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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 전면전?, 황우석 보도 공방 치열
MBC 기자 '허접한 방송' 비판, KBS 'MBC는 지금 뭘하고 있나' 반격
 
이유현   기사입력  2006/01/19 [12:40]
황우석 ‘논문조작’에 대한 평가와 향후 진행방향을 둘러싸고 양대방송이라 할 MBC와 KBS의 공방이 뜨겁다. 이는 최초 황우석 난자매매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보도 이후 KBS 등 전 언론의 집중타를 받은 MBC 측의 ‘응어리’도 있지만, 논문조작 사실보다는 ‘특허출원’ 등 국익쪽에 초점을 둔 KBS의 ‘황우석 (기술)지키기’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황우석 지지 누리꾼과 비판적 누리꾼까지 가세, 검증이 끝난 황우석 논문조작 건이 사이버 공간을 후끈 달아오게 하고 있다.
 
먼저 발단은 지난 17일 방영된 KBS ‘생방송 시사중심’(이하 시사중심). 시사중심은 황우석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 조사위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는 누리꾼들의 의혹을 집중 조명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황우석 지지 누리꾼들은 'PD수첩' 대항마가 생겼다며 환호를 불렀고, 비판적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음모론을 사실인 양 전제하고 별 검증 없이 그대로 공중파로 날렸다”고 맹공을 가했다.
 
방송 이후 시사중심 게시판에서는 수천명의 누리꾼들이 모여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MBC 보도국 전봉기 기자는 “방송을 보니 참 걱정된다”며 “피디겸 사회자분은 황교수에 대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완전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진 황 교수를 믿자고 그랬는데, 그럼 그렇게 말하는 피디 분은 왜 성급하게 인터넷에 네티즌들이 올린 근거 없는 맹목적인 옹호 글들은 그렇게 빨리도 맹신하는지 이율배반적이다”며 비판적 입장을 게시판에 올렸다.
 
나아가 전 기자는 “내 살다 살다 네티즌들이 올린 글을 그렇게 팩트로 처리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처음 봤다. 황 교수 주장의 진위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ABC 문제”라며 “솔직히 기본이 안 된 프로그램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론의 한 방향에 그렇게 그냥 몸을 맡겨서 프로그램 만드는 건 고등학생도 한다”며 “옥석은 좀 가려줘야 할 것 아니냐”며 “혹 PD수첩에 특종 뺏겼다고 상대사 프로그램 뭉개자고 그딴 식으로 허접한 방송 만든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황우석 지지 누리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바로 'PD수첩 특종' 운운 부분.

일부 누리꾼들은 “MBC는 조작방송에나 사과하라” “악질방송 MBC”와 같은 비난을 퍼붓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사중심 방송내용이 논란에 이르자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KBS에 대해 '동네방송' 또는 '황우석 교수를 위한 방송사(HBS)'로 개명하라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시사중심 담당 전용기 PD는 1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신율, 저녁 7시5분~9시) 제작진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 내용를 통해, “황 교수 주장대로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된 것이 틀림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고 냉정해져야 한다”며 “MBC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MBC에 화살을 돌렸다. 
 
특히 전 PD는 논란이 됐던 언론들이 극복해야 할 “맹목적인 팩트주의”를 강조하면서 "(황교수가)출원한 특허의 관리와 보호를 위해서라도 어리석은 짓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작의 대부분은 상황을 보면 황 교수가 아니라, 미즈메디측에서 한 것"을 강조했다.
 
국익보다 진실이 앞선다는 젊은 과학자들의 지적에 대해서 전 PD는 “황 교수가 정말 100% 사기꾼 일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그가 100% 사기꾼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상당한 사실들이 그가 말한 것이 맞으며, 거의 대부분의 조작의 책임은 미즈메디측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서울대 조사위나 학계 언론계가 황우석 죽이기에 나선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임을 역설했다.
 
그러나 전 PD의 이같은 황 교수의 국제특허 출원 등 원천기술은 존재하지 않으며, 특허권도 유효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학계 뿐 아니라 ‘생물학정보센터(브릭)’ 등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비판을 받은 것으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는 시사중심의 이같은 입장은 황우석 교수 3차 기자회견에서 회견 말미 박수를 친 것으로 논란을 빚은 같은 KBS 2TV '추적 60분'팀의 문형렬 PD가 제기한 의혹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KBS가 '황우석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MBC PD수첩이 최초 황우석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자 가장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은 KBS 기자였다. 특히 12월 4일 YTN이 황 교수 측과 짜고 미국 출장보도로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 하면서 PD수첩의 ‘강압적인 취재’ 부분을 폭로하면서 PD수첩이 ‘취재윤리’에 휘말리자 KBS <미디어 포커스> 나신하 기자는 4일 “'황박사 죽이기' 의심받고 있는 MBC의 '의도'와 '검증능력'부터 검증받아야”라는 글을 올려 PD수첩 공격의 선봉에 섰다.
 
나 기자는 “MBC측이 취해온 그동안의 보도태도와 언행을 살펴보면, 과연 저명한 과학자를 검증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MBC 스스로의 도덕성부터 검증받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면서 “MBC는 더욱 솔직했어야 합니다. 담당 PD를 포함한 최근의 MBC측 관계자들의 언행과 보도내용 등을 되집어보면, MBC는 일관되게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라며 PD수첩의 취재와 방송이 ‘황우석 죽이기’라고 몰아갔다.
 
지난 해 12월 15일 “줄기세포가 없었다”라는 노성일 이사장의 극적인 발언으로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가 논문조작으로 드러난 이후, 그동안 KBS에서 가장 친황우석 보도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은 보도국 과학부의 홍사훈 기자도 지난달 12월 22일,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게시판에 나타나 자신의 친황우석 보도편향을 사과한다면서도 ‘DNA 시약으로 파라포름알데히드를 쓴 PD수첩의 검증은 아마추어“라고 했다가 누리꾼의 지적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고치기도 했다.
 
당시 홍 기자는 논문조작이 ‘과학계의 관행’이란 부적절한 표현으로 과학계의 엄청난 항의를 받아 사과문 이후 또 다시 사과문을 올리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생방송 시사중심 등 KBS 내 일부 흐름을 볼 때 ‘황우석 살리기’ 보다는 국익을 내세워 ‘특허권’을 지키자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논문조작의 주체가 황 교수 아닌 미즈메디임을 내세워 황 교수에게 시간을 주자는 측면이 있으며, 이는 ‘아이러브황우석’ 카페 회원 등 황 교수지지 누리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황우석 교수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는 누리꾼들은 “애초 황우석 띄우기에 앞정설 때도 국익을 앞세우더니 지금도 국익타령이냐"라는 식으로 비판을 가하면서 공영방송이 ‘동네수첩’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맹공을 가하고 있다.
 
황우석 논문조작은 언론계 지형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황우석 조작 이전에는 보수적 신문인 이른바 조중동 대 방송사라는 2원였지만, 황우석 조작이 진행되면서, 특히 MBC PD수첩 방송이후에는 조중동과 KBS, SBS, YTN이 연합으로 MBC 왕따를 자행한 측면이 크다. 결과적으로 MBC가 옳았고 황우석이 논문조작극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도는 깨지지 않고 있다.
 
당분간 황우석 논문조작의 여진은 전 언론계를 흔들겠지만, 진실추구 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여 진실을 오도 혹은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여 애꿎은 누리꾼들만 소모적인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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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19 [1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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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곤 2006/10/04 [02:59] 수정 | 삭제
  • 과학자 들의 앞선 선택을 이해못한 정부나 약삭빠른 언론매체가 한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