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결별해 새롭게 출발한 GS의 첫 발걸음이 삐꺽거리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방송을 중심으로 모든 미디어에 GS라는 브랜드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LG와 GS의 연관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온통 혼란함에 빠져있다.
대기업의 전략적인 그룹 분사의 이유가 무엇이며 그 주체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그룹을 분사했는지 각종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GS그룹 브랜드가 법정 다툼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화제이지만, 과연 새출발을 하는 GS그룹의 대응이 어떨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GS그룹이 시작부터 난항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어리둥절함과 그동안 알던 LG그룹의 브랜드로부터 강제적으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한 억지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출발을 하며 거액을 투자해 새로 만든 로고가 법정분쟁에 시달리는 구설수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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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외국기업에게 의뢰하여 1000억~2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GS의 새 브랜드 로고이고 아래는 삼이실업의 로고이다. 두 기업은 법정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 대자보 |
GS는 새로운 CI를 만들며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미국 '랜도' (LANDOR)사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을 뿐 아니라 새 브랜드 홍보와 간판 교체 비용 등을 합쳐 마케팅 비용으로 올해 약 2천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이실업(김석희 회장)으로부터 법원에 로고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하고 부당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위기까지 처한 상태다.
삼이실업은 철강, 건축자재, 일반잡화, 가구등을 세계각국으로 수출입하는 종합무역상사이다.
삼이실업은 로고 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며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에 대한 이의신청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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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 프라크투르 (Fette Fraktur) : 프라크투르의 한가지인 '페트 프라크투르(Fette Fraktur)'는 역사적으로 독일의 정통성을 시각 언어로 보여주는 서체이다. ©대자보 |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첨예한 법정 다툼 속에는 웃지 못할 우물안 개구리식 디자인 논쟁이 숨어 있다.
바로 삼이실업과 GS그룹이 사용한 로고의 'S'라는 디자인은 '페트 프라크투르(Fette Fraktur)'로 알려져 있는 이미 공개된 서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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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 프라크투르(Fette Fraktur)' 서체는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블랙레터 양식이다.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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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제거하고 색만 바꾼 GS의 새로고 원본 서체 © 대자보 |
이번 브랜드 싸움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자인 표절 싸움이 아닌 공공에 알려진 서체를 놓고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꼴이 됐다.
해외기업에게 거액을 주고 도입한 디자인이 법정다툼으로 휘말린 배경에는 바로 이 글자의 디자인이 동일한 서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두 기업의 갈등은 우리 기업들의 디자인에 대한 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