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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본때 보일려고 농민들에게 폭력진압했나?
[논단] 절망에 빠진 농민을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은 사죄하고 책임져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11/16 [18:46]
어제 열린 '쌀협상 비준 반대 농민대회' 가 끝난 후의 여의도는 부상당해 쓰러진 농민들이 내뱉는 신음소리와 이들이 흘린 피로 가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측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중상을 입은 농민만 113명이고, 경미한 부상자들까지 포함하면 6백명이 넘는 농민들이 다쳤다고 한다.

물론 경찰측 피해도 적지 않아 200명이 넘는 전, 의경이 부상을 입었다고 경찰측은 밝히고 있다. 시위를 진압한 경찰측의 부상자가 적지 않은 걸 보면 농민대회에 참여했던 농민들이 매우 격렬히 시위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 전투경찰 1중대가 방패로 농민의 목을 치고 있다.              © 대자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농민대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혈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단연 진압경찰 지휘부에게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집회나 시위에서, 더욱이 그것도 분노가 누적된 농민들이 그 참여자의 대다수를 이루는 집회나 시위에서, 시위를 막는 경찰들에 대한 농민들의 태도가 고분고분하길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진압경찰 지휘부는 설령 일부 농민들이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방어하면서 평화로운 해산을 시도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진압경찰 지휘부는 휘하 전, 의경들이 자행하는 과잉진압을 묵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하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항상 그렇듯 집회나 시위진압에 나선 전, 의경들은 그 혈기방장함이나 집단광기에 휩쓸릴 위험성 등의 이유로 엄격히 통제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조직폭력배(?)로 돌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 의경들을 곁에서 지켜본 경찰 간부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곧 열리게 될 APEC회담 반대집회 등에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 했다는 세간의 추측이 터무니없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 의경들이 자행하는 폭력을 묵인 혹은 방조했다면 더 큰 비난과 책임이 진압 경찰 지휘부에 쏟아져야 할 것이며, 무능해서 상황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유혈사태를 한층 악화시킨 것은 광기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전, 의경들의 폭력행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어버이 혹은 할아버지뻘에 해당하는 농민들에 대해 야수적 폭력을 행사했다.

날카롭게 끝을 간 방패로 목이나 얼굴을 가격하는 행태에서부터 투석을 거쳐 부상당한 농민들에 대한 집단폭행까지 이들의 만행은 끝 간 데가 없었다. 어제 여의도에 있었던 상당수의 전, 의경들은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자 라기 보다는 차라리 흉악무도한 조직폭력배에 지나지 않았다고 표현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을 성 싶다.

도대체 농민들에 대한 이들의 광기와 살의(殺意)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추운날씨에 시위진압에 동원된 것이 그리도 불만이었을까? 일부 농민들의 공격이 야수적 대응을 해야 할 만큼 위협적인 것이었을까? 알 길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공권력의 행사, 그것도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최대한 엄격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여기서 잠깐 관련조문을 살펴보자!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경찰장비의 사용등) ③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제10조의2 (경찰장구의 사용<개정 1999.5.24>) ①경찰관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내에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개정 1991.3.8, 1999.5.24>
 
②제1항의 "경찰장구"라 함은 경찰관이 휴대하여 범인검거와 범죄진압등 직무수행에 사용하는 수갑·포승·경찰봉·방패등을 말한다.<신설 1999.5.24>
 
제12조 (벌칙)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전문개정 1988.12.31]

위의 규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농민대회에서 상당수의 전, 의경들은 필요한 한도를 넘어 경찰장구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악하게나마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여 농민들을 공격했다.

따라서 엄정하게 사용되어야 할 공권력의 범위를 뛰어넘어 사실상 집단폭력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한 전, 의경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에 인색해서는 안 될 일이다. 차후 집회 및 시위 현장에 동원될 전, 의경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주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한 조치다.

아무튼 권위주의 정권이래로 집회 및 시위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와 자세는 한 치도 개선되지 않은 듯 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공권력이 법률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되지 않으면 조직폭력배가 자행하는 폭력과 전혀 다를 바 없음을 경찰총수 이하 간부들이 깨닫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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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16 [18: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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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2005/11/16 [22:18] 수정 | 삭제
  • 정말 광주학살이 재현되는 줄 알았다.
    이게 어찌 민주정부란 말인가?
    이런 꼴을 보려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가?
    참으로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