 산업-계층을 도태시켜야 한다는 논리나 진배없다. 식량안보를 남의 손에 넘긴 나라는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서도 그들의 천박한 사고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소를 육안검사도 하지 않고 도살해서 식용으로 판다." 이것은 미국 농림부 감사관실이 지난 1월 25일 작성한 감사보고서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나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것도 FTA 본협상이 열리는 6월 5일 이전에 말이다.

 이 문제는 통상의 문제가 아닌 질병의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는 발병원인-치유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광우병 때문이다. 그럼에도 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수입재개를 허용했다. 국민건강까지 담보하면서 FTA를 서두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바 있다. 그런데 광우병을 유발하는 위험물질이 섞인 부위가 적발되자 즉각 수입금지했다.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임명직에게 농업-농민의 생사를 결정하는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농민을 우롱하기에 앞서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깨닫기 바란다. 그리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라.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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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8 [23: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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