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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유쾌하지 않은 영화, ‘팔월의 일요일들’
[인터뷰] 삶의 모호함, 절제된 언어로 상업영화와 차별추구 이진우 감독
 
임순혜   기사입력  2005/11/07 [20:02]
독립영화 감독, 이진우의 첫 장편 영화인 <팔월의 일요일들>이 10회 부산영화제 '한국영화파노라마' 부문에서 관객들을 만난 후 11월6일'제2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에서 두 번째 상영회를 가졌다.

1998년부터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진우 감독은 <돼지꿈>, , <단순한 열정 등> 다수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감독으로, 첫 장편인 <팔월의 일요일들>에서도 그가 줄곧 추구하던 상업영화와의 차별성을 추구한다.
 
▲ <팔월의 일요일들>을 연출한 이진우감독                                  © 임순혜
 
강원도 여행 중 도로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당해 주인공 호상의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호상은 아내가 읽던 <팔월의 일요일들>이라는 책에서 한 남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을 만나 아내와의 여행 목적지가 책 속에 적힌 산장과 같은 장소라는 것을 알게되고 산장으로 혼자 찾아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한편, 헌책방 주인 소국은 호상의 아내의 주치의인 시내로부터 <8월의 일요일들>이란 책을 찾아달라는 주문을 받지만 쉽게 구할 수가 없다. 
 
▲ <팔월의 일요일들>의 한 장면                         © CJ아시아인디영화제 제공

영화에서 나오는 <팔월의 일요일들>이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영화는 이 책을 통하여 인물의 기억과 호기심, 욕망, 인연 사이에서 삶의 모호함을 다룬다.

등장인물들은 가냘픈 인연에 이끌려가면서도 끝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삶의 한계 안에 머무르는데, <팔월의 일요일들>은 인간관계의 불확실성, 기억과 실재, 삶과 죽음의 불안정한 경계를 절제된 화면으로 탐구한다.
 
▲ 영화 상영 후 이진우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장면                                © 임순혜

다음은 11월6일, <팔월의 일요일들> 상영 후 가진 이진우 감독과 관객과 가진 대화다.

- <팔월의 일요일들>은 어떻게 제작하였나?

"헌책에 연관된 이야기를 고민하였다. 배우들에게는 사실적인 연기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하였다. 자기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이도록 연기하라고 하였다."

- 이야기의 구조는 단절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꼭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는 고민의 시작이지 완결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뒤가 더 궁금한 영화로, 열려있는 구조다. 관객에겐 불친절하다 싶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넘어가는 구조를 선택하였다. 어떤 부분은 단절이고 어떤 부분은 연결인가 미리 계산 안했다. 세 사람 모두 책과 연결되어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이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스토리를 감추고 모호함 가진 채로 각자의 생활로 다른 사람에게 적극 개입안한다는 부분을 매력적으로 생각하였다."
 
▲ <필월의 일요일들>의 한 장면                                © CJ아시아인디영화제 제공
 
- 연출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공간을 중요시하였다. 생활하지 않는 공간으로 남자는 계속 다닌다. 지속적으로 안착되지 않는 공간을 표정, 이미지로 나타냈다. 또한 책과 연관된 심리상태가 이미지 상태로, 눈에 보여지는 그림의 상태로 보여지길 원했다. 세 명의 각자 옴니버스 이야기처럼."

- HD디지털영화로 찍었다는데?

"HD 촬영이 의외로 자체 공정이 복잡하다. HD는 데이터 용량이 많아 택했다. 그러나 6mm 디지털보다 편집을 빠르게 할 수 없었다.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다. 후반 작업 까다로웠다. 편집 시스템이 있는 곳이 2군데 밖에 없다. 필름은 색보정 값이 나오는데 HD전용 모니터로 보아야 색을 볼 수 있다. 작업한 그대로 상영한다는 보장 없다. 여기에서도 2.35:1로 찍었는데,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색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팔월의 일요일들>이라는 책에 나온 남자는 누구인가?

"헌책을 사면 이름이 써 있는데, 누구일까? 하는 그런 식의 궁금함이 영화 안에서 존재하길 바랐다. 책에 써 있던 남자가 식물인간과 어떤 관계인가? 왜 그 사람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까? 영화보고 다 이해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고민하지 않았다. 끝까지 인물을 숨겼다."
 
▲ 이진우 감독과 관객                                                     © 임순혜
 
- <팔월의 일요일들>은 어떤 영화인가?

"여자가 헌책방에서 산 책에 적혀있는 아무 관계없는 이름을 오해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스텝들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였다. 상업영화를 안하고 독립영화를 한 것은 극장을 나갈 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이 이상하였다. 그렇지 않은 영화가 가능한가? 호기심이 생겼다. 극장을 나가서 계속 영화이야기를 하려면 다 가르쳐주지 않고 정보를 조금만 가르쳐주면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였다.

요즈음 영화는 잘 짜여진 영화로 서사에 의문점을 가지면 안 된다는 점과 사실적인 연기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고정 영역에 반항하였다. 낯선 영화가 되겠지만 이런 식의 영화가 경험되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여러분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   <팔월의 일요일들>의 한장면                          © CJ아시아인디영화제 제공

- 남자 주인공이 댐 근처에서 물에 빠지는 장면은 의외의 장소인데?

"왜 이런 배경을 썼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대부분의 영화는 당연히 이야기 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인물관계가 느슨하더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왜 댐에서 죽어야 하나? 거대한 구조물이 있는 곳인, 지방에서 근무하는 주말부부를 설정하였다. 거대한 구조물에는 사람이 없다. 이미지 자체가 외로운 인상을 주려고 하였다." 
 
- <팔월의 일요일들>이란 책은 실제 있는지?

"프랑스 평단에서 주목받은 책으로 실제 절판된 책이다."

▲ 관객과 대화하는 이진우 감독                                               © 임순혜

- 식물인간이 된 부인이 TV를 보는 장면은 이해가 안 되는데?

"이 영화는 여자에 관한 것이다. 누가 식물인간이 되어도 생각은 계속 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병상 돌아다니지 않을까? 나 나름대로 고민 한 것은 '시간'이었다. 머릿속 안의 시간이었다. 차가 전복되기 전의 시간은 객관적인 시간이고, 실제적인 시간은 주관적인 시간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지 판타지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물 바스트 샷이 긴 것은 이 사람이 누군가를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는 침묵의 시간으로 디자인 된 것이다. 연출에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다."
 
▲ <팔월의 일요일들>의 한 장면                              © CJ아시아인디영화제 제공
 
- 연출하는데 있어서 배우에게 인지 안 되는 부분을 감독이 알려주었는지? 인지시키고 연출하였는지?

"연기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이런 배경을 택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당연히 이야기 해준다. 자기가 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 교감 없으면 연기하기 힘들다. 실제 배우들은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요구하였다. 대부분 무표정한 상황에 살다가 특수한 경우에만 웃는다. 배우는 영화 처음부터 알아야 준비된 연기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약속된 연기를 한 것이겠으나 공간에 맞는 감성을 준비하고 연기하라고 요구하였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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