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형제는 국가에 의한 천박한 복수에 불과
[주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제도 폐지 촉구를 지지한다
 
역사의눈   기사입력  2006/02/28 [14:10]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제앰네스티 기고문에서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평소에 필자도 사형제도는 반인간적이고 천박한 제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강 세 가지이다.
 
즉, 극악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과 범죄자를 사회와 영원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형제를 폐지하면 범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주장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먼저 강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사형인가 하는 점이다. 사형은 잠깐의 공포와 순간적인 고통으로 끝나고 만다. 사형이 집행되고 나면 사형수에게는 더이상 그 어떤 고통도 없다.

또한 사형제도는 1명을 살인한 사람이나 100명을 살인한 사람이나 똑같이 사형이란 처벌을 하기 때문에 공평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강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사형일 수 없다. 만약 100명을 잔인하게 죽인 범죄자를 단순하게 사형으로 끝낸다면 어쩐지 허무한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100명씩이나 잔인하게 죽이고도 그 범죄자는 겨우 순간의 고통으로 사형수로 사라진다면 100명의 피해자 가족들은 뭔가 허무할 것이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치유가 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오히려 강력범에게 100년형, 500년 형을 내리고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강력한 처벌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면 감옥에서 사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할 시간적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즉, 사형보다 100년, 500년 형이, 사실상의 무기징역이 더 고통스러운 강력한 처벌이 될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반성할 시간적 기회를 줌으로써 인권적인 면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논외이긴 하지만 필자는 무기형을 받은 중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야만적인 고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고된 노동이나 훈련을 강제하여 범죄자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통해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 말이다.

다음으로 강력범을 사회와 영원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반드시 사형일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실상의 무기형인 100년형 나 500년형으로 대신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사회와 분리하기 위해 사형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사형수가 될 만큼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대개 죽음도 각오하고 속된 말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사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끔찍한 살인으로 사형을 받은 자가 "이왕이면 빨리 죽여달라"고 말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결국 사형이 강력범들에게 그렇게 공포스럽거나 그들의 범죄를 줄일 만큼 위협적인 것이 못된다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오히려 영원히 감옥에 가둬두고 죽을 때까지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받는 것이 더 그들에게 공포일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범죄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죽을 때까지 감옥살이를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시간적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전에 읽은 책에서 사형수들의 전도를 맡았던 어느 목회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형수가 있었는데 그 사형수가 사형를 집행당할 시점에서는 이미 순한 양같이 변해서 너무나 맑고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살인을 할 당시의 흉악한 그는 이미 사라졌고 반성하고 회개해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는데 그는 결국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목회자는 사형제도는 정말 너무 많은 허점이 있으며, 하루빨리 폐지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거나 그런 유혹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순간적인 실수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느끼고 반성하여 새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 반성의 기회마저 빼앗아 버리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반인간적이다.

사람이 사람의 유일한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제도는, 얼마든지 오판할 수 있는 불완전한 사람에게는 오만하고 교만한 제도이다. 또한 강력범이라는 것을 내세워 국가가 사형을 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하는 복수에 불과한 것이다. 천박한 복수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생명은 한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 수 없다. 천박한 범죄자가 살인을 했다고 해서 국가가 똑같은 방법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식의 보복을 한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제도 폐지 촉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2/28 [14:1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