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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청계천으로 '첫 나들이' 가는 까닭은?
오영식 대변인 "잘한 것과 가치 있는 것 적극 수용, 통합과 발전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6/04/07 [09:25]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청계천을 방문한다.

청계천복원은 한나라당 출신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강금실 후보가 첫나들이 장소로 청계천을 고른 이유는 출마선언식에서도 밝혔듯이 패러다임의 전환과 정치실험 차원이다.

강 후보측 대변인인 오영식 의원은 "강 후보가 이날 오후 2시 청계8가 전태일거리를 방문할 예정이며, 청계천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이유는 기존의 생각과 인식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의 치적인 청계천 복원과 관련, 잘한 것과 가치 있는 것을 적극 수용하고 정치와 행동의 연속성이라는 원칙에서 청계천 방문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오영식 의원은 이를 "네가티브 정치보다는 통합과 발전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라고 표현했다.

오 의원은 특히 "청계천의 전태일 거리를 방문하는 것은 개발시대의 아픈 기억과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을 즐겁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생활해 나갈 수 있는 곳으로 승화 발전시켜 청계천 복원이 가진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금실 후보가 내딛고 있는 보랏빛 정치나 파격행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낡은 정치와의 차별화 노력이면서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이미지 정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BS정치부 이재웅 기자
 
 
강금실의 퍼플오션 '시장행보인가 대권행보인가' 
  
▶ 보라색 정치의 실체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정치인이 됐다. 퍼플오션(purple ocean)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대중적 인기도를 상징하는 '강효리'라는 별칭만큼 '보라색'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질 것 같다. 강 전 장관은 6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이제 전 세계의 흐름이 블루오션에서 퍼플오션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빨강색과 파란색의 대비되는 두 색이 합쳐져 보라색이 되듯 퍼플오션을 통해 분열을 극복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인지 대권행보를 암시한 발언인지 아리송한 대목이다.

'강금실의 퍼플오션'이 대한민국의 태극기 문양인 파랑과 빨강, 남과 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강 전 장관은 올해 2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더라도 아름다운 패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자리보다 자신의 정체성이 절대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언급이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자유로운 원칙주의자-강금실 전 장관이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은 보라색"이라고 '살짝'알려준 것이다. 강 전 장관의 보라색은 화합과 희망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출마 선언으로 인생 대전환을 결심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아닌 정동극장에서 '마치 연극처럼' 정치입문의 의식을 치렀다.

▶ '쓴소리'로 대신한 열린우리당 입당의 변(辯)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명함을 바꾼 강 전 장관의 차별화행보가 눈에 띈다.

하루 전 '얼굴에서 발끝까지' 보라색으로 치장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강 전 장관이 바로 다음날인 6일 열린우리당 입당식에 참석할 때는 하얀색 재킷에 아이보리색 스커트, 그리고 검은 구두로 '색깔'을 바꿨다.

입당식이 개최된 회의장의 원형 탁자를 덮은 보라색 테이블 보와 정동영 의장의 보라색 넥타이, '강 전 장관의 출마선언은 보랏빛 혁명의 메시지'라는 정동영 의장의 찬사, 그리고 경선주자인 이계안 의원이 선사한 보라색 꽃다발을 한꺼번에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강 전 장관의 파격은 계속 이어졌다. 정치초년생이기도 한 '그녀'가 자신의 입당을 환영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집권여당 지도부를 앞에 두고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이라는 기적을 만들어줬지만 지금 많은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장관은 또 "열린우리당이 정치개혁을 말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존의 정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답습하고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강금실 전 장관의 이같은 언행을 두고 지지율이 낮은 열린우리당과의 '거리두기'라는 분석에서부터 강금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당과의 '사전교감설'등이 흘러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동영 의장과 강금실 전 장관의 관계를 '경쟁구도'속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정동영 의장과 강금실 전 장관의 동상이몽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사실 올해 초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강 전 장관에 대한 러브콜은 실제로 구애를 넘어 읍소(泣訴)수준이었다.

올해 1월 당시 열린우리당의 인재발굴영입단장을 맡고 있던 김혁규 의원은 강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다음 아니냐"며 강 전 장관을 설득했다.

김혁규 의원의 언급은 말그대로 서울시장이 갖는 여권내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 것으로 강금실 전 장관이 100일간의 장고(長考) 끝에 정치권 입문을 결심한 데는 "서울시장보다 더 크고 넓은 퍼플오션"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의 "강금실씨 입당에 정동영 의장이 떠는 이유"라는 6일 논평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상대 당의 분열 노림수 일 수 있지만, "정동영 의장과 강금실 전 장관이 서로 잠재적 경쟁자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시각을 반영하는 셈이다.

이 부대변인은 "이벤트와 이미지로 승부하는 정동영 의장에게 이제는 강금실이라는 맞수가 생겨났다"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이벤트를 벌이면 아마 언론의 관심은 정동영 의장보다는 강금실 전 장관쪽으로 더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강금실 전 장관의 '보라색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야당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강 전 장관의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 참여여부와 관련해 강 전 장관이 불참을 최종 결정한 것을 두고도 이런 저런 억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 전 장관은 6일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 "야당측의 반발이 커서 자신이 양보했다"며 "자신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는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당일 저녁 TV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정동영 의장이 진두지휘하는 열린우리당 선거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전 장관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던 6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은 지인들에게 이메일 통신을 보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기명 고문의 글과 강 전 장관의 쓴소리는 너무나도 내용이 비슷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져다 준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 말로만 정치개혁을 외쳤을 뿐 과거 구태를 답습했다고 지적한 부분 등은 놀라울 정도도 똑같았다.

새삼 노무현 대통령과 강 전 장관의 인연이 떠오른다. 노 대통령의 탄핵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제한발언'이라든가 수도이전 찬성발언 등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발탁돼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또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 전 장관이 이제 정치를 선택했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를 선택한 이상 강 전 장관은 가깝게는 서울시장 선거전에 더 나아가서는 지방선거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무대에서 '호된 신고식'이 예고돼 있다.

당장 정치입문 첫날부터 야당으로부터 이른바 김재록 게이트와 관련된 공세가 시작됐다. 사실 '검증'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흠집내기에 강 전 장관이 잘 버텨낼 수 있을 지도 관심이지만 역으로 자신의 보랏빛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물론 정치권의 지형변화 여하에 따라 강 전 장관의 정치적 위상이 급부상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강금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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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07 [09: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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