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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으로 집에도 못들어가게 생겼어요"
성소수자, ‘방송 신분노출’ 항의, 방송사 ‘음성변조 모자이크 했다’ 밝혀
 
이계덕   기사입력  2005/05/23 [18:44]
최근 가수 류나인의 트랜스젠더 고백 이후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신촌에서 10대 여장 남학생들, 그들의 말로 '오까마'를 한 남학생 2명을 만날수 있었다. 이들은 21일 방송되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했던 친구들이었다.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나간 이후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은 부산지역의 10대 트렌스 젠더인 민혁(가명)이를 격려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민혁(가명)이를 위한 까페가 포털 사이트에 개설되 이틀새 100여명이 넘어가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날 만났던 성 소수자들은 방송출연을 후회하고 있었다.

"방송으로 인해, 집에 못들어가게 생겼어요."

신촌에서 만난 M(18세)군은 "방송사에서 출연료를 준다고 했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찍고 싶다고 해서 모자이크 처리와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승낙하고 신촌과 이태원 등지에서 녹화했다"고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러나 모자이크 처리가 미흡해서 얼굴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났고, 목소리 변조도 되지 않는등 약속했던 신변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약속했던 출연료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가족과 친척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오는 등 M군은 매우 당황하는 눈치였다. M군은 "방송 출연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다 알게 되어 이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 단체의 한 관계자는 "10대 이반(동성애자)이나, 성 소수자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청소년 성 소수자들 스스로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출연이나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경우에는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변조 등을 확실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10대 청소년 성 소수자들에게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부탁했다.

또 청소년 성 소수자 누리터의 스텝인 엘라스틴(20)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송에서 개인의 신변문제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고, 조심했어야 했다. 현재 18일 <추적 60분>에 출연했다는 모 카페 운영자는 현재 카페운영을 포기하고, 모든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방송으로 인해 성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위험(아웃팅)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으로 인해 트렌스젠더나 성 소수자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사라지기를 원했으나, 오히려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성 소수자 누리터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해 "성 소수자 문제는 아웃팅 문제가 함께하는 만큼 더욱 조심하고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또 다른 트렌스 젠더인 J씨(26세)는 "우리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관심있게 지켜 보았는데, 일부 가출한 트렌스젠더들의 언어사용이나 일탈행위 등을 여과없이 방영해서 우리들의 문화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는 "해당 방송에서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등의 처리를 했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에 출연한 부산지역의 트렌스 젠더인 민혁군의 학교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까지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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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23 [18: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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