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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언론 없었으면 대추리도 ‘광주사태’됐다
[기자칼럼] 일부 언론 국방부 입장만 대변, 진보매체 존재이유 입증했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6/05/07 [12:09]
5.18 광주'사태'라는 용어가 민주화 항쟁으로 바뀐 세월에 비춰 인간의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가령, 군 복무 시절 기자의 상관이었던 한 준사관은 어느 날 저녁에 MBC에서 방영된 5공 공화국을 보면서 자신이 하사관 시절 광주시 외곽도로를 맡았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에서 머릿속에 남는 건 시민을 '폭도'로 보았다는 점이다. 역사의 산 현장에 있었다고, 역사를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동학농민운동을 당시 일제강점기치하에 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도 농민을 '폭도'로 보도했다.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보도했던 <조선일보> 또한 시민을 '폭도'로 보도했다. 그리고 그 기사를 보도한 사회부 기자는 친미극우 논객으로 현재까지 '오피니언 리더'로 언론계에서 군림하고 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성폭력 문제를 일례로 들면서 일개 '에피소드'가 역사의 살레에 올라가서 '사건'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현재, 성폭력 문제는 여성들의 투쟁에 의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물론, 이는 여성 문제만 그런 것은 아니다. '광주 사태'나 제주 4·3 사건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진전되기 전까지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헌신에 의해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받게 된 경우이다."

지금 평택 대추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기자의 짧은 역사적 안목을 미래에 접해본다면 민중사에 길이 남을 에피소드가 아닌 사건으로서 정희진의 주장처럼 "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헌신에 의해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동학농민운동, 5·18광주민주화항쟁, 그리고 대추리 사건에 대한 묘한 사건연결성은 본지 김오달 기자의 보도기사에서도 발견된다.

"대부분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몸으로 체감한 이들은 이곳 '평화의 땅' 팽성 대추리·도두리의 현재를 80년 '5월 광주항쟁'에 비유하곤 한다. 대추초등학교를 지키는 뜻에서 세워진 故 구본주 작가의 '갑오농민전쟁' 상을 4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은 철거하려 했다. 철거를 지켜보던 평택 지역신문 소속 한 기자가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이 동상만은 철거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관계자는 '좌경적 사상'이 담긴 '불법 시설물'이므로 철거해야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 그렇다. 현재 대추리·도두리는 80년 5월의 광주와 닮아 있는 것이 아닌 광주 그 자체다. 아니 그때의 5월보다 어쩌면 지금의 5월이 더욱 더 처참한지도 모른다."
한편, 24시간 뉴스를 생생히 전달한다는 YTN은 이번 평택 대추리 뉴스를 철저한 국방부의 모습만 전달했다.

"대추분교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진압과정에서 어린이들의 피해는 없었다"

"미군이전이 확정되자 주변 땅값이 치솟자 대추리 주민들이 보상금을 더 달라고 시위를 하면 민중연대 등 시민연대가 참가하며 미군철수 이념문제를 들고 나왔다."

대추분교는 폐교가 된지 오랜되었음에도 YTN은 어린이를 들먹거리며 대추분교를 지키는 이를 '폭도'도 몰고 갔다. 또한 대추리 주민은 보상금을 더 타기 위한 싸움으로 발표했다.

YTN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서두에서 언급했던 <매일신보>나 <조선일보>의 시각과 김오달 기자의 보도는 대조된다. 이건 민중사학의 찬양이 아니다. 보수매체에서의 대추리 사건에 대한 축소, 편파보도에 대해서 무감각한 여론의 둔감한 부위를 바늘같이 찔러서 사회부조리의 통각을 느끼고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자는 의미다. 

역사에 희망이 있다는 거, 오늘날 한국사회가 그나마 진보했다는 증거는 일제침략기 시절의 <매일신보>, 군사정권시절 <조선일보>의 민중-시민의 '폭도-되기'라는 해석의 일원화가 해체되어, 공중파 방송에서조차도 대추리 사건의 심층보도가 방영되게 하고, 개혁진보진영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 보수매체의 파상적, 공세적 왜곡보도에 대항, 대안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선상에서 대추리 현지 보도는 의미있다. 지방선거라는 정치 스펙터클의 사회에 모여진 개혁진보진영매체의 보도 행태가 자칫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맹점이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즉, 일개 곤충인 파리, 거미의 눈과 같은 다중적인 시선의 요망, <대자보>와 같은 진보매체가 나아가야 할 길, 존재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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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7 [12: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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