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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부박, 한국 기독교의 문을 새로 열다
[책동네] 이웃종교에 존경심 역설한 류상태의 <세계종교의 문을 열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6/04/09 [13:29]
자비를 추구하는 불교재단인 동국대에서는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를 단행하여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영화 <다빈치 코드>에 대하여 성경과 다른 해석에 발끈하여 국내 상영을 방해하고 나섰다. 두 사건은 해석의 독점과 연결된다. 이러한 자신의 ‘진리’만을 ‘독점’하는 오만함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 선행하여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에 이어 류상태의 두 번째 저서 <청소년을 위한 종교이야기, 세계 종교의 문을 열다>를 청소년을 포함하여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신의 전능성을 믿는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늘 신중하고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p.180) 그러나 한국의 보수 종교는 겸손보다는 오만에 휩싸였고, 신중함은 부박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허명을 확신하고, 다시 계몽의 가치를 강조한 황태연의 <계몽의 기획>에서 이성에 관하여 “칸트에 의하면 이성은 비판할 수 없는 성역(聖域)이 아니다. 만약 이성이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라면, 각종 비이성(非理性)들, 즉 종교적 교조와 신비, 기만과 억압적 몽매, 미신과 무지를 비판하는 이성은 이성에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교조, 비이성으로 전락한다. 마찬가지로 과학도 ‘과학적 지식’을 유일한 최고 지식으로 교조화한다면 과학주의(Scientism)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몽매로 전락한다. 이런 까닭에 칸트는 이성적 계몽과 이성비판을 상호전제적인 것으로 성립한다.” 즉 이성이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더‘이성의 이성적 비판’이 필요하다. 이는 종교에서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종교가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소개,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빚어낼 수 있는 갈등을 극복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류상태     ©인물과 사상, 2005
“진리는 인간이 살기위해 지어낸 가장 오래된 거짓말”이라는 니체의 극단적인 발언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자. 류상태는 본서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 자라지 않는 것은, 성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썩기 쉽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 논리처럼, ‘절대적’이라고 확신하는 신앙은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며 “‘확신하는 신앙’ 대신에 ‘의심하는 신앙’”을 가졌다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지막지한 테러와 전쟁을 그토록 과감하게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이다.”(p.179)고 피력했다.    
 

류상태는 머리말에서 절대 신념체계인 종교가 다른 신념 체계와 공존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며 청소년을 비롯한 독자들이 “자기 종교 뿐 아니라 이웃종교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갖고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책의 구성은 1장 현대인과 종교를 시작으로 4장까지 원시 종교부터 시작하여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유교, 도교 등과 한국의 원불교, 증산교까지 다루고 있으며, 진리에 대한 독점으로 인한 인간의 오만과 독선은 5장 ‘종교와 종교, 그 갈등의 역사를 넘어서’에 쉽게 설명되어 있다.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근래 황우석 사건과 교차하여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준 6장 ‘종교와 과학, 그리고 인류의 미래’ 등 친절한 각주와 더불어 세계의 종교지도를 한눈에 조망해주고 있다.
 
청소년보다 한국의 보수종교인들이 이 책을 읽고서 <다빈치 코드>의 상영불가는 당연히 어불성 그보다 동국대가 강정구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철회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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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09 [13: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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